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향후 「위험회피 자산」이 될 것인가? 우크라이나·중동 사태 악화 때 '도피처'로 주목받은 이유
- 위험회피 자산으로서의 위치가 강해지는 비트코인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기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암호자산 시장에도 파급되고 있다. 이번에는 지정학 리스크와 암호화폐 시장, 특히 비트코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현재 중동 정세 악화가 향후 장세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살펴본다.
■ 위험회피처로서 주목받는 비트코인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면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주식을 매도하고 이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금(金)이나 채권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트코인도 새로운 도피처로서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암호자산으로서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그 비중앙집권적인 특성과 한정된 공급량으로 인해 금(金)과 유사한 '디지털 골드'로서의 강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유사시 정부나 금융기관의 영향을 받기 어려운 비트코인은 특히 법정통화 가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산보전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다.
■ 키프로스·홍콩·미얀마 정정불안 때 주목받았다
비트코인이 처음 지정학 리스크 관점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2013년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다. 이때 키프로스 정부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은행 예금자의 자산에 대한 이례적인 과세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예금자들의 자산이 위협받으면서 국민들 사이에 예금 인출사태가 빚어졌다. 이 위기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은행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키프로스 위기 이후 비트코인은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는 다른 면에서도 비슷한 주목을 받게 됐다.
예를 들어 2019년 홍콩에서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서도 비트코인은 자산 이동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많은 시민이 자산을 해외로 옮길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금융시스템을 이용한 자산 이동이 제한될 위험이 커지자 비트코인은 안전한 도피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익명성이 높고 정부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은 중국 본토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또한 2021년 미얀마에서의 군사 쿠데타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높인 사건 중 하나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국내에서는 은행 기능이 정지되면서 국민들은 예금 인출이나 자산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쿠데타로 인한 불안정한 정치상황 속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은 현지에서의 자산 이동 수단으로 이용돼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 무국적·디지털이기 때문에 도피처가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 리스크가 암호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전쟁 발발 직후 비트코인은 다른 위험자산과 마찬가지로 크게 매각하게 되었고 가격은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고 도피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러시아에서는 국제적 제재를 받은 결과 루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자국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그래서 일부 러시아 국민이나 기업은 비트코인을 이용해 자산을 보전하려고 했다. 또, 러시아 정부도 경제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자산을 이용한 무역결제나 자금 이동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자산이 군사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호자산 기부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해 국가 지원의 새로운 형태로서의 암호자산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례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에서도 국가 간 대립과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비트코인과 같은 무국적이고 디지털한 자산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다. 특히, 이란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암호자산을 활용한 경제적 자립의 수단을 모색하고 있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 비트코인이 분산 투자에 효과적인 이유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골드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자산과는 다른 상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일환으로서 유효하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지정학 리스크로 하락하더라도 비트코인은 같은 움직임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정부나 금융기관의 정책에 좌우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성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를 축소시키는 수단으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공급이 한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받기 어려운 점도 매력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국가 간 대립이나 제재가 원인이 돼 통화가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러한 외부 요인에 좌우되기 어렵고,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도 가치의 보존수단으로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암호자산 전체가 매도되기 쉽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자산을 구별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암호자산이라도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도피가 진행됨으로써 상대적인 하락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시장 불안정 시에는 암호화폐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은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 하락하기 쉽지만 상황이 진정된 후에는 위험회피 자산으로 재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면 비트코인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보다 심화되면 투자자들이 도피처로 비트코인을 다시 주목해 금(金)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오르는 흐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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