프랑스 좌파는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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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프랑스 좌파는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할 때가 왔다

by 소식쟁이2 2024. 8. 31.

프랑스 좌파는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할 때가 왔다

이 내용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의 자본」의 저자로,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에 의한 연재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보자」의 최근 내용입니다.

7월 실시된 프랑스 의회 하원 선거에서는 좌파연합인 신인민전선이 상대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치 상황을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대립과 불확실성이다.

확실하게 말하자. 좌파는 득표수와 의석수를 늘렸지만 그것으로 얻은 것은 별로 크지 않다. 좌파연합은 정책강령에 관해서도, 정당의 연합구조에 관해서도, 개선의 여지가 아직 있었다.

연합한 좌파 정당들이 없던 부분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선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혼란의 소수여당 시대를 극복하고 언젠가 선거에서 절대다수를 얻어 프랑스 정권을 오랫동안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인민전선이 의회 해산 며칠 만에 내건 정책강령은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매우 뛰어난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 즉 의료, 교육, 연구, 교통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재원의 유무를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투자는 필수적이고, 그 투자액이 지금부터 점점 늘어가는 것이지만, 그 재원은 2개 밖에 없다.

하나는, 부(富)의 사회화가 진행되는 새로운 시대가 지금부터 도래할 것을 전망하며, 신인민전선이 제언한 것처럼, 가장 운이 좋은 사람들에 대한 증세를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념상의 이유로 어떤 증세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의 자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는 그러한 서비스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이용할 수 없는 사람 사이에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민간의 자금에 의지하는 방식으로는, 전체적으로 보면 효율성이 좋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미국의 의료비는 민간이 부담하는 비용이 막대해 GDP의 20%에 육박하지만 그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는 참담하다.

단지, 신인민전선이 제시한 금액에 기죽은 사람도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향후 3년에 약 1000억유로을 새롭게 징수해, 지출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1000억유로 하면 GDP의 4%다. 이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조금도 과잉이라고 할 수 없다.

서유럽과 북유럽의 세수를 보면 1914년 이전에는 국민소득의 10% 이하였으나 1980~90년대 이후에는 40~50%가 된 것이다. 어느 시대나 보수파는, 증세에 관해서 여러가지 비판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사회보장 등에 투자하는 사회국가를 만들 수 있었기에 전에 없던 생산성과 생활수준 향상이 이뤄진 것이다.

좌파정권이 탄생했을 때 어떤 일정과 우선순위로 정책이 실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정 요소가 많다. 확실히 프랑스 국민은 전체적으로는,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려고 하는 프로세스에는, 항상 좌절해 버릴 위험이 따라다닌다. 증세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언제 상실돼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억만장자와 다국적 기업이, 겨우 마땅한 액수를 납세하게 되었다고 누구나가 납득하지 않는 한, 그 밖의 증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인민전선의 정책강령은 이 중요한 점에 관해 너무 모호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수십년간 좌파정권을 보면 정책강령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거나 자각이 미흡했던 탓에 정권을 잡고도 곧바로 로비를 받아 정책이 핵심이 빼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프랑스에서 부유세가 도입됐을 때도 직업자산이 되는 자산이 세금 대상에서 제외돼 거의 모든 대자산가의 자산이 부유세에서 제외돼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원래대로라면 부유세로 걷을 수 있었을 액수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은 액수밖에 세수를 걷지 못했다.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을 끌어들여 세수를 지키고 그것이 마땅한 사회정책에 펼쳐지도록 감시해야 한다. 어떤 과제라도 그렇지만, 슬로건을 내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한 다음,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 좌파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사실 연금에 관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누구나가 62세(혹은 60세)로 은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것은, 그다지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연금제도에서는, 연금을 최고액으로 수급하려면, 정해진 기간, 보험료를 거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연금 최고액을 수급하기 위한 보험료 거출기간은 누구라도 42년간」으로 하는 편이 국민에게는 알기 쉬울 것이다. 이런 표어라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연금을 받는 것은 65~67세부터라고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또 마크롱의 연금개혁으로 연금 수급이 64세부터 이뤄진 허용할 수 없는 비리도 밝혀낼 수 있다. 마크롱의 개혁에서는 20세부터 일하기 시작한 사람은 44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의 구체적인 예는 그 밖에도 많이 들 수 있다. 2018년부터 이용되고 있는 고등교육 사전등록 시스템 '파쿠르슈프'의 폐지를 내세우는 것은 좋지만, 그 후계제도로서 어떠한 공정하고 투명성이 높은 제도의 설립을 제언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부호 뱅상 볼로레 산하에 있는 언론을 성토하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미디어의 민주화를 밀어붙이고 주주의 권력을 제한하는 야심찬 법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기업의 이사회에 대한 직원 대표의 참가 비율을 3분의 1로 하는 제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이는 신인민전선의 정책강령 중에서도 가장 핵심을 찌르는 개혁안이자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민주적 개혁안이다.

하지만 이 개혁안도, 더 큰 틀에서 생각하는 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커질 것이다. 경제권력 재분배를 실현하려면 대기업의 경우에는 이사회에 대한 직원 대표 참여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대주주 의결권에 상한선을 두어 자산 재분배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좌파는 겉으로 드러난 과격한 수사를 이용해 자기만족에 젖어서는 안 된다. 지금과는 다른 어떤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가! 그 경제시스템에 이르려면 어떻게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하는가! 좌파는 그것을 말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어느 것도 전원이 힘을 합쳐 일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좌파 정당들이 진정으로 민주적인 연합을 만들고 심사숙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다. 최근 몇 년간 급진좌파 정당인 불복종의 프랑스가 권위주의적으로 좌파 전체를 좌지우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 사회당과 비슷하지도 않지만 사회당보다 더 심한 것은 불복종 프랑스 지도자들이 투표로 일을 결정하는 과정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좌파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권력의 행사에는 겸손한 마음, 심사숙고, 전원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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