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의 코콤을 방불케 하는 체제가 구축됐다. 금융제재에 비해 별로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효과를 내 러시아의 전쟁 지속을 어렵게 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중 자산동결이나 러시아 항공사 진입금지, 그리고 금융제재의 영향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수출관리는 별로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38개국은 러시아에 대한 참신하고 복잡한 수출관리 체제를 구축해 왔다. 그 고도로 발맞춰진 체제는 과거 소련을 고립시키고 봉쇄하며 궁극적으로 붕괴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던 수출관리를 떠올리게 한다.
경제제재와 수출관리는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구조는 크게 다르다.
경제제재는 무역이나 금융거래를 거의 즉시 중단시키는 한편 수출관리는 대상국이 원자재와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다. 즉각적인 효과는 없지만 반도체와 항공기 부품 등 전략적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이 규제되면 러시아 방위산업이 타격을 입어 전쟁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수출관리가 기술이전을 완전히 막을 수 있었던 적은 거의 없으며 대상국이 다른 방법(내제화나 제3국을 경유한 제재회피 혹은 수출관리를 깨는 서구 기업의 지원 등)으로 구멍을 메우는 것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서구 국가들은 냉전시대에 코콤(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로 전략적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막은 오랜 경험이 있다. 냉전 이후에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일정한 수출관리가 이루어져 왔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이고 그다지 철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에 대한 수출 관리는 냉전기 이래의 포괄적인 것이 되고 있다.
미국 기술을 사용해 외국에서 제조된 제품을 러시아에 재수출하는 것도 금지됐다. 지금까지 이 외국 직접제품 규제가 발동된 것은 중국의 화웨이뿐 국가에 적용된 적은 없다.
또 미국 상무부가 만든 사실상의 금수조치 대상 명단(엔티티 리스트)에 러시안 테크놀로지스(로스텍)와 항공기로 알려진 수호이 등 러시아 관련 기업 100여 개가 추가됐다.
■ 수출 관리의 효과에 관한 세 가지 요점
물론 러시아에도 제재에 맞서온 오랜 역사가 있다. 영국 왕립통합군사연구소(RUSI)가 최근 러시아의 최신 군사시스템 27점(통신시스템과 순항미사일, 전자전 장치 등)을 조사한 결과 미국의 수출관리 대상 제품이 80여종 이상 포함돼 있었다.
이것은 수출관리의 유효성에 대해 몇 가지를 말해준다.
첫째, 러시아에서는 중국만큼 민군융합(민간자원의 군사이용이나 군사기술의 민간전용)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둘째, 일반시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비재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출관리의 유효성에 큰 타격을 줄 것. 그리고 셋째, 제3국을 경유한 수출입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중요품목의 완전한 공급 저지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냉전기 이후의 수출관리체제라고는 하지만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에 확실히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와 엄격한 단속, 그리고 정기적인 재검토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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