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치녀」, 일본의 「트위페미」..
영지(英誌)가 보도하는 '동아시아의 인셀(Incel)'
한국과 일본의 '비인기남'들이 '반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이유는?
*인셀(Incel, IN-sel, involuntary celibate, "비자발적 금욕"의 합성어)은 자신이 연애 파트너나 섹*스 파트너를 갖을 수 없다고 정의하는 사람들(비자발적 순결주의자 또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주로 백인, 남성, 이성애자)의 온라인 하위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 반페미니즘이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양국에 공통된 것은 우수한 여성에 대한 반발, 경제적 전망의 어두움, 그리고 인터넷상의 부추김이라고 한다.
◆ 스스로는 '역차별'의 희생자
서울에 거주하는 요리사 김우석(31)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에 의문을 품고 자랐다. 전업주부인 어머니가 안쓰러워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생각은 일변했다. 인터넷상의 일부 여성운동가들이 작은 페니스를 비웃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남자로서의 존엄성이 공격받는 것 같았어요"라고 김은 말한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여성보다 남성을 차별하게 되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김에게는 애인이 있지만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한국 남자의 상당수는 여자와 사귀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남녀간 의식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으며, 젊은 남성은 보다 보수적으로, 젊은 여성은 보다 자유로워(liberal)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경향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남성보다 학력이 높고, 취직 경쟁에서 라이벌이 되며,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들--그런 현상에 남성은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20대 남성의 79%가 자신은 '역차별'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이웃 일본에서도 같은 해 조사에서 18~30세까지의 남성의 43%가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답했다.
영지(英誌)가 본 일본인 남성의 identity crisis(자기주체성의 위기. 자기의 주체성이나 존재의식이 약해지는 불안정한 상태)다.
◆ 성평등은 달성되었나?
원래 동아시아 국가들은 가부장적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일본과 한국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부유한 29개국의 직장 환경에서 여성의 근로 편의성을 평가한 지표)에서 모두 최하위권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크고,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31%포인트 낮다. 일본에서도 그 차이는 21%에 이른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023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72%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남성은 남자답지 않다고 생각해, 조사대상 30개국 중 가장 많았다.
그래도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여성의 생활은 향상되고 있다. 이 지역의 딸보다 아들 선호는 시들해지고 학업에서의 성공이 남녀를 막론하고 기대된다. 이제 한국, 중국, 대만에서는 여자의 대학진학률이 남자를 앞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남자 쪽이 높지만, 그 차이는 약 6포인트까지 좁혀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5~39세의 여성의 유업률(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2022년에 처음으로 80%를 돌파했고, 한국에서도 25~29세 여성의 74%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의 약진이야말로, 반발을 부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자신보다 우수한 여성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은 서울대 이현재 교수다.
그에 따르면 많은 남성들은 성평등은 이미 달성됐다고 느끼고 있고, 이미 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또다른 여성 지원책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일본 20대 남성 동정률 40% 넘어
동아시아 남성들이 반페미니즘 쪽으로 기울게 되는 요인은 또 있다. 아버지 세대와 비교해 경제적 전망이 어두운 것이다.
일본은 1991년 거품경제 붕괴를 겪으면서 수십 년에 걸친 눈부신 성장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샐러리맨」모델은 붕괴해, 비정규나 파트타임의 일이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3년 인플레이션율이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약 3%로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 그리고 실질임금은 지난 2년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학생도 아니고 일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백수상태의 젊은 남성 비율이 2000년 8%에서 21%로 급증했다. 대조적으로 여성의 니트율(NEET率. 취업에 대한 의욕이 없는 자발적 실업자, 학교도 다니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무직자)은 같은 기간 44%에서 21%로 감소했다.
반면 연애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결혼하는 사람은 계속 줄고 있다. 20대 후반 일본 여성의 60% 이상이 미혼이며, 이는 1980년대 중반의 2배에 해당한다.
일본에서는 남성의 첫 체험의 연령은 옛날부터 높았지만, 그 경향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2022년 조사에서는 20대 남성으로 성경험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40%를 넘었다. 또 같은 해의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40%가 교제경험이 없다고 회답하고 있다.
결혼을 둘러싼 경향은 한국과 대만에서도 비슷하고, 그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는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2. 대만은 0.87, 일본은 1.2다.
한국에서는 남자와의 관계를 뚝 끊어버리는 여성도 있다. 2019년에는 이 나라에서 소수파이면서 '4B 운동'이 출현했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뿐 아니라 남성과의 데이트와 성행위까지 4가지를 모두 거절한다는 운동이다(B는 한국어로 비를 발음했을 때 나는 소리).
이들은 남성과의 생활은 자유가 없는 생활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제와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보다 거기서 떠나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라고 4B 운동의 실천자인 김진아는 말한다.
◆ 「김치녀」 「트위페미」 「약한 남성(弱者男性)」
인터넷상에서 여성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서두에 나온 김우석은, 남성권리옹호단체 「새로운 남자들의 연대」를 이끄는 배인규를 SNS로 팔로우 하고 있다. 배는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다.
한국에서는 남자들 사이에서 김치녀라는 모멸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젊은 한국 여성을 물욕이 강하고 지배적이며 남성에게 기생하며 살고 있다고 조롱하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트위터상의 페미니스트, 줄여서 트위페미가 모멸적으로 쓰이게 됐다.
그 일본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인셀」(여성과 성적 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외모나 사회적 지위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남성)과 비슷한, 「약한 남성」이라고 불리는 그룹이 출현하고 있다.
연애에 관해서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호리이케 다케시(25)는 말한다. 그는 과거에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고, 그것은 낮은 수입과 외모가 원인이라며 '약한 남성(弱者男性)'을 자인하고 있다.
이러한 반페미니즘 감정의 고조는, 동아시아의 출산율 하락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 같다. 한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대 후반 한국 남성의 60% 이상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 중 이 생각에 동의한 사람은 34%에 불과했다.
과연 동아시아 남녀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한 만남 앱이 이혼 경험이 있는 독신자를 대상으로 202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37%가 '가부장적'인 남성은 최악의 교제 상대라고 답했다. 그리고 비슷한 비율의 한국 남성이 '페미니스트'와 사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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