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통화 달러화 개혁'은 어떻게 되었는가? 교훈과 시사점
200% 이상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다. 20세기 초에는 세계 유수의 부자 나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신흥 개발도상국(세계은행 분류에 따른)」으로 전락한 남미의 이 나라는 「필요한 경제 개혁을 계속 회피」해 왔으며, 이는 이웃나라 일본과도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23년 12월 취임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Gerardo Milei) 대통령은 경제개혁의 거친 치료법으로 선거공약에 자국 통화인 페소화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법정통화로 만들 것을 내걸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현재는 달러화에 관해서는 진척을 보고 있지 않지만, 한편으로 Libertarian(자유주의자)으로서의 입장에서 주장하고 있던 「작은 정부」의 실현에 관해서는, 급속히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밀레이 대통령은 반년전의 취임과 동시에, 18개 였던 부처(총리실 포함)를 9개로 반감시켰다(원래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임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재정재건의 일환으로 당시 있었던 20개 부처를 11개 부처로 거의 절반으로 줄였지만, 2019년 취임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다시 부처를 늘린 바 있다).
이외에도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항공으로 대표되는 비채산 국유기업 민영화와 투자유치를 위한 노동규제 완화 등의 개혁 패키지를 마련해 이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개혁 패키지 법안은 이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 의해 반려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투자자들은 밀레이 개혁의 앞날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부처 축소 뿐만이 아니라, 밀레이 대통령은 세출의 억제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의 기초적 재정수지는,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 후에 급속한 개선을 보고 있다.
이미 월별로는 아르헨티나의 기초적 재정수지가 2024년 1월부터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해 밀레이 대통령 아래 정부가 적자 체질을 벗어난 셈이다.
기초적 재정수지란 통상의 재정수지(세입-세출)에서 이자 지급 등에 충당하는 국채 비용을 제외한 것이다. 정책에 필요한 경비를 주로 세수로 충당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재정이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의 기준으로 꼽힌다.
◆ 고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금리인하? 중앙은행의 합리적 이유
재정의 개선으로 기대되는 것의 하나로, 고인플레이션의 수렴이 있다.
여기서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를 확인하면, 최근 4월 시점의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89% 상승으로 5개월 연속 200% 이상이 되었다. 그러나, 서서히 가속의 정도는 가벼워지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가속은 슬슬 정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전월 대비로는 소비자물가 성장은 2023년 12월 25% 상승을 정점으로 최근 2024년 4월 9% 상승으로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 그래도 당분간은 100%에서 200%대에서의 추이가 되어, 수습이라고 하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처럼 여전히 고인플레이션의 와중에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5월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40%로 60%포인트나 내렸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이 둔화되고 있는 것을, 중앙은행은 금리인하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재정 측면의 구조개혁에 수반하는 아픔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금융을 완화하는 것에는 일정한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인해 페소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하락했고, 중앙은행이 정하는 공정환율과 시중환율(시중에서 실제 거래되는 환율)의 괴리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향후도 페소화 약세가 진행되면, 인플레이션 수습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다.
◆ 반복되는 아르헨티나
지난 20년간 아르헨티나의 경제운영은 반미파가 큰 정부를 추구하고 친미파가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것의 반복이다.
그동안 아르헨티나는 통화 하락을 멈추지 않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왔다. 이 같은 경제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처방전으로는 친미파가 추구하는 작은 정부 노선이 옳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개혁도 그동안 친미파 정권이 추구해 온 작은 정부 노선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의회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리버테리언당(자유주의당)이 하원(정수 257석) 중 38석만 갖고 있어 보다 온건한 노선을 선호하는 다른 정당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에는 불황과 실업 등의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온건하게 이뤄지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온건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개혁의 길 중간에 흔들려 개혁이 무산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예는 더 병세가 몇 단 깊은 상황에 있다. 개혁 지연으로 병리현상이 심화되면서 통화가치 하락과 고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이 애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달러화 같은 거친 치료법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아르헨티나가 이 뒤집기의 메가 사이클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법정통화를 완전히 달러화로 만들어버리면 아르헨티나는 재정·금융정책의 재량권을 잃는다. 하지만 대신 미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확실히, 완전한 달러화는, 자국 통화 페소화의 강제적인 회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강력한 금융긴축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경기에 강한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실행까지의 장벽은 매우 높은 통화정책이다. 그리고, 자국 통화를 폐지하는 것에 정치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아르헨티나의 국민도 많을 것이다. 완전한 달러화의 길은 아주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온건한 경제개혁을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접근법에서는 밀레이 대통령 또한 아르헨티나 흔들기의 메가 사이클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완전한 달러화와 같은 과감한 정책을 취하지 않는 한 아르헨티나가 경제의 정체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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