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출구전략 없는 리스크, 그리고 금융완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죽음 이후 곧 일본은 국장 여부와 정치와 종교를 둘러싼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이제 아베 정치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때쯤일 것이다.
● 정치 주도의 거시경제 운영
아베의 정치하면 헌법 개정에 대한 집념, 미일 안보체제 강화,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4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모두 방대한 검증을 요하는 주제지만 이 중 아베노믹스가 앞의 세 가지와 다른 점은 그동안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에 맡겨온 거시경제정책 분야에 정치인들이 깃발을 세우고 스스로 레일을 깔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노선은 포스트 아베의 2대 정권에 이어졌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원래 정치 주도로 나아가는 외교안보와 달리 거시경제정책에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아베노믹스의 평가는 일본 국내에서도 두 동강 나면서 여전히 치열한 논쟁이 이어진다. 현재의 이차원 완화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아베노믹스를 총괄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와 실적을 되짚어보자다.
● 시작부터 엔저, 주가 상승의 큰 성과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환기하는 성장전략'으로 구성된 '세 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제창자인 아베의 머리에는, 애당초 「무제한의 금융완화」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과감한 양적완화를 하면 물가가 올라 높은 경제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외발타법에 불안감을 품은 일본 재무성은 이전부터 달궈온 재정정책과 성장전략을 더한 3종 세트로 전환하라고 아베와 재무상 아소 다로를 설득한다. 아베는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자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구로다 하루히코라는 이해자를 얻어 이차원 완화로 치달았다.
즉 아베노믹스의 본질은 정치 주도의 대규모 완화였고, 다른 두 가지는 아베에게 보태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간곡히 시작된 이차원 완화는 시작부터 혁혁한 전과를 거둔다. 엔화 환율은 정권 출범 전 1달러=78엔 수준에서 5개월여 만에 100엔대로 떨어졌고 평균 주가도 8600엔대에서 1만5000엔대로 급등했다. 아베가 바이 마이 아베노믹스(아베노믹스는 산다)라는 문구를 내놓은 것은 첫해 가을이다.
하지만 지휘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2년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2%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좀처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다급해진 일본은행은 2014년 가을 2탄 양적완화, 2016년 2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만 2%는 도망가듯 멀어져 갔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마이너스 금리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장단기 금리를 동시에 제어하는 일드커브 컨트롤 정책에 도달했다.
이 복잡한 정책 체계는 코로나 대응 등의 명목으로 추후 수정이 이뤄지지만 기본 틀로는 현재까지 바뀌지 않았다.
● 2% 달성 못해 적극 재정으로 옮기다
아베는 2018년 봄 구로다를 연임시키면서 2% 목표 달성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 일본은행을 놀라게 했다. 언제까지나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계속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이쯤에서 물가에 대한 아베의 관심은 급속히 줄어들어 제2의 화살인 재정정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재정지출에 거는 아베의 의욕은 이후 코로나 위기로 갈수록 탄력을 받으면서 일률적으로 10만엔의 지원금으로 대표되는 '대판 행보'가 속속 나왔다. 건전재정을 호소한 재무관료는 멀리 떨어져고, 원래 선진국 중에서 최악이었던 재정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런데도 아베의 재정이 계속 돌아간 것은 ①두 차례의 소비세율 인상을 실현시킨 ②아베노믹스로 세수가 회복됐기 때문이라는 게 수상관저측의 설명이지만 실태는 일본은행의 일드커브 컨트롤의 힘이 컸다.
장기금리를 제로%로 고정할 수 있으면 국채 발행금리를 저위로 낮출 수 있어 아무리 국채를 내도 이자지급비를 억제할 수 있다. 사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후 2021년도까지 국채 발행 잔액은 300조엔이나 증가했지만 국채비는 5000억엔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베도 아베 이후 내각도 재원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대규모 재정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아베의 적극재정론은 퇴진 후 더욱 거세져 인플레이션이 되지 않는 한 통화발행권을 가진 국가가 재정적자로 파탄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MMT(현대화폐 이론)에 한없이 다가간다.아베 정권에서 각료를 지낸 자민당 간부는 아베 씨는 총리 때부터 심정적으로는 MMT파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돌아보면 아베노믹스는 초기 양적완화에서 장단기 금리 조작으로 탈피하고 그것이 국가재정을 지탱하는 구도로 변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본질인 대담한 금융정책이 의도치 않게 기동적 재정정책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 결과로서 일본 경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 정치적 성과가 있어도 성장력은 하락
우선 초엔고가 시정되면서 기업실적은 회복됐고 주가상승이 자산효과를 낳았다. 고용회복도 아베노믹스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확실히, 13년부터의 9년간에 취업자는 433만명 증가해, 고용·취업환경의 호전이 젊은층의 자민당 지지를 늘렸다고 한다. 모두 정치적으로는 큰 성과다.
단지, 증가분 중 60%는 비정규 형태의 취업 증가였기 때문에, 파트·아르바이트의 단시간 노동이 증가한 결과, 노동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했다.
아베노믹스가 채택된 지난 10년간 실질 성장률은 평균 0.6% 정도(2022년도는 정부전망)에 그친다. 이는 디플레이션 시기로 여겨졌던 2003년부터 2012년까지의 평균치(0.63%)와 거의 다르지 않다. 전반의 5년간에 크게 성장하고 후반의 5년에 침체속도의 사이클도 같다.
또 물가상승률로 비교해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쇼크가 일어날 때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0.6% 정도다. 여기서 두 차례의 소비증세 인상 효과와 교육 무상화 등에 따른 물가인하 효과를 모두 제외하면 실제기준 평균치는 0.4%에 불과하다는 추산 결과도 있다. 결국 제로% 근방에서 맴돌던 일본의 물가 기조는 아베노믹스로 바꿀 수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 아베노믹스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 노선 전환에 높은 장벽
우선 일본은행이 거액의 자산을 매입하면서 국채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중앙은행의 관리 하에 놓여 경제 변동을 알리는 신호효과는 마비되고 있다. 계속되는 완화로 은행 경영은 압박받고 금융시스템은 다시 이상해지고 있다. 재정규율은 완전히 이완되고 신용등급 강등이 장기금리 급등을 초래해 재정이 갑자기 위기에 빠질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장기 금융완화가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려 조용한 퇴조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일본 경제만 크게 리바운드되지 않은 실태가 그 가능성을 말해준다.
다만 그래도 위정자들은 재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편안함을 느끼고 하루빨리 이차원 완화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아베 로스 요소가 더해지면 노선전환에 대한 정치적 장벽은 높아질 것이다.
최근 해외 업체의 국채 공매도는 시장이 장단기 금리조작 지속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행은 막대한 국채 매입으로 이를 억누르고 있지만 앞으로도 시장의 반란을 억누르면서 일드커브 컨트롤을 계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혼란 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실한 전망을 가진 당국자는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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