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자리 지키기=기업 지키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지금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노동자'다.
<전후 일본은 불경기가 되자 기업 지원을 통해 고용을 지켜왔지만, 이러한 형태의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위기는 일본이 안고 있던 임금과 고용의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켰다. 일본에서는 '일자리 지키기=기업 지키기'로 고용정책은 전적으로 기업지원 형태로 제공돼 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기업 노동자들은 이 틀에 들어가지 않아 일본 국민들 사이에는 큰 분열이 생기고 있다.
급격한 경제상황 변화에 대해 정부가 민생을 지원하는 것은 선진국으로서는 당연한 정책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전후 일본의 경우 이는 기업을 통해 실시하는 것이 암묵적인 양해였다. 불경기가 되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업을 돕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도 이에 부응하는 형태로 각종 기업 지원책을 시행해 왔다.
이른바 샐러리맨이라는 고용형태가 확대되고 사회가 획일적이었던 쇼와 시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기업을 통한 노동자 보호는 잘 기능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된 세계화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의해,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형의 안전망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되었다.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안이한 선택을 하면서 고용 조정판으로 이용하게 됐다. 한편, 대기업 정규직은 기득권화하고 전례를 답습하는 업무관행에 의해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벌어질 경우 기존과 같은 기업 지원책에만 머물러 있다가는 지원 틀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코로나 위기 때 정부는 기존 방침을 대전환해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급여를 나눠주는 시책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선심성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 익숙한 기업을 돕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일본 국민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튼 것은 큰 변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기업은 보호하는데 노동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본래 기업이란 늘 신진대사를 꾀해야 할 존재이며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다. 반면 노동자라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 쉽게 몸 하나로 길거리에 내던져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과도하게 기업을 보호하는 반면 해고된 노동자는 아무것도 지원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일본 국민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것이 인력 유동화를 저해하고 있다.
설사 기업에서 해고되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생활지원과 스킬업 학습기회를 제공하면 근로자들은 안심하고 다음 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의욕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이용해 커리어 업을 도모하므로 필연적으로 사회 전체에서의 인재 적정 배치가 진행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혜택을 계기로 기업지원을 핵심으로 한 재래식 일자리 정책에서 완전히 벗어나 개인지원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일자리 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기업들도 연공서열 처우에서 업무에 대해 임금을 주는 이른바 잡형 일자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잡형 일자리가 되면 조직이 아닌 개인이 주역이 되므로 당연히 고용 지원책도 개인에게 옮겨가야 정합성이 있다. 이 개혁이 이뤄지면 일본 경제를 성장궤도로 되돌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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