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일수록 좌파정당 지지하는 '선진국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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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고학력자'일수록 좌파정당 지지하는 '선진국 현실'

by 소식쟁이2 2024. 12. 26.

'고학력자'일수록 좌파정당 지지하는 '선진국 현실'

◆ 노동자 편들기를 그만둔 세계 좌파정당
프랑스에서의 연료세 증세에 대한 반대 집회 「노란 조끼 운동(gilets jaunes)」과 같이, 지금 전세계에서 정치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으로 세계 정당의 큰 변모를 들 수 있다.

과거 좌파라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좌파 정당은 노동자를 편드는 것을 그만두고 엘리트를 위한 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금융 애널리스트의 요시마츠 타카시는 주장한다.

그의 저서 '노동자 편들기를 그만둔 세계의 좌파 정당'에서는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의 정치 분석을 힌트로 삼아 21세기 노동자를 구할 길을 찾고 있다.

이 책은 피케티의 분석에서 좌파 정당의 지지기반이 지적 엘리트로 변용되면서 블루칼라의 편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 상황을 분석한 대목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자료는 일본의 요시마츠 다카시(吉松崇) 저서 『노동자의 편을 그만둔 세계의 좌파 정당(労働者の味方をやめた世界の左派政党)』에서 일부 발췌·편집한 것입니다.

◆ 토마 피케티가 발견한 좌파정당 지지자들의 새로운 법칙
피케티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 영국, 미국의 3국에는, 선거의 출구조사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투표자의 투표처, 성별, 인종, 종교, 최종학력, 소득, 자산 등 다양한 속성을 알 수 있다. 선거별 샘플 수도 수천만 건 정도여서 신뢰성은 상당히 높다.

피케티는 1948년부터 2017년에 걸친 이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해 투표자의 투표처마다 그들(그녀들)의 속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세 나라 모두에서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인 것이다.

피케티의 「발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산이 많은 사람은 '우파'에 투표하고, 적은 사람은 '좌파'에 투표한다. 이 추세는 1948년부터 2017년까지 변하지 않았다.

2. 소득이 많은 사람은 '우파'에 투표하고, 적은 사람은 '좌파'에 투표한다. 이런 경향도 여전하다. 다만 소득과 투표처의 상관관계는 최근에, 약해지고 있다(고소득자가 「좌파」에 투표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3. 소수자(비백인)는 어느 시대나 압도적으로 좌파에게 투표한다.

4. 여성은 1948년에는 압도적으로 '우파'에 투표했었다. 하지만, 서서히 「좌파」에 투표하는 사람이 증가해, 현재는, 「좌파」에 투표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5. 1948년에는 고학력자의 대다수가 '우파'에 투표했지만 고학력자의 '좌파'에 투표하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현재는 고학력자 중 좌파에 투표하는 비율이 저학력자 중 좌파에 투표하는 비율을 넘어섰다.

전술한 1~3은 거의 변화하지 않은 속성이며, 4와 5는 크게 변화한 속성이지만, 이 중에서 피케티는 특히 5에 주목한다.

원래 좌파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정당으로, 그 지지 기반은 노동조합이었다. 노동자는 대체로 저학력이고, 반면 고등교육이 대중화되기 이전의 고학력자들은 부유한 자산계급의 자녀들이 압도적이므로 1948년 어느 나라에서나 고학력자들이 부유층을 대변하는 우파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납득할 만하다.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고등교육이 점차 대중화된다. 어느 나라든 대학 진학률이 크게 올랐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가 보다 기능이 높은 노동자, 즉 엔지니어나 화이트칼라 같은 지식 노동자를 필요로 하게 된 결과다.

그리고 이렇게 고학력이 된 사람들은 종전 직후의 고학력자와 달리 반드시 우파 정당에 투표하는 보수층이 아니라 오히려 좌파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 좌파 정당의 지지 기반이 고학력 지적 노동자로 바뀌었다
피케티에 따르면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고등교육이 애초에 자유주위적 가치관을 함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민에 관용적이고 소수자에 동정적인 사람의 비율은 고학력층이 저학력층보다 훨씬 높다.

또 다른 이유는 고학력 근로자의 소득 수준은 비교적 높지만 반드시 자산을 많이 가진 부유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전통적으로 자산계급을 우대하는 보수정당, 즉 우파에게 투표할 인센티브가 없다.

이렇게 고등교육의 대중화에 따라 좌파정당의 지지기반이 저학력 노동자에서 고학력 지식노동자로 크게 옮겨간 것이다. 고학력 좌파 지지자들은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자유주의적 가치다. 이렇게 해서 현대의 좌파 정당은 지적 엘리트의 정당으로 변질되었고, 그 결과로 좌파 정당의 관심도 소득 재분배에서 이민이나 마이너리티(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소수자)의 문제, 혹은 LGBT(성소수자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문제로 대표되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인종·성·종교·계급 등 여러 기준으로 분화된 집단이 각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주력하는 정치)로 전환했다는 것이 피케티의 견해이다.

◆ 좌도 우도 엘리트 정당에 블루칼라 편은 없어진다
과거 정치에서 우파와 좌파의 대립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대립, 즉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 대립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현대에는 좌파 정당의 변질에 의해, 우도 좌도 엘리트의 정당이 되었다.

피케티의 말을 빌리자면 우파는 자산(물적 자본)을 소유한 상인 엘리트, 좌파는 지적 엘리트다. 후자는 휴먼 캐피털(인적 자본)의 소유자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면 알기 쉬울 것이다.

즉 우파의 전통적 지지기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좌파의 지지기반이 크게 바뀌면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편이 없어진다는 에어포켓이 생겨난 것이다.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저학력층의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를 깨달은 것은 프랑스든 미국이든 좌파가 아니라 우파였다. 마리느 르 펜이자 도널드 트럼프다.

물론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저소득층 친화적인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수사학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그 으뜸이 국경에 장벽을 세운다는 네이티비즘(nativism. 토착 원주민 보호를 위한 배척주의)이다.

왜냐하면 이민 노동력과의 경쟁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은 저소득 노동자이지 지적 엘리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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