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시간 지날수록 전쟁은 푸틴의 승리?
<식품값과 에너지가격 급등이라는 제재의 보복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지에도 그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침공으로 서방 국가들이 발동한 일련의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큰 영향력을 가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들을 고립시켜 사회불안을 초래하고 러시아 정부를 흔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흔들리는 쪽은 러시아가 아니라 서방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와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보다 서방국에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물가와 휘발유 가격은 폭등해 몇 달 후면 겨울이 오는데 난방에 필수적인 천연가스 확보 전망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치불안도 생기고 있어, 영국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열심인 우크라이나 지지자 중 한 명이었던 보리스 존슨 수상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탈리아도 정권 내 혼란 때문에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일련의 문제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EU의 정책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여전히 EU에 원유 천연가스와 석탄의 주요 수입처이기 때문이다.
◆ 푸틴의 뜻대로
미국 저먼마셜재단의 객원 상석연구원 브루스 스토크스는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어도 모두 향후 몇 개월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과 경제전망,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자세에 여론의 지지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투와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가 몰고 온 혼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자 현 CIA 국장인 윌리엄 번스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혼란은 푸틴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번스는 국내에서 불안감이 커져 시민들이 민주국가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를 이롭게 된다고 한다. 서방국의 혼란과 분열이 심화될수록 푸틴은 여유를 생기고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서방국의 저항효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정부를 처벌하기 위한 각종 제재를 도입해 왔다. 해외에 있는 러시아 자산의 동결과 러시아산 원유수입 제한, 국제송금결제시스템 SWIFT에서 러시아 대형은행을 배제하는 등의 제재다.
◆ 러시아 경제가 붕괴될 리가
러시아 정부를 표적으로 한 이들 제재에 더해 미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추정 1000개가 넘는 미 기업·다국적 기업이 러시아 사업의 중단이나 철수를 결정했으며, 그에 따라 수천 명의 노동자, 몇 백만달러 상당의 생산력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NATO 정책 입안자들은 당초 일련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지난 15년치 경제성장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3월 제재목적은 러시아 경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러시아경제는 타격을 받고 있다. 대외무역은 크게 줄고 빈곤율도 상승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은 14.5% 가까이 상품부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2022년 GDP는 -7.1%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재가 러시아의 특정 섹터 이외의 러시아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정치과학자 일리야 마트베예프는 미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와의 인터뷰에서 서방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푸틴이 군사행동을 멈추게 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실패라고 말했다.
◆ 러시아는 전쟁 전보다 수입이 늘고나
이 전쟁에 대한 푸틴의 결의는 매우 확고하다. 전투 장기화를 위한 각오도 있다. 현재와 같은 제재로 그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통화 루블화는 서방국의 제재 발동으로 2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6월에는 반등해 달러화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블화는 2022년 들어 가장 잘 나가는 통화다.
또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대외무역이 크게 줄긴 했지만 러시아 최대 수출품목인 석유와 천연가스로 인한 수익은 전년 대비 80% 가까이 늘었다.
6월 열린 미 상원 유럽 및 지역안보협력소위원회 공청회에서 에이모스 호크스틴 선임고문은 러시아 정부가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로 우크라이나 침공 수개월 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지를 묻자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석유로 이렇게 벌어서 경상수지가 흑자화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 서방 여러 나라를 기다리고 있는 되갚음
인디애나대학 블루밍턴의 이코노미스트인 미하일 알렉세예프는, 이러한 수입원에 외에도 대외 채무가 저수준에 있어, 러시아는 일련의 제재의 최악의 영향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 시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근이 일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그는 NPR에 말했다. 단지 그들이 생산·소비할 수 있는 것의 종류가 줄어들 뿐이라고 한다.
알렉세예프는 제재의 효과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목적이 러시아 경제를 신속하고 완전히 붕괴시키는 것이라면 효과가 없다. 러시아 경제는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 목적이 시간을 갖고 러시아 경제를 약화시켜 가는 것이라면 일련의 제재는 100% 기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재 지지자들에게는 '시간 만료'가 임박했을지도 모른다.
주미 러시아 대사인 아나톨리 안토노프는 인터뷰에서 서방국은 일련의 제재의 뭇매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재를 통해 러시아 경제를 짓누르는 계획은 잘 안 된다. 무분별한 규제는 미국 경제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불가능한 일을 양립시키려 하고 있다.
◆ 여론의 지지는 하락 경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필요한 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식품 및 에너지 가격 급등(각기 전년 대비 9% 가까이와 7.5% 급등)으로 대러시아 제재 지지는 낮아지고 있다.
저먼마셜재단의 스토크스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가 매우 신속하게 수습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와 달리 전투는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usinflationcalculator.com에 따르면 2022년 6월까지 12개월간의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연율)은 9.1%에 달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취임 1년차였던 1981년(10.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가운데 국내 물가급등을 불러도 대러시아 제재를 지지하는 사람은 47%로 4월 56%에서 줄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것은 미국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더 적어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멤버로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회의에도 참석한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이 여론의 변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폭넓은 나라에서 전쟁의 경제적 비용과 전쟁이 들이대는 기타 급박한 문제로 국민 사이에 전쟁 피로감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그는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 난방용 연료도 필요
스토크스도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지구전으로 끌고 왔다면 우리도 경제제재를 장기간 유지하고 그것이 언젠가는 그들을 약화시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유럽의 한 정치인이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모든 대러시아 제재를 지지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겨울이 되면 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연료도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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