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원자력발전) 재건과 탈러시아로 프랑스 에너지 정책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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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원전(원자력발전) 재건과 탈러시아로 프랑스 에너지 정책의 역사

by 소식쟁이2 2024. 1. 16.

원전(원자력발전) 재건과 탈러시아로 프랑스 에너지 정책의 역사

프랑스는 현재 에너지 정책의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원자력 발전을 축으로 한 에너지 안전보장전략을 책정하는 동시에 석유·천연가스의 조달처를 다각화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2022년 주력 전원인 원전이 발전 부진에 빠졌고, 또 같은 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 탈러시아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프랑스에서 원자력의 역할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을 축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추구해, 발전 비율에서 원자력의 비율은 1970년 때의 3%에서 80년 중반에는 70%까지 상승했습니다. 이후 원자력 발전은 프랑스의 베이스로드(base load 기본 부하를 담당) 전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킨 배경에는 핵무기 보유라는 군사적 측면과 산업육성이라는 경제적 측면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는 안전보장 분야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의존하다가 영국과 프랑스 소유의 수에즈 운하를 이집트가 국유화한 1956년 수에즈 위기를 계기로 미국 종속에서 외교 자주성을 잃을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리고 대미 추종 노선에서의 탈피를 모색하는 가운데 가야르 정권이 자국에서 안보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1958년 4월 핵무기 제조를 결정했습니다.

1958년 10월 출범한 제5공화국 하의 드골 정권은 1960년 알제리 사하라 사막에서 첫 핵실험을 실시했고, 프랑스는 미국, 소련, 영국에 이어 네 번째 핵보유국이 되었습니다. 핵무장 과정에서 플루토늄 제조와 우라늄 농축을 연구하는 부서의 설치와 생산·재처리 공장의 건설이 이루어졌습니다. 드골 정권은 핵무기를 단순한 군사적 전략만이 아니라 민생용 원자력의 활용이야말로 국가의 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파악했습니다.

드골 정권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기술적으로 자립한 산업의 보호·육성을 목표로 1960년대부터 원자력 산업의 발전에 주력했습니다. 당시 원자력 발전 비용은 화력 발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정부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원전 추진정책을 주도했습니다. 이 배경에는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프랑스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원자력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장기적·전략적 관점이 있었습니다.

이후 드골 정권의 노선을 계승한 퐁피두 정권 아래 메스멜 총리는 1973년 5월 각료회의에서 7275년 건설될 원전의 계획 발전량을 당초 8000MW에서 1만 3000MW로 증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인 1973년 10월에 발생한 제1차 석유 위기로 프랑스는 에너지 자립 보장을 목표로 원자력화 계획을 더욱 가속화하였습니다.

1974년 10월에는 메스멜 총리가 1985년까지 원자로 80기 안팎, 2000년까지 총 170기를 건설해 총 발전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의 원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국민에게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약속함으로써 원전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이해를 구했습니다.

◆ 러시아산 화석연료 조달
제1차 석유위기는 에너지 조달처 다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 이란과 같은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조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석유위기에 이어 이란-이라크전쟁(80~88년)과 걸프전(91년), 이라크전쟁(2003년) 등의 거듭된 중동분쟁으로 중동지역 에너지 공급 단절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을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형태로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을 단계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그 결과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는 1973년 71%에서 2019년 21%까지 떨어졌습니다.

천연가스도 프랑스는 러시아산 수입을 추진합니다. 2014년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현 토탈에너지)이 러시아 북부 야말반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참여해 러시아산 LNG 확보에 힘썼습니다. 가스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약 15%에서 2019년에는 약 23%까지 상승해 러시아는 프랑스에 중요한 가스 공급국이 되었습니다.

◆ 2022년의 에너지 위기
그러나 프랑스의 에너지 정책은 2022년에 시련을 맞았습니다. 발전 비율의 70%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은 열파(기온이 40℃ 전후로 오르는 무더운 현상)에 의한 하천 수온상승으로 냉각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정기점검과 부패로 인한 운전정지도 겹쳐 전면 가동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원자로 전체 56기 중 최대 21기가 일시 정지함으로써 2022년 원전의 발전 전력량은 282테라와트시(TWh)를 기록해 과거 10년 평균 395TWh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원전 부진은 유럽 유수의 전력 수출국으로서의 프랑스의 위상을 뒤흔듭니다. 프랑스는 송전선망 접속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에 있으며 주변국(독일,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과 약 50개의 전력 상호접속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발전량의 침체에 따라, 프랑스로부터 주변 나라들(특히 독일)에 대한 전력 수출량이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또 전력위기를 따라 프랑스는 주변 나라들로부터의 전력 수입의 확대를 단행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프랑스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전력 순수입국으로 전락했습니다. 프랑스의 원전 부진은 전력 수출입에 기반한 상호 의존관계를 통해 주변 국가들의 전력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라는 과제에도 직면했습니다. EU는 러시아의 전쟁비용으로 이어지는 자원 수입을 끊기 위해 2022년 12월 해상운송을 통한 원유 수입을, 2023년 2월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또 러시아산 가스 수입 억제를 목적으로 국내 소비량의 15%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오는 2027년까지 모든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금수할 계획입니다.

프랑스의 러시아산 의존도는 2022년 말 현재 원유가 5%, 천연가스가 15%에 달했습니다. 또, 석유제품(특히 디젤)은 2021년말 시점, 총수입량의 19%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면에서의 탈러시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정책의 재건과 대체 조달처 확보가 급선무가 되었습니다.

◆ 자립적인 에너지 정책의 재구축
프랑스 마크롱 정권은 현재 원자력 정책의 재건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6~14기의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는 동시에, 모든 원자로의 운전기간을 50년 이상으로 연장할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마크롱 행정부는 그동안 올랑드 전 정부가 2015년 발표한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이행법을 답습하는 형태로 203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50%까지 낮추고 14개 원자로의 폐로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침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면서도 원전의 역할을 계속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대형로 신설이나 소형 모듈로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기존로의 노후화가 있습니다. 프랑스 원자로의 대부분(전체 56기 중 46기)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건설되었으며, 운전 개시 후 약 40년이 경과하였습니다.

마크롱 행정부는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장기 운용을 검토하고 있는 반면 폐로 문제를 미룬 것에 불과해 어느 한 단계에서 운전정지를 결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가 전후 국가 프로젝트로 육성해 온 원자력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원자로 신설은 불가피할 것이다.

◆ 탈러시아 의존을 목표로 하다
동시에 프랑스는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대체할 조달처를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크롱 정권은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 에너지즈에 의한 자원 관련 사업의 실시국이었지만 주요 수입처가 아니었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UAE의 무함마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시, 토탈 에너지즈는 UAE로부터의 디젤 연료 조달에 관한 파트너십 계약을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서명했습니다.

또, 토탈 에너지즈는 22년 6월에 카타르의 「노스 필드 이스트」 가스전에서, 같은 해 9월에 「노스필드 사우스」 가스전에서 신규 사업에의 참가를 발표해, 카타르의 LNG 증산체제의 구축에 착수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프랑스의 가스 수입을 목적으로, 27년간에 걸쳐 연간 최대 350만 톤의 LNG를 조달하는 계약을 카타르 에너지즈와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용 연료인 우라늄의 안정 확보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주요 수입처인 니제르에서 2023년 7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반프랑스 노선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프랑스와 니제르 관계는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마크롱 행정부는 같은 해 12월 니제르 주둔 부대 철수를 완료하고 주니제르 프랑스 대사관의 무기한 폐쇄를 발표했습니다. 프랑스의 우라늄 수입에서 니제르산 비율은 22년에 20%(약 1400만 톤)에 달하기 때문에 관계 결렬이 니제르에 있는 프랑스의 우라늄 권익 탈각으로 이어질 경우 니제르산 우라늄 수입이 중단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2023년 10월 몽골을 방문해 몽골 남서부 돌노고비에 있는 우라늄 광산 탐사를 위해 프랑스-몽골 합작사업과 관련한 협정을 맺고 몽골산 우라늄의 미래 수입에 나섰습니다. 이어 11월에는 우라늄의 주요 수입처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우라늄 추가 조달을 내다보고 양국과의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모두 내륙국이기 때문에 우라늄 수출 시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프랑스는 우라늄 산출국에서 자원 개발을 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내를 우회하는 우라늄 공급망을 확립해야만 탈러시아 정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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