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의 대두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지금 전지구적 규모로 펼쳐지는 자원, 토지, 노동, 데이터의 쟁탈전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천연자원의 거대한 권익을 강력히 요구했듯이 각국은 지금 전 지구적으로 자원, 토지, 노동, 데이터를 서로 빼앗고 있다. 폭력을 동반한 '국가권력'은 점점 자본의 권력 일부가 되려 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등의 발언에서는 보이지 않는,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정한 전쟁이란 어떤 것인지, 최근 일본에서 발간된 「21세기의 국가론 끝없는 전쟁과 래디컬한 희망(21世紀の国家論 終わりなき戦争とラディカルな希望)」의 내용 일부이다.
◆ 사실 미국의 헤게모니 축소로 세계는 혼돈화되어 있다
최근의 세계정세는 미국의 헤게모니(Hegemonie. 주도권) 축소로 인해 혼돈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의 「포스트 콜로니얼(post colonial) 국가」간, 그리고 동유럽이나 남동유럽의 구 「현존 사회주의국」간에 계속적으로 분쟁이 전개되는 등,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에 있어서 주권 국가 체제가 기능하지 않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콜로니얼(post colonial)국가는 과거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 식민지로부터 독립 후의 국가
이탈리아의 세계 시스템론자인 조반니 아리기는 냉전 이후 지정학적 무질서(anarchy)를 주권국가 시스템인 아나키와 구별해 '시스템적 카오스(khaos, 혼돈)'라고 불렀다. 무질서(anarchy)가 실제로는 힘의 균형처럼 모종의 질서를 만들어낸다면, 아리기가 정의한 카오스는 그것과는 별개의 지정학적 시스템이다. 즉, 전반적으로 질서가 결여된 다극적 세계에서 다양한 차원에서 질서 형성에 대한 요구가 증폭되어 가는 상황이다.
아리기는 시스템적 카오스 안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헤게모니(Hegemonie. 주도권) 질서가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은 그 담당자로서 중국을 상정하고 있다. 최근 확실히 중국은, 독자적인 「먼로·독트린」에 의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부터 미국을 내쫓는 「지역 패권」(미아 샤이머)을 노려 왔다. 하지만, 시스템적 카오스는, 새로운 대국이 현행의 국가간 시스템에 도전하는 것으로부터 생기는 것은 아니다.
헤게모니의(Hegemonie. 주도권) 교체는 오히려 쇠퇴하는 강대국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에, 가령 글로벌 경제권력의 지정학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로 도래한다. 즉 글로벌 경제의 중심지인 남·동아시아 지역 강대국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의 적응 여부가 헤게모니 이행의 기본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를 들면 중국이나 인도가 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을 넘어 글로벌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현재 지정학적인 군사대립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회랑 구상(국경을 횡단하는 형태로 도로나 철도 등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이 지경학적인(geoeconomical)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적 카오스는 헤게모니 전환의 징후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위기가 상태화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국가 주권을 넘어선 '자본의' 주권
2021년 아프간니스탄 철군으로 결정적인 미국의 헤게모니 축소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帯一路)와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와 같은 대권역 구상,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가)와 같은 다른 권역에서의 다양한 질서 형성을 촉구하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의 지정학적 카오스는 주권국가를 초월한 대권역의 형성과 대립에서 이미 출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다극화된 세계의 지정학적 시스템을 정면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현대의 지정학적 카오스는 국가(nation)라는 영역을 전제로 한 제국주의 국가 간의 대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본의' 주권(마르크스)은 국가의 영역 주권을 넘어선 '행성적이고 지구공간적인 사고양식'(슈미트)으로 구체적이고 역사적으로 파악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구체적 질서를 탈권역화하는 세계주의(cosmopolitanism)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자본의' 주권은 서유럽에서 유래한 국가 간 시스템이나 중국이나 유라시아 등 권역 질서와의 관계에서, 즉 지정학적인 제도들에 각인되어 있다. 21세기 시스템적 카오스의 시대, 우리는 행성 차원에서 전개되는 말 그대로 글로벌 전쟁을 고찰의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아우토노미아파이자 네그리와의 공저도 있는 세디요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는다』(2023)라는 저작에서 행성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전쟁 체제를 논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은 장기 정체기에 돌입하고 있으며, 산업적인 자본 축적에 의한 이윤이 아니라 토지나 천연자원의 배타적 소유에 의한 초과 이윤, 그리고 최근에는 데이터 독점에 의한 초과이윤을 기축으로 하는 「렌트 자본주의(불로소득 자본주의. rentier capitalism)」로 전환되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국가」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대두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구조 전환이 있다.
산업이윤에 의거한 축적체제에서 렌트(고정화된 초과이윤)에 의한 수탈체제로의 전환에 의해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행사는 더 이상 계급투쟁을 진압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지 않게 된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에 있어서 노골적인 폭력의 발동은 '근원적 축적'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탄생기에 한정되는 것으로, 그 후에 폭력 행사는 뒤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1부에서 보았듯이 국가권력이 자본의 구성요소라는 테제를 전제로 한다면 국가의 폭력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구성한다'는 상황도 설명 가능하다.
직접적인 폭력이 앞선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무엇도 근원적 축적이라는 역사적인 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그라리오 안타゠마르티네스가 「자본의 말기적 축적」이라고 부른, 현대의 포스트(post)축적 체제에서도 분명히 관찰된다.
◆ 수탈되는 부(富)는 천연 자원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중요한 '채취주의 extractivism(정부가 자국의 광물자원을 수출함으로써 외화를 획득하는 정책으로, 원래는 남미의 좌파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이용된 개념)'은 희귀금속(rare metal)이나 셰일오일과 같은 천연자원의 채굴에 그치는 경우는 없다. 즉 자본채취주의는 데이터의 채굴(마이닝)과 취득을 통해 사회적 노동이나 생산력(협업)으로부터 강제로 부(富)를 포획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시장의 가치법칙이 아니라 천연자원이나 토지(혹은 플랫폼)의 배타적 소유를 통한 폭력적 수탈이 국가권력과 얽히면서 점점 자본의 권력을 구성하게 된다.
세디요는 포스트 축적 체제 속에서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은 단지 지정학적인 카오스(아리기)가 아니라 '에코' 시스템적 카오스에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포스트 축적 체제는 멀티튜드(Multitude. 다양한 개인의 집합)의 살아있는 노동(인간)뿐만 아니라, 에코로지(자연. ecology)를 포함한 시스템 전체로부터 부를 영유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생태계적 카오스라는 새로운 질서의 등장은 국내외 '대지의 노모스(nomos. 법률, 관습, 제도, 인위적인 질서)'(슈미트)라는 지정학적 영역뿐만 아니라 생태계(에코시스템)도 포괄한 행성 주권을 개념화하도록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웨인라이트와 맨은 아간벤의 예외 상태에 관한 논의를 기후위기 문제에 응용함으로써 행성 주권이라는 새로운 주권 개념을 제기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는, 국가를 넘어 인류 전체가 행성 수준의 카타스트로프(Catastrophe. 파국, 재앙)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행성 주권」이란, 국가가 아닌 행성, 즉 지구 그 자체가 주권이 되는 권력 메카니즘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제사회에서 행성 주권자는 누가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고, 누가 어떻게 기후위기에 적응하며, 누구와 무엇이 희생되어야 하는지를 관리한다. 행성 주권이란 자본주의 국민국가로 구성된 세계 시스템에서 전세계적(global) 지배체제를 수행하는 권력의 새로운 형태일 뿐이다.
웨인라이트゠맨은 행성 차원에서 주권 형태를 구축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 강화하는 권력 메커니즘을 특히 '기후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이름 붙였다. 다만 생태계적 카오스에서는 이 기후 리바이어던=행성 주권과 웨인라이트들이 '기후 비히모스(behemoth. 거대한 괴물)'라고 이름 붙인 국가 주권이 끊임없이 항쟁을 벌인다. 행성 주권은 어디까지나 사변적인 하나의 추상 모델로, 대권역 질서와 같은 지정학적 제도에서 전개된다는 것이다.
기후 비히모스란 어디까지나 국민국가라는 주권 형태를 고집함으로써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화석자본에 대한 의존을 추구하려는 권력 메커니즘을 말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푸틴 체제는 21세기에 들어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비롯한 채굴·채취 산업이나 금융 섹터를 전략적 산업으로서 강화함으로써 권위주의화되어 갔다고 알려져 있다.
트럼프와 보르소나로, 그리고 푸틴의 기후변화 부정론(기후 비히모스)은 화석 자본과의 유대를 유지·강화하고 그린 뉴딜 정책(기후 리바이어던)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기후변화라는 말 그대로 지구 규모의 긴급사태에 대처·적응하려는 강대국의 헤게모니 대립은 단순한 국민국가 차원을 초월한 행성적이고 다국적 기업(transnational)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전쟁체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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