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지가 보도하는 '한국 경제의 성장 이탈과 그 원인'
- 한국경제 기적은 끝났나-과거 성장모델 고집하며 개혁을 게을리한 나라
외신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와 현재의 우리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다음의 외산에 나온 주요 내용이다.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한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띌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 의존이나 재벌지배 같은 과거의 성장모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AI 특수를 예상해 서울 외곽에 거대한 반도체 집적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서울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용인시 외곽에서는 대통령이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이라고 부르는 상황에 대비해 무수한 굴착기가 준비를 하고 있다.
굴착기는 하루에 4만평방m의 토사를 운반해 산을 두 동강 내며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집적지)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일각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3층짜리 제조공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가 910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이 1000에이커의 제조거점은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를 포함해 총 471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개발은 주력 수출산업이 아시아와 서구 경쟁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SK하이닉스와 힘을 합쳐 한국 기업이 국제적인 반도체 클러스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력을 지원할 것입니다"라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월 용인공장에서 열린 모임에서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에게 말했다.
업계 전문가 대다수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최첨단 메모리칩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용인공장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들은 제조업과 대기업이라는 재래식 성장 드라이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결단이 이미 막혀 있는 경제모델을 개혁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 일본 '모방'으로 따라잡은 경제모델
한국은 1970~2022년까지 평균 6.4%의 경제성장을 이뤄왔지만, 한국은행은 지난해 2020년대 성장률이 평균 2.1%, 2030년대 0.6%로 둔화하고 2040년대에는 0.1% 축소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기존 성장모델의 기둥인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국영 한국전력공사는 국내 제조업체에 거액의 보조금이 붙은 산업용 요금을 제공해 왔지만, 이제는 1500억달러이나 되는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뿐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발명된 반도체나 리튬이온전지 등 기존기술을 상품화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새로운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중국 등 경쟁국이 기술혁신의 차이를 좁히면서 이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밖에서 보면 한국은 매우 활기찬 나라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방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는 1970년대부터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박 교수는 말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도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35%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며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대비 28%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과거의 성장모델을 고집하면 한국 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초 외신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AI 붐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를 구하고 생산성과 인구 문제에 해결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한국이 출산율 급락, 시대에 뒤떨어진 에너지 부문, 침체된 자본시장 등 다양한 과제에 매달린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 상황이 개선될 전망은 희박하다. 한국의 정치는 좌파가 지배하는 의회와 지지율이 낮은 보수정권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다. 4월 실시된 총선에서 좌파 정당이 승리함에 따라 2027년 차기 대선까지 3년 이상 꼬인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산업계는 구 모델 탈피에 고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202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여한구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 '한강의 기적'은 멀어져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구 모델의 개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너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국가주도형 자본주의의 공적은 가난한 농경사회를 반세기도 안 돼 기술대국으로 도약시킨 것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2018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구매력 평가기준)가 과거 식민 종주국인 일본을 앞질렀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서울 사무소에서 집행파트너를 맡고 있는 송승헌은 한국이 두 번의 큰 도약을 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1960년대~1980년대에 걸쳐, 일용품의 생산으로부터 석유화학이나 중공업으로 이행한 시기.
두 번째는 1980~2000년대에 걸쳐, 첨단기술 제조업으로 이행한 시기이다.
하지만 2005~2022년 사이 한국 수출품목 상위 10개에 새로 든 것은 액정 디스플레이뿐이었다. 그리고 중요기술 분야에 있어서의 한국의 우위성도 떨어지고 있다. 2012년에는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건의 중점기술 중 36건으로 세계 1위에 올랐으나 2020년에는 단 4건까지 감소했다.
앞서 말한 박 교수는 현재 한국의 주요 재벌 중 상당수가 창업가의 3대째가 경영하고 있으며, 헝그리 정신에서 나온 성장 마인드에서 현 상황에 만족하는 기득권 마인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경제모델은 2011년에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10년에 걸친 중국의 대두와 세계적인 IT붐에 수반하는 수요의 급증, 그리고 삼성이나 LG에 의한 거액 투자가 있었다.
이들 기업은 일본 기업으로부터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패권을 탈취하기 위해 거액을 투입해 한국의 기술 수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그 후,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이 최첨단의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 기업을 따라잡으면서, 과거 고객이나 서플라이어였던 중국 기업은 라이벌로 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했던 삼성과 LG는 이제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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