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円安)에 무대책인 일본, 꿈틀거리기 시작한 '신아시아 외환위기' 시나리오
1980년대의 장면이 아시아 경제에 플레이백(playback)하고 있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다.
1980년대의 트라우마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달러의 급등. 그 시대의 외환 이야기로의 회귀다.
이 시간왜곡(time-warp dynamic) 현상의 가장 알기 쉬운 예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기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년 전에나 효과가 있었을 정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공약의 핵심은 중국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60%나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수입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중국 업체의 멕시코 생산차를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일본이나 한국 자동차업체 간부들을 두렵게 할 수 있다.
그러나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시아의 통화 약세이다.
일본(日本)의 엔(円)을 보는 것만으로 꼴사납다. 40년 가까이 전 당시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달러 대비 엔화 약세에 발끈했다. 그의 말대로 일본과 엔화 약세는 미국의 피를 부지런히 빨아먹는 사악한 존재였다. 오늘날 트럼프의 세계관에서는 중국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트럼프는 최근의 엔저·달러 강세에 대해서도 미국의 제조업 등에 있어서 「대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트럼프가 과거 뉴욕 플라자 호텔을 소유했다는 것은 무엇인지 암시적이다. 1985년 이 호텔에서 맺어진 현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통화협정, 일명 「플라자합의」로 엔화는 급등했고 미국은 무역에서 크게 유리해졌다. 트럼프가 그 '딜(deal) 기술'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판 플라자 합의'를 이뤄내 세계 질서를 만들고 바꿀 것이라고 생각해도 놀라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11월 5일 선거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80년대 회귀는 플라자 합의의 방향과 반대되는 것이다. 플라자 합의 다음해 무렵이면 1달러=170엔 수준까지, 엔저가 진행될 가능성이 나왔던 것이다.
자산운용 대기업 티로우프라이스와 기타 금융서비스 기업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가운데 엔화 가치는 4월 28일 현재 1달러=158엔대에서 이 수준까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엔화는 이미 연초부터 12%, 지난 1년간 14% 이상 하락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재무성·일본은행의 그냥 수수방관하는 무대책 뿐만이 아니라, 뿌리 깊은 달러 상승에도 있는 것도 확실하다.
극단적인 달러 강세의 에피소드는 아시아에 나쁜 종말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가장 뼈아픈 사례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다. 이 통화 폭락도, 현재의 달러 상승의 배경에 있는 것과 같은 움직임, 즉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적극적인 금융긴축이 원인의 하나였다.
FRB가 1994~95년 진행한 금리인상 사이클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는 시련을 겪게 됐다. 그동안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끄는 FRB는 단기금리를 1년 만에 두 배로 올렸다. 그 결과, 달러 환율은 수년에 걸쳐 상승해, 아시아 국가의 통화는 달러와의 페그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우선 태국이 1997년 7월 바트화 페그제 포기와 평가절하에 몰렸다. 곧이어 인도네시아와 한국도 뒤따랐다.
이번에도 제롬 파월 의장의 FRB가 금융정책의 급제동을 계속하면서 달러를 급등시키고 있다. FRB는 연내는 금리인하할 것 같지 않다. 아시아 각국의 정책 당국자는 연초 시점에서는, FRB는 금년 5회 이상의 금리 인하가 당연히 정해진 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은 가운데 금리인하는 한 번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급등하는 달러로 인한 흡인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는 아시아의 수출주도형 경제국에 가장 달갑지 않은 것이다. 무슨 말일까?
예를 들어 중국의 위안화는, 자본이 달러 자산에 끌려가는 가운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연초 이후 2%라는 위안화 하락은 엔화와 비교하면 귀엽지만 중국 경제에 현재 최대 리스크 중 하나를 악화시킬 수 있다. 거대 부동산 개발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다.
위안화 약세가 진행될수록 중국 헝다그룹 같은 중국 부동산 개발 대기업은 외화표시 채무를 갚기 어려워진다. 또 위안화 약세의 진행은 미국에서 향후 반년 동안 트럼프에 충성하는 공화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중국을 선거전의 쟁점으로 끌어올릴 위험도 높일 것이다.
위안화 약세가 진행되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중국의 바이트댄스인 틱톡에 대한 단속의 경우보다 빨리 중국에 대해 같은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위안-엔 환율과 관련해 바닥 경쟁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는 게 현명하다. 태국의 바트와 인도네시아의 루피화, 한국의 원화도 이 같은 환율 하락 경쟁은 피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이 원래 평가절하에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있다.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통화가치 하락은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들로부터 국가경제력을 높이려는 의욕을 꺾는다.
1998년 이후 일본의 지휘봉을 잡은 역대 12개 정권 중 어느 한 곳이 통화 약세보다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생산성 향상, 여성에 대한 임파워먼트에 우선적으로 했다면 일본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또, 일본 기업의 수장들이,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에 의지하지 않고 경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상 가장 극진한 기업 보호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기업 경영자들은 구조개혁이나 혁신, 위험 노출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고 좋았던 것이다.
일본이 만약 25년에 걸쳐 아르헨티나와 같은 통화정책을 취하지 않았다면 2024년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나 개발도상국 등이 일본의 태만으로부터 이어져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2024년 아시아 경제는 달러의 독보적 강세로 인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대량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요동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달러 강세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국 통화에 하방 압력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미국까지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통화 시나리오가 되돌아오고 있다. 연말까지 세계 시장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forbes.com 원문)
https://www.forbes.com/sites/forbes-personal-shopper/article/best-memory-foam-mattress/?sh=238889d03e27
The most obvious time-warp dynamic is Donald Trump’s desire to make great again policies that might’ve worked 40 years ago. A centerpiece of the former U.S. president’s strategy to win another term is a 60% tax on Chinese goods. And 100% tariffs on certain auto imports, a precedent that frightens Japanese and South Korean executives.
Yet another 80s throwback is unnerving Asia: a return to the foreign-exchange narratives of that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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