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벌'을 믿는 종교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후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종교에 대해 생각할 때 나쁜 인간에게는 신의 벌이 내려지는 듯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위대한 존재가 인간의 도덕심을 감시한다는 요소는 그리 보편적이지 않다고 하며 옥스퍼드대학이나 게이오기주쿠 대학의 연구자들이 '신의 벌을 믿는 종교가 나타나는 타이밍'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상하는 '신'이란 사람들의 행실을 감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벌을 내리는 존재이다. 그러나 소규모 전통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존재가 인간의 도덕심을 신경 쓰지 않는 정신세계를 상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규모 사회에서의 정신세계는 인간사회의 영위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개인이 정상적인 존재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고 경의를 표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주요 종교는 사악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신의 벌이나 지옥, 카르마 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한 유력한 가설은 대규모 사회가 발전하려면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작은 집단은 서로의 존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면 곧바로 집단숙정이나 축출의 대상이 되고 '신에 의한 감시의 눈'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가 커지면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늘어나 부정이 간과될 가능성도 증가하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는 인간을 감시하는 존재로서 '신에 의한 감시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가설로는 "'신에 의한 감시의 눈'을 믿는 종교를 믿는 것이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유리해진다"는 것도 있다. 거래에서 '전지전능한 신을 믿으며, 부정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믿는 사람은 부정을 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복잡해지고 낯선 상대방과의 거래를 할 기회가 늘어난 결과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도덕심을 찾는 종교의 인기가 높아졌을 수도 있다.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와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많은 가설이 존재하고 있지만,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등장함으로써 사회적 복잡성이 증대된 것인가, 사회적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등장했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일관된 결론을 얻지 못했다.
태평양 섬들의 신앙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벌이 집단을 다스리는 수장의 대두에 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시사되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사회적 복잡성의 증가가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의 대두에 선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연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탄생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대규모 오픈 접속 데이터베이스 Seshat(세샤트)을 이용해 분석을 실시했다고 한다.
'세샤트'라는 명칭은 고대 이집트의 지혜, 지식, 기술을 관장하는 여신인 세샤트에서 따온 것으로 10년에 걸쳐 많은 학자들이 협력해 데이터를 추가해 왔다고 한다.
세샤트에는 세계 각지의 문명에서의 사회의 복잡성, 종교, 전쟁, 농업, 기타 문화와 사회 기능에 관한 데이터가 최대 1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록되어 있다. 연구팀은 이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등장함에 따라 사회적 복잡성이 증가했는지, 사회적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등장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과거 1만년의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30개 지역의 414개 사회집단에 대해 사회적 복잡성을 나타내는 51개의 척도와 '초자연적 존재에 의한 도덕심의 강제'를 나타내는 4개의 척도를 이용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등장하는 것은 사회적 복잡도가 급격히 상승한 뒤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세로축이 위로 올라갈수록 사회적 복잡도가 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로축은 시간을 나타낸다.
사회적 복잡도가 낮을 때는 의식적인 요소가 강한 종교 그대로이지만 사회적 복잡도가 급격히 상승한 후 타이밍에만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는 신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회집단의 전체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서기 전후의 타이밍에 도덕심을 요구하는 종교가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회적 복잡도가 커진 요인에 대해서도 세샤트를 이용해 연구하고 있으며 매일 또는 매주 정기적인 집회가 사회적 복잡도가 상승하는 초기 시점에 나타나는 경향 등도 발견한다는 것이다.
또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쇠퇴가 다양한 집단의 협력체제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지, 혹은 신의 존재를 다른 형태의 감시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명하는 힌트도 세샤트를 이용해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Complex societies precede moralizing gods throughout world history |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043-4
Big gods came after the rise of civilisations, not before, finds study using huge historical database
https://theconversation.com/big-gods-came-after-the-rise-of-civilisations-not-before-finds-study-using-huge-historical-database-11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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