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당선자는 '얼굴로만 선택한다'는 충격의 실험 결과 우리가 잘못된 사람에게 권력을 주는 이유
우리는 얼굴만으로 (정치)지도자를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활하면서 만나는 횡포를 부리는 상사, 부정을 반복하는 정치인, 시민을 억압하는 독재자 등 이 세상은 부패한 권력자들로 넘쳐난다.
그렇다면 왜 권력은 부패하는 것일까. 그것은 악인이 권력에 끌려가기 때문인가. 권력을 가지면 사람은 타락해 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악인에게 쉽게 권력을 주기 때문일까.
이에 진화론과 인류학, 심리학 등 여러 각도에서 권력의 본질에 다가서는 '왜 악인이 우위에 서는가 : 인간사회의 불편한 권력구조'의 일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왜 정치가는 타락하고 직장에 사이코패스가 만연할까? 진화론과 인류학, 심리학을 통해 해석한다
■ 아이들이 얼굴 사진만으로 선장을 고른다고?
우리 인간은 잘못된 이유로 잘못된 사람에게 권력을 부여할지도 모른다.
2008년에 스위스의 연구자들이, 실험을 실시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이들은 5~13세의 현지 어린이를 681명 모았다.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요구했다.
그 시뮬레이션에서는 이제 항해를 떠나는 배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이들은 각각 화면에 표시된 두 얼굴을 바탕으로 자신의 디지털 배 선장을 선택해야 했다. 다른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골라야 하는 설정이 돼 있었다. 어떤 얼굴을 가진 사람이 좋은 선장으로 보일까? 상상의 배에 누가 유능한 지도자가 될 것처럼 보일까?
아이들은 몰랐지만 선장 후보 2명은 그냥 무작위로 뽑은 게 아니었다. 사실 프랑스 국민의회 선거에서 막말로 싸운 정치인들이었다.
얼굴 조합은 무작위로 아이들에게 배정했는데 모두 한 명은 당선자, 다른 한 명은 차점 후보였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의 71%로 어린이들은 선거에 당선된 후보자를 선장으로 뽑은 것이다. 같은 실험을 어른을 상대로 해보니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왔기에 연구자들은 또다시 놀라야 했다.
이 결과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아이들조차 얼굴만 보고 선거 당선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 이를 보면 우리의 평가가 얼마나 표면적인지가 역력하다.
그리고 둘째, 권력을 쥐게 할 사람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아이도 어른도, 인지 처리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액면 그대로'에 해당하는 어구는 'at face value'로, 'face'에는 '얼굴'이라는 뜻도 있다]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우리의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로, 다른 몇몇 연구가 보여주듯, 그룹 토론에서 더 공격적이거나 무뚝뚝한 사람은 더 협력적이거나 조심스러운 사람보다 더 권력 있고 지도자다운 것으로 인식한다.
이야기가 이상하게 정리되는 것 같지만, 권력은 선한 사람을 부패시킬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은 악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적당한 이유에서 부적당한 지도자에게 끌릴지도 모른다.
■ 열악한 제도가 부패한 권력자를 낳나?
공교롭게도 이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 밖에도 아직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권좌에 있는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애초에 그들이 악인이라서가 아니라 권력을 잡고 나서 사악(邪)해진 것도 아니고 열악한 제도에 의한 것 때문이었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가 간다. 어쨌든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승리할지도 모르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영원히 권력을 얻을 수 없는 것은 계약이니까.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는 진정으로 훌륭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며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권력의 매력과 권력을 쥐는 것의 영향은 상황에 달려 있다.
다행스럽게도 상황도 제도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희소식이 있다. 우리는 (정치)지도자에게 휘둘리는 것이 필연적인 세계에 사는 것을 운명짓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은 바로잡을 수 있을 수도 있다.
■ 부패한 행정직에 끌리는 인도 학생
인도 벵갈루루(옛 이름 방갈로르)에서 진행된 한 조사가 그런 낙관적인 시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공한다.
해당 조사를 한 연구자들은, 공공부문에서 뇌물수수가 일상다반사인 것 같은 곳에서는, 어떤 사람이 공무원의 경력에 끌리는지 알고 싶었다.
인도의 행정직은 절호의 시험장을 제공해 주었다. 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벵갈루루에서 관리가 되면 장부에 기재되지 않는 종류의 보수를 집으로 가져갈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두 경제학자가 기획한 실험에서는 수백 명의 대학생에게 표준 주사위를 42번 던져 결과를 기록하라고 했다. 어떤 주사위도 그렇지만, 어떤 눈이 나올지는 정말 운에 달렸다.
다만 주사위를 굴리기 전에 운 좋게 큰 숫자(점)이 나오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해뒀다. 4나 5나 6의 점이 나오면 더 많은 현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자진신고여서 학생들은 나온 숫자(점)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거짓말을 했다. 전체의 25%로 6개의 숫자(점)를 기록했고, 1개의 숫자(점)은 단 10%로밖에 기록되지 않았다.
그런 편향된 결과가 우연히 일어날 수 없음은 통계적으로 생각해 연구자들에게 분명했다. 개중에는 기가 막힐 정도로 뻔뻔한 학생도 몇 명 있었고, 무려 42회 연속 6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흥미로운 사실을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실험에서 부정을 저지른 학생과 결과를 정직하게 보고한 학생은 지원하는 경력에 차이가 있었다.
큰 숫자(점)이 나왔다는 허위 자진신고 학생은 평균적인 학생보다 인도의 부패한 행정직에 지원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행정직이 청렴하고 투명한 덴마크에서 다른 연구자 팀이 비슷한 실험을 해본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숫자(점)을 정직하게 자진신고한 학생들이 공무원을 지망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고, 거짓말을 한 것은 터무니없이 큰 부자가 될 만한 다른 직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었다.
부패한 제도가 부패한 학생을 끌어들였고, 공정한 제도는 공정한 학생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 회복해야 할 것은 파탄난 제도
어쩌면 권력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는 환경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선량한 제도는 윤리적인 사람이 권력을 찾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반면, 열악한 제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고 부정을 저지르고 도둑질을 하다가 마침내는 정점에 서는 인간의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 있는 사람에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파탄난 제도의 복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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