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향하는 '정의'도 '이상'도 아닌 '상식의 혁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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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트럼프가 지향하는 '정의'도 '이상'도 아닌 '상식의 혁명'이란 무엇인가

by 소식쟁이2 2025. 2. 5.

트럼프가 지향하는 '정의'도 '이상'도 아닌 '상식의 혁명'이란 무엇인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국민에게 강조하는 장치가 있다. 민주주의의 훌륭함은 평화적 권력이양에 있음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취임식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 내외는 현직 대통령 내외가 기다리는 백악관으로 초청돼 함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신구 대통령은 두 사람만 같은 차를 타고 취임식 장소인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향한다. 짧은 이동이지만 그 이동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치열하게 다퉜던 두 사람이 둘이서만 '여행'을 하는 장치다. 차 안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혹은 말도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한 후, 새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연설은 삼간다. 이렇게 해서 권력이 평화적으로 이양되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취임식이다.

그런데 1월 20일 열린 트럼프 새 대통령 취임식에서 트럼프는 철저히 바이든 전 행정부와 민주당의 정책을 부정하는 연설을 했다. 아마도 연설을 들어보면 지난 정권의 업적을 비난하고 부정하는 취임식은 혁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연설을 시작했지만 이내 "정부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과격하고 부패한 지배층이 국민으로부터 권력과 부(富)를 착취해 국내의 단순한 위기조차 대처하지 못하고, 해외에서는 궤멸적인 연쇄적 사건에 빠져들고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령을 내려 무엇을 할지 말하기에 앞서 상식의 혁명(revolution of common sense)dl 시작된다. 상식(common sense)야말로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트럼프는 대처해야 할 여러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제들은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파견해 불법이민자의 입국을 막고, 범죄를 저지른 불법이민자를 출신국으로 돌려보낸다. 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캐고 파낸다. 미국을 다시 제조업의 나라로 만든다. 그린 뉴딜을 끝내고 전기자동차(EV) 의무화를 철회하고 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

정부 직원을 인종과 성차(性差. gender)가 아닌 실력주의로 뽑는다. 성별은 남성과 여성으로만 한다. 세계 최강의 군대를 구축하되 이는 이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다.

멕시코만(湾)의 이름을 아메리카만(湾)으로 바꾸다. 파나마운하를 되찾는다. 화성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다는 등이었다. 이것들은 미국의 미디어라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많고, 민주당 정권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트럼프는 '상식'이라고 했고, 그 '상식'으로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연설을 듣고 나면, 미국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봤던 제임스 딘 주연 영화 '에덴의 동쪽'의 시골 마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의 미국과 최첨단 시대의 미국이 있고, 이는 옛날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미국의 두 세계가 있다. 트럼프가 말하는 '상식'은 변하지 않는 미국의 '상식'을 가리키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도시인이나 지적 엘리트의 「상식」과는 다르다.

전후 일본은 헌법 9조를 국민에게 믿게 하고, 돈이 많이 드는 군사를 미국에 맡기고, 일본 전역을 미군에게 제공하는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특수로 발판을 잡은 일본은 미국에 집중호우적 수출을 해 미국 제조업을 구축했다.

그 결과, 1985년에 일본은 세계 제일의 채권국, 미국이 세계 제일의 채무국이 되었고, 미국 제조업의 거점이 있던 중서부는 러스트 벨트(녹슨 공업지대)로 변모했다. 소련의 군사력보다 일본의 경제력이 위협이 된 미국은 플라자 합의,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의 무역입국 노선을 무너뜨리고, 또 루블화 합의로 일본 경제를 거품으로 이끌면서 은행이 중심인 간접금융체제를 무너뜨리려 했다.
 *러스트 벨트 (Rust Belt)는 미국의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지역의 일부 영역을 표현하는 호칭이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미국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 그 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이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조지 W 부시 미국 공화당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에 더해 독일과 일본을 가상 적국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클린턴 민주당 정권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패한 제조업을 단념하고, 디지털 기술로 IT혁명을 일으켜, 정보와 금융의 세계에서 일본에 역습을 시작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21세기를 '글로벌리즘의 시대'로 정의하고, 미국 민주주의가 소련 공산주의에 승리했다며 민주주의를 세계에 전파하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최강의 군대를 세계 각지에 파견해 「세계의 경찰관」 역할을 자임하고, 미국이 「정의」와 「이상」을 추구해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서 국제 경제에 불러 들여, 중국을 제조업의 거점으로 했다. 그로 인해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은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겼고, 동시에 민간 기업에서는 IT 혁명으로 필요 없게 된 중간 관리직의 대량 해고가 일어났다.

이때 공화당 안에 민주당에 버림받은 밑바닥 노동자와 중산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반세계주의와 보호무역을 호소하는 조류가 생겨나면서 '미국 우선주의(美國優先主義, America First'를 외쳤다. 이를 계승한 것이 트럼프다.

과거 경영자가 지지하는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 노동조합이 지지하는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였지만 트럼프는 반세계주의와 보호무역을 호소한다. 따라서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가 아니다. 냉전 이후의 민주-공화 양당의 정책을 부정하는 입장이다.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국제 경제로 편입된 중국은, 미국경제를 앞지르기 일보 직전까지 간 일본경제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역습에 의해 경제적으로 침체를 겪는 이유는 군사를 미국에 맡긴 것으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환율이든 금리든 미국이 시키는 대로 했고, 세계 최대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반도체 산업도 무너졌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에 한 역습에 눈길을 빼앗긴 틈을 타 군비증강에 주력했고, 나아가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이길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미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몽'을 외치며 일대일로(一帯一路)에 의해 중화제국의 부활을 주장하기 전까지, 주요 적은 일본 경제이며 중국은 머지않아 민주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미군과 인민해방군은 일본에 대항하는 전지기술 개발에 협력했고, 일본에는 중국을 적이라고 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깊숙이 손을 잡았다.

그런데 중국 통신기기 대기업 화웨이가 미국보다 먼저 대용량 통신시스템 5G 기술을 실용화하면서 미국은 충격을 받았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와 중국 간에 협력관계가 있다고 본 미국은 중국과 대만의 분리를 위해 움직인다.

갑자기 대만 유사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당장이라도 중국의 군사침공이 이뤄질 것 같은 논란이 일었다. 
미국에 철저하게 찌그러진 일본은 여유가 없다. 1987년 루블화 합의로 저금리를 요구받은 독일은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군사를 미국에 맡긴 일본은 받아들여 거품에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경제의 중심이었던 은행들이 일제히 몰락하고 일본은 긴 '잃어버린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사 첫머리에서 "우리를 더 이상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을 이용해 경제번영을 얻은 것은 일본이다. 그 일본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은 중국을 국제사회로 불러들여 이용했지만, 이제 중국이 미국에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지적 엘리트들은 정의와 이상을 추구했다. 그것이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구도를 만들고 세계에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정의와 이상의 추구만큼 귀찮은 것은 없다. 정의나 이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민주주의가 최고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미국에는 원주민을 말살한 역사가 있고, 현재도 차별투성이인 나라다. 그것을 의식한 나머지 차별을 하지 말라는 또 다른 차별도 존재한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했을 때, 미국의 지적 엘리트들은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겼다고 착각했고, 민주주의를 지상의 가치로 삼아 '세계에 전파하는 사명감'을 갖는 잘못을 저질렀다. 오만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이 테러와의 전쟁, 아랍의 봄, 컬러 혁명으로 이어져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러 실패를 경험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패가 명확해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돌아온 것은 트럼프가 미국의 쇠퇴를 상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트럼프가 '정의'도 '이상'도 아닌 '상식의 혁명'을 말한 것이다. 냉전의 승리로 오만해진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상식으로 세계에 싸움을 일으키지 않는 미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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