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블랙박스가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원리
많은 승객을 태우고 날아가는 여객기에는 거의 예외 없이 기체 조작이나 실제 움직임을 기록하는 블랙박스가 탑재되어 있다. 블랙박스는 기체 상태를 항상 기록하고 있어 만일의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그 이전의 기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그 실제 그 모습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알려주는 내용이다.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아메리칸 항공 587편(에어버스 A200 항공기)이 뉴욕 외곽 퀸스 지구에 추락하는 아메리칸 항공 587편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뉴욕 무역센터 건물에 2대의 여객기가 격돌한 911테러 후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하자 또 항공기 테러 사건이 터졌느냐며 미국 내를 발칵 뒤집었다.
사고 후 추락기에서 벗어난 수직 꼬리 날개가 바닷속에서 발견됐는데, 이것이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는 큰 힌트가 됐다.
공항에서 이륙한 아메리칸 항공 587편은 왼쪽으로 선회하여 고도를 높일 뻔했으나 그 도중 기체 조절을 잃고 퀸스 지구의 주택지로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수직 꼬리 날개는 그 앞에 있는 자메이카만에 낙하하였기 때문에 기체와 수직 꼬리 날개는 지면에 충돌하기 전에 분리되었던 것으로 의심되었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 260명이 모두 숨지고, 추락 현장 주민 5명이 사고에 휘말려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후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의한 조사가 이루어져 보고서가 정리되고 있다.
그 중 큰 역할을 한 것이 블랙박스에 담겨 있던 수많은 데이터였다.
이것이 항공기에 탑재되어 있는 블랙박스의 한 사례다. 크게 두 가지 기재로 구성되어 그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선명한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는 사고 발생시를 고려하여 현장에서 발견하기 좋은 색상이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라는 명칭은 엄밀히 보호·봉인되어 외부에서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여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블랙박스가 운용되게 된 계기는 영국 데 하빌랜드사가 제조한 '세계 최초 제트 여객기' Dh.106 코멧이 일으킨 추락 사고때문이었다. 코멧은 운용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연속 5건의 공중분해로 인한 추락사고를 일으켜 매우 큰 충격을 항공업계에 입혔다.
이 연쇄 추락사고는 당시에는 아직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금속 피로'가 원인이 되어 야기된 것이었다.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사고 발생 시 어떤 조작이나 행동이 취해지고 기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등을 기록하는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결과 비행 시 다양한 상황을 기록하는 '블랙박스'가 개발되었다.
블랙박스도 시간대와 함께 다양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기의 블랙박스는, 금속제의 얇은 띠 모양의 시트에, 복수의 정보를 기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 등장한 것이 자기 테이프를 이용한 기록 방식.
그리고 현재의 주류는 반도체 메모리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방식.
블랙박스는 '콕핏 보이스 레코더(CVR)'와 '비행 데이터 레코더(FDR)'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콕핏 보이스 레코더는 기내 주요 음성을 기록하는 장치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CVR은 사고 발생 시부터 2시간 이전까지의 음성을 기록할 수 있다.
이 레코더는 2명의 조종사가 말하는 내용과 콕핏 실내 음성 등을 4개의 채널에 기록하는 것으로, 추후 개별적으로 재생함으로써 사태 파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아메리칸항공 587편으로 기록됐던 콕핏 내부 대화에는 사고 직전 "약간 난기류가?"라고 기장이 말하는 모습이 남아 있다.
이 난기류는 아메리칸 항공 587편 직전에 이륙한 일본 항공 47편(JFK발·나리타행)에 의해 일어난 후방 난기류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47편은 대형기인 보잉 747 '점보'였다는 점, 그리고 이륙속도에서 속도가 낮았기 때문에 발생한 후방 난기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을 가는 항공기가 일으킨 후방 난기류를 만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기체 각부분의 상태를 기록하는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로 얻은 정보에 주목을 받았다.
추락기에 탑재되어 있던 비행 데이터 레코더는 기체의 자세와 기기 상태 등 88종류에 달하는 과거 25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기록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사고 조사위원회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초로, 사고 발생시의 기체의 조작이나 움직임을 컴퓨터로 재현함으로써, 기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낸다.
그리고 얻어진 데이터의 일부가 이것이다. JFK 공항을 이륙한 후 추락할 때까지의 데이터가 표시되어 있는데, 사고 발생 직전 10초 동안 통상적으로는 없는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목해야 할 데이터가, 누렇게 나타난 「래더(방향키)」의 조작. 이것은 부조종사에 의해 조작된 것이지만, 사고 직전에는 좌우로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후방 난기류를 만나 자세가 흐트러진 기체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조작된 것이었지만, 반대로 이 조작으로 인해 수직 꼬리 날개에 큰 부하가 걸려 견딜 수 없게 되면서 꼬리가 부러져 추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아메리칸 항공 587편은 컨트롤을 잃고 추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메리칸 항공 587편의 추락 원인은 정황증거와 블랙박스 데이터에 의해 밝혀졌다. 이것이 만약 블랙박스 없이 기체 잔해만을 단서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원인규명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블랙박스는 일반적으로 기체 후방의 수직 꼬리 날개 달린 꼬리 부근에 탑재되어 있다. 이는 실제 사고 시 직접적인 손상을 입을 확률이 낮다는 점과 기수에서 충돌했을 때 충격이 기체로 흡수되고 뒤쪽에 있는 블랙박스에는 더 적은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의 본체는 티타늄 등의 견고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충격과 사고시 발생하는 화재 등으로부터 메모리 소자를 보호하기 위해 충격 흡수와 단열이 가능한 소재로 보호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대책이 강구됨으로써 사고 시에도 많은 현장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되어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블랙박스에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탐색용 전파신호와 음파신호를 발신하는 기구도 준비되어 있다. 탐색 시에는 이 신호를 감지하는 수신기를 사용하여 해상에 추락했을 때에도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블랙박스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2014년 3월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370편 추락사고처럼 전파 탐색이 어려운 심해에 블랙박스가 떨어져 나간 경우나 본체의 배터리를 다 써버린 경우에는 발견과 인양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현재는 블랙박스에 저장되는 데이터를 인공위성을 통해 지상으로 항상 전송해 저장하는 방식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방법이라면 「항상 지상에서 기체의 위치가 드러난다」는 것으로, 예를 들면 개인 제트기 등의 경우에 프라이버시가 훼손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사고시의 대응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비밀이 우선되어야 할지는 앞으로도 끝나지 않는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자세한 것은
Airplane black boxes, explained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hnTduNt99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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