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상화폐 강국' 선언 ... 미국 대선도 움직이는 '비트코인 머니'
7월 말 열린 가상화폐 관련 행사에서 트럼프는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개표까지 한 달이 채 안 됐다. 미국 대선부터 경기후퇴, AI 열풍까지. 혼란기를 맞이한 미국을 취재한 내용이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는 암호자산(가상화폐) 업계에서도 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미 대통령 선거에서는, 가상통화가 선거전의 주된 쟁점이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화폐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업계의 관심도가 단숨에 높아졌다. 트럼프는 1기 임기 중 "암호자산은 사기 같다"고 발언해 반(反)가상화폐파로 알려졌었다. 그런데도 이제는 지지자들 앞에서 크립토 대통령이 되겠다고까지 하며 화려한 손바닥 뒤집기를 선보이고 있다.
■ 태도 변화가 부각되어
트럼프는 가상화폐 기술과 전혀 무관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2년 뒤인 22년 12월 자신을 모티브로 한 비대체성토큰(NFT) 트레이딩 카드 컬렉션 1탄을 발행했고, 올해 8월에는 4탄을 발행했다.
스탠스의 변화가 부각된 것은 지난 5월에 열린 후원자와 NFT 구매자가 참여한 행사에서다. 이 행사에서 트럼프는 "가상화폐를 좋아한다면 자신에게 투표해야 한다", "그들(민주당)은 가상화폐나 NFT에 반대하고 있다"고 발언해 자신이 친가상화폐파임을 알렸다.
지난 7월 말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세계 최대 비트코인 관련 행사 '비트코인 2024'에 참석했을 때는 미국 정부가 소유한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해 국가의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 강국으로 만들겠다고까지 선언했다. 그 자리에서는 재선되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인물을 뽑겠다고도 했다.
■ '변심'에 두 가지 큰 목적
트럼프의 변심에는 두 가지 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첫 번째 목표는 순수한 선거전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도 연례 가계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가상화폐를 소유 또는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한 인원은 약 1800만명이다. 미국의 유권자 인구는 약 1.6억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권자의 10% 이상은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 따르면 유권자 3명 중 1명이 대선 후보자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고려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임으로써 트럼프는 선거전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선거 예산 획득으로도 효과가 크다. 금년 7월에 업계에의 지지를 표명하기 전후, 암호자산 교환소의 제미나이를 경영하는 윙클 보스형제 각각으로부터 15.47 BTC씩(합계 약 20억원, BTC=비트코인의 단위), 디지털 자산 시큐리티 회사 비트 고의 마이크 베르쉬 CEO로부터 5만달러의 헌금을 받았다.
또 다른 목표는 정책적 측면이다. 트럼프는 비트코인 채굴을 전폭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전력망 강화를 목표로 미국의 에너지, 나아가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에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게 되는데, 그 수요에 의해서 에너지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목적이 있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옹호파이기도 하고, 이로 인해 업계로부터 지지를 얻으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한편, 재정적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을 국가의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함으로써 재정의 슬림화를 노린다. 미국의 정부 부채는 코로나 쇼크를 겪은 지 4년 만에 50%가량 불어났고, 현재는 35조달러가 됐다. 작년에는 미 대기업 신용평가회사가 미 국채의 등급을 하락시키는 등, 채무는 큰 문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감세가 핵심이 되고 있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무국적 통화(通貨)'나 '디지털 금(金)'로도 부르는 비트코인을 정부의 준비자산으로 보유해 재정 악화를 상쇄(상계)하자는 생각이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하면 언뜻 보기에는 저렴하고 고위험 정책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는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안고 있는 35조달러의 채무를 '크립토 체크(수표)'로 갚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정부로서 추가적인 비트코인 구매는 공언하지 않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미 정부가 그동안 금융범죄 사건으로 압수한 약 21만 BTC를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계획이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에서의 비트코인 채굴이 활성화돼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한다면 자산으로서의 격을 더욱 끌어올릴 재료가 될 수 있다. 암호자산 업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흐름이 된다.
■ 미국 민주당에도 변화 조짐
엎치락뒤치락하는 해리스 진영에서는 9월 중순까지 비트코인은커녕 가상화폐 전반에 관한 정책이나 입장에 대해 해리스 본인의 공개적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암호화폐 교환업자에 대한 규제강화나 채굴업자에 대한 증세를 제안하는 등 업계에는 엄격했다. 특히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 등 베테랑 민주당 의원들이 가상화폐 반대파였다.
단지, 물밑에서의 움직임은 있다. 해리스는 대통령 선거의 자문으로, 가상통화의 송금 회사 리플의 전 임원이나 대형 교환회사 바이낸스의 전 글로벌 어드바이저를 기용하고 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후에는 캠프 고위 관계자가 "그녀(해리스)는 (가상화폐에 관한) 최근 기술과 이러한 업계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어 9월 22일 뉴욕에서 열린 자금조달 만찬에서 해리스는 "AI(인공지능)와 디지털 자산 등 혁신적 기술을 장려하겠다"며 처음으로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일련의 움직임에 비추어 보면, 해리스의 민주당 정권이 업계에 대한 비난을 현상보다 강하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상승장 전망
비트코인 가격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상승장이 예상된다. 올해는 비트코인 공급이 반감기를 4월로 맞았고, 9월에는 FRB가 4년 6개월 만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즉, 반감기에 의해서 비트코인의 공급은 줄어들고, FRB의 금리인하에 의해 이자를 만들지 않는 상품의 투자 재미가 증가해, 비트코인에는 좋은 환경이다.
미 대통령 선거의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영향은, 향후 전망되는 가격 상승의 속도에 크게 반영될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연말까지 10만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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