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가 미국을 약화시키는 이유, 세계가 가난해지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최악의 흐름
트럼프가 모든 대외 원조를 90일간 중단하고, 그 사이에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Economist지 2월 1일호는 미국 자신의 이익을 해치고 약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하고 있다.
대외원조를 비난하기는 쉽고, 자금은 종종 낭비되거나 도둑맞기도 하지만 그 혜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돈을 준다는 것은 자국 유권자에 대한 돌아갈 지원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상적인 타깃이 된다.
그러나 1월 24일 국무부가 거의 모든 원조를 멈추라고 명령했을 때처럼 세계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원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그 피해는 곳곳에서 눈에 띄게 되었다. 진료소는 폐쇄됐고 HIV 감염자를 치료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고갈돼 다른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한 활동이 중단됐고 지뢰 제거가 중단돼 난민 지원이 사라졌다.
이러한 모든 것은 미국과 소프트 파워(Soft power)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대한 선물이다. 아무리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미국 대통령이 왜 이렇게 자국의 이익을 함부로 해치는 것일까.
*소프트 파워(soft power) 또는 연성권력(軟性權力)은 하버드대의 조지프 나이가 고안한 개념으로, 설득의 수단으로서 돈이나 권력 등의 강요가 아닌 매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
이유 중 하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대외원조가 연방예산의 25%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 숫자는 1% 정도(2023년에는 680억달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대부분 제외)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25%라는 매우 미미한 숫자다.
새 정부가 지출을 재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책임 있는 정부라면 전체 인도적 원조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무엇을 연장, 변경, 중단해야 하는지를 당국자들이 평가하는 동안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로 우선 원조를 중단하고, 90일 후 재개해야 할 것들은 개별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혼란이 예상됐지만 루비오 국무장관은 나흘도 안 돼 한발 물러서야 했고, 인명 관련 인도적 지원에 대한 광범위한 제외를 발표했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혼란이 생긴 이유에 대한 설명은 몇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비오가 부하로서 열의를 보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령은 개발원조의 새로운 의무와 지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이지만 루비오는 더 나갔을 수 있고, 경제개발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과 안보 프로젝트를 포함한 진행 중인 프로그램도 중단했다.
이데올로기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 정권은 각성된(woke. 깨 시민) 사상을 근절하고 딥 스테이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쇼크와 공포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 미국 우선주의란 세계적인 일은 우선 순위가 아닌 둘째인 것을 나타내고 싶은 것일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혼란의 폭발을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무질서한 세계에서는 강자가 이기게 되어 있고 미국보다 강한 나라는 없다.
진정한 설명은, 아마 이 모든 요소가 믹스된 것일 것이다. 그 결과 불규칙하고 무자비한 정책입안으로 이어진다. 미국 내에서 이민자를 나쁜 사람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잔혹한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로 뒤늦게 개종한 루비오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루비오는 미국이 만든 질서를 외국이 남용해 "미국의 이익을 희생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출되는 달러는 모두 미국을 더 안전하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하디스트(지하디스트 극단주의, 지하디스트 운동의 총칭. Jihadism은 지하드(Jihad)와 주의(主義, -ism)의 합성어)들이 대량 발생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비참한 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친구와 잠재적 동맹국들을 멀리하고 미국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세계가 가난해지면 결과적으로 미국도 가난해진다.
미국의 관대함은 단순한 자선사업이 아니며, 더 안정되고 더 부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외 원조는 미국의 가장 큰 이익이다. 그걸 미국 우선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 단행된 USAID 해체
트럼프가 계속해서 말하는 다양한 정책이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맞지만, 그 중에서도 정책이 구체화되어 그 실제 피해가 분명한 것이, 1월 20일에 트럼프에 의해 나온 대외원조의 90일의 정지 조치와 그 후의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의 움직임일 것이다.
이 사설에 지적된 대로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령에 따라 1월 24일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해 모든 원조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유출돼 강한 비판을 받아 당초 긴급 식량지원과 이집트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자금 지원만 적용 제외됐던 것을 2월 28일 루비오 국무장관은 적용 제외 조치를 인명과 관련된 인도적 원조로 확대했다.
USAID의 해체에 대해서는 2월 2일에 DOGE(정부 효율화부)를 맡는 일론 머스크가 USAID를 「범죄조직」 등이라고 비난해, 트럼프도 「과격한 미치광이 집단」 등으로 호응하며, USAID를 해체해 국무부에 통합할 방침이 나타났다. USAID 임직원들은 이미 휴직 처리를 받았지만, 지난 2월 3일에는 트럼프가 USAID 폐쇄를 승인했다고 머스크가 발표하면서 USAID 웹사이트는 정지되고 건물 자체도 출입이 제한됐으며 루비오 자신이 USAID 장관 대행을 겸임하는 것으로 공표됐다.
미국은 2023년에는 총액 680억달러의 최대 ODA 공여국이며, 세계 인도적 지원의 40%는 USAID가 공급되는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미국의 지원이 중지되어 어디까지 침체될지가 우려되며, 그 자금으로 활동하고 있던 국제기관이나 국제 NGO 혹은 현지 NGO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 훼손되는 미국과 세계의 이익
90일간의 활동정지와 지속적인 재검토에 의해 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특히 온난화 방지와 환경보호 분야, 소수자의 보호, 성평등과 여성의 지위 및 능력 향상, 민주화, 가족계획 등의 프로젝트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프로젝트도 큰폭으로 실행이 지연과 축소도리 것이 우려된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적 발전이 정체되고, 사회불안이나 감염증이나 기아 등 인도적인 위기나 테러의 위험 등이 증폭되는 것이 우려된다. 즉 미국의 소프트 파워의 쇠퇴나 이 정도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되는 것 외에도, 세계의 안정과 안전이 여러가지 면에서 손상될 우려가 있다.
원조 재검토의 기준은 원조의 효율성과 미국 외교정책과의 정합성인데, 루비오는 이미 미국의 해외지출은 미국을 더 강하게 안전하게 더 풍요롭게 하는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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