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나라를 망치는 연고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에 얼마나 갉아먹히고 있는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만 우대받는 왜곡된 경제
정치인, 관료, 유력인사와 연고가 있는 기업이 우대받고 막대한 이익을 얻는 연고 자본주의 경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억만장자들이 연줄을 이용해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 추정한 연고자본주의 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23년도 데이터에서는 무엇이 보이기 시작했을까?
*crony capitalism은 정실(족벌) 자본주의(한국의 재벌, 일본의 계열(keiretsu) 따위 등의 족벌경영과 정경유착의 경제체제
◆세계로 확산되는 연고 자본주의
지난 20년간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는 영국의 수도에서 환영받아 왔다. 런던 북부 하이게이트에서 하이드파크까지 많은 저택을 사들였고 축구클럽을 인수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48명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서방의 제재 아래 놓였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동료들은 엄청난 부(富)를 갖고 있다. 여기서 드러난 것은 연고자본주의(크로니 캐피탈리즘. crony capitalism)로 인한 문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0여 년 전부터 렌트시킹(rent seeking. 기업이 생산활동 이외의 활동을 통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각국의 금권주의자들이 얼마나 이익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는 연고 자본주의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렌트시킹(rent seeking)은 민간기업이 정치인이나 정부를 압박해 자신들에게 편리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연고를 가진 자본가의 부(富)는 1998년에는 3150억달러로 세계 GDP의 1%를 차지했다. 최신판 2023년 지수에 따르면 그것이 3조달러까지 늘어나 세계 GDP의 약 3%를 차지한다.(그래프 1 참조)
연고주의자의 부의 변화
이 증가액의 약 65%는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4개국에서 나온다. 또 연고를 둔 자본가 부의 40%는 독재적인 나라에서 나오고 그 금액은 각국 GDP의 9%에 해당한다. 자산을 10억달러 이상 가진 억만장자는 세계에 수백만 명이나 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국가와 유착되어 있는 부문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고 추측한다.
◆억만장자의 자산액만을 분석하여 산출
이 지수 산출에는 미국 잡지 포브스가 40년 가까이 매년 발표해 온 세계 부유층에 관한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1998년에는 억만장자가 209명이었고, 그 총자산은 1조달러 이상으로 세계 GDP의 3%에 해당했다. 2023년에는 억만장자가 2640명, 그 자산도 12조달러로 늘었다. 세계 GDP의 12%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富)의 원천을 렌트시킹(rent seeking) 부문과 그 이외의 비렌트시킹 부문으로 나누었다. 렌트시킹은 은행, 건설, 부동산, 천연자원 등 국가에 가깝고 연고주의가 스며들기 쉬운 섹터에서 볼 수 있다. 경제적 렌트(經濟的rent. 기업이 한 생산요소에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에서 그 생산요소를 구입하기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뺀 것)란 자본과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 후 남는 잉여금으로 완전경쟁이면 제로가 된다.
렌트를 추구하는 자는 토지, 라이선스, 자원에 대한 유리한 접근을 얻음으로써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또 카르텔을 맺어 경쟁을 제한하거나 정부를 압박해 스스로에게 유리한 규제 정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보통 그들은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왜곡한다.
◆세계 제일의 경제가 왜곡된 나라, 러시아
이 지수에서 러시아는 가장 연고자본주의적인 나라로 여겨졌다(그래프2 참조). 연고를 둔 억만장자의 자산은 GDP의 19%나 된다. 이중 연고가 없는 산업에서 얻은 자산은 불과 5분의 1로 경제가 얼마나 왜곡됐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은 분명해 연고가 있는 자본가의 총자산은 2021년 총 4560억달러였으나 2023년에는 3870억달러까지 감소했다.
연고주의 자본가 가진 자산의 비율
2022년 3월 G7, EU, 호주는 러시아 지배층, 대리세력,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 대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렇게 제재를 받은 러시아인들을 압박해 고립시키려 한 것이다.그 1년 뒤 580억달러의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올리가르히(신흥재벌)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를 활용하거나 자산을 가족에게 양도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해 제재를 쉽게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도 이탈리아에 7억달러의 요트를 갖고 있었으며, 2022년 이탈리아 당국에 압수됐다. 한 추정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로부터 1000억달러 이상을 훔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흑해를 따라 140억달러로 견적되는 저택을 취득한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는 올라 있지 않다.
푸틴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횡령한 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흑해변의 거대한 저택. 알렉세이 나와리누이의 고발로 밝혀졌다. 그 가치는 140억달러이라고도 한다
◆급감한 미국의 기술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자산
이 지수에서 초부유층에 관한 다른 경향도 나타난다. 세계 기술업계 억만장자가 가진 부의 5분의 3은 미국에서 생겼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이들의 자산은 2022년 첨단기술 주식 폭락으로 인해 1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나라 기술 기업이 많이 상장하는 나스닥의 기업종합주가지수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3분의 1 떨어졌다.
미국 억만장자가 가진 자산 중 연고가 있는 렌트시킹(rent seeking) 부문에서 생긴 것은 GDP의 2% 정도이고 연고가 없는 부문에서 나온 것이 GDP의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기업에는 연고기업의 특징이 보인다. 2017년 기술업계 전체 매출의 절반을 벌어들인 곳은 상위 20개 기업이다. 또한 수도 워싱턴에서 매우 대규모 로비를 하고 있으며, 기술 기업 8곳은 2022년에 총 1억달러를 지출했다.
◆감소하는 중국 연고 자본주의자들의 부(富)
반면 중국 억만장자들은 정부의 변덕에 계속 휘둘리고 있다.시진핑이 민자 단속을 시작한 이후 연고가 있는 자산가 가진 자산의 GDP 대비는 급감했다.정점인 2018년 4.4%에서 2.5%까지 떨어졌다.테크기업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인 잭 마는 당국을 비판하며 2020년 후반 자취를 감췄다.당시 500억달러 가까이 있던 그의 자산은 지금은 반 토막이 났다.
모든 업계 거물급 기업인도 국가 승인 없이는 활동할 수 없다.1998년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에는 억만장자가 8명에 불과했고 그 자산은 모두 500억달러(약 7조엔)였다.그러나 2023년 562명으로 늘어나 자산 합계는 2조달러(약 280조엔)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준에 따르면 중국 억만장자 가운데 연고를 둔 자본가는 약 4분의 1이다.2012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지금도 계속되는 반부패 운동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150만 명 이상이 처벌받았다.2021년 시진핑은 '공동 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빈부격차를 시정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인도에서는 연고 자본주의자가 증가
반면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기업 경영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연고가 있는 산업에서 얻은 부는 GDP의 5%에서 8% 가까이 늘었다.
인도 신흥재벌인 아다니그룹 회장 고탐 아다니는 2022년 9월 한때 세계 3위 부자가 됐다. 그러나 1월 사기와 주가조작으로 고발되면서 그의 자산은 900억달러에서 470억달러까지 감소했다. 이 회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연고주의는 나라를 망친다
그렇다면 연고주의를 전혀 제어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폴란드 사회학자 스타니슬라프 안드레스키는 1960년대 후반 엘리트들이 개인의 부(富)를 늘려 나라를 가난하게 할 경우 부패한 정치체제인 크렙토크라시(kleptocracy. 소수의 권력자가 국민과 국가의 금을 횡령하고 사복을 비우는 정치 체제(도둑정치), 또는 공적으로 위임된 권력과 권한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도둑정치)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은 50여 년이 지나서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부패는 어느 정도까지 진전되면 국가 기능을 파괴하는가.
미국 국제개발청(USAID)은 2022년 탈크렙토크라시 가이드를 발행했다. 이에는 브라질,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등 13개국이 조사돼 부패에 대한 대책이 제시됐다. 부패한 독점 기업의 해체나 소유자 등록의 전자화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또 국제적으로 부패 단속을 강화하자고 계획하고 있다. 3월에는 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해 세계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74개국에 부패방지와 척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러시아와 중국은 불참했다.
이 정상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부패한 지배계급은 해외 부동산을 익명으로 매입함으로써 뇌물의 출처를 알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은 국내에서 설립 또는 조업하는 기업에 대해 2024년부터 그 실질적인 소유자, 즉 '수익자'를 밝히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여기에 신원을 숨기는 것을 어렵게 하려는 미국의 선언에 36개국이 서명했다.
하지만 투명화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영국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외국기업에 대해 자산 등기와 진정한 진정한 소유자 공개를 요구하는 새 법이 시행됐다. 어느 반부패조직이 2023년 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의 대상이 된 9만2000건의 부동산 중 5만2000건의 소유자가 미공개 상태로 남아 있다. 수상한 소유자는 규제를 빠져나가지만 등록기관에는 이를 단속할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또 큰 돈을 주고 시민권을 파는 골든 비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100만파운드를 영국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한다고 증명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는 5년 이내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종류의 비자가 있었다. 2008년 시작된 이 제도는 러시아 돈에 대한 우려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에 폐지됐다. 이 비자는 1만3777건이 발급돼 이 가운데 5분의 1이 러시아인(이 중 10건은 현재 제재 중인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 3분의 1이 중국인에게 돌아갔다.
런던으로 이야기를 되돌료보묘느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대저택에서 가까운 하이게이트 묘지에는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무덤이 있다. 리트비넨코는 푸틴과 그의 두둔을 비판한 뒤 2006년 러시아 공작원에 의해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을 투여받고 살해당했다.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토비넨코는 납으로 덮인 특별한 관에 매장돼 있다. 서방 당국은 지금 위험한 자산이 자국으로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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