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화하는 엔(円), 몰락 회피로 할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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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로컬화하는 엔(円), 몰락 회피로 할 수 있는 것은?

by 소식쟁이2 2022. 10. 13.

로컬화하는 엔(円), 몰락 회피로 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일본은행의 24년 만의 엔(円) 매수 개입에 영국 파운드의 혼란 등으로, 달러/엔 환율의 변동성은 과거 5년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해, 개인을 포함한 투자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관심도를 나타내는 Google Trends에서도, "달러 엔"의 검색 빈도는 조사 개시인 2004년 이후의 최고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투기적 인기의 이면에서 엔화 실거래에서 떨어지는 관심은 뚜렷해지고 있다.

<실거래에서 인기가 없는 엔(円)

 

8월에 실시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구성의 5년마다 개편에서 엔화 비율은 8.33%에서 7.59%로 낮아졌다. 유로와 파운드화도 각각 인하됐지만 인하율은 엔화가 최대다.

1995년경 엔화의 구성비율은 18%였으나 이후로는 계속 낮아졌다. 한편, 2016년에 SDR에 채용된 중국 위안화의 비율은 이번 재검토로 10.92%에서 12.28%까지 상승, 달러, 유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의 위상은 왜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가? 일본은행의 크로스보더(boardercross. 서비스 무역에 관한 서비스 공급 형태의 하나) 여신은 달러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세계 최고의 잔고를 자랑하며, 그 동안의 증가율은 주요국 중 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엔화 여신 비중은 2011년 말 3.8%에서 최근 2.8%까지 떨어졌다.

신흥국으로 한정하면 2.3%에서 1.5%까지 떨어졌다. 모두 달러나 유로에 비해 현격한 변화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여신시장에서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용통화 면에서는 바게닝 파워를 발휘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330조엔에 이르는 예대갭(예금에서 대출을 뺀 금액)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 여신시장에서 일본을 대신해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 '기타 통화'다. 기타 통화 비율은 10년 새 3배인 6.7%를 기록했다. 그리고 신흥국(중국 제외)의 크로스보더 여신에서 차지하는 기타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엔화의 7배에 가깝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여기서도 위안화의 위상이 급팽창하고 있다고 본다.

민간기업 간의 결제에 대해서도 엔화 지위의 몰락이 두드러진다. 국제송금·결제시스템인 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회)에 따르면, 금년 8월 시점의 세계 결제액에서 일본 엔화의 비율은 2.7%로 전년 동월의 3.6%에서 크게 하락했다.

반면 위안화는 8월에 2.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매월 대체로 0.1%포인트씩 상승하고 있으며, 여기서도 엔화가 위안화에 뒤쳐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비원이었던 엔화의 국제화의 현실>

통상 국제무역거래에서는 수출국의 통화가 선택되는 추세다. 위안화 결제 확대 배경은 물론 중국의 수출 증가일 것이다. 반면 일본은 과거 제조업이 강한 경쟁우위성을 갖고 있을 당시부터 엔화 거래 침체로 고민해왔다.

과거에는 이 문제에 대한 대처도 몇 번인가 시험했었다. 일본 정부는 1998년에 엔, 달러, 마르크의 '3극 통화' 플랜을 제안했고, 1999년에는 외환 등 심의회가 21세기를 향한 엔화의 국제화 시책을 주장했다. 2001년에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아시아 통화바구니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에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 등으로 엔화 신뢰도가 부족한 것이 그 이유로 꼽혔다. 이후 금융기관의 문제는 해소됐지만 동시에 수출국 일본으로서의 힘이 떨어지면서 통화의 위상을 높일 수 없는 꿈이 됐다.

이 같은 엔화의 비인기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혁신의 침체이다. 일본 독자적인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면, 상거래상의 버겐닝 파워가 증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제조업이 세계를 석권했을 무렵에도 발휘할 수 없었던 힘을, 지금의 일본의 혁신력으로 탈환하는 것은 상당히 장벽이 높을 것이다.

둘째, 일본 국내 자본시장의 과제다. 통화의 국제화에는 국채시장 등의 자본시장이 성숙하고 유동성이 높은 것도 중요한 요건으로 여긴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수익률 커브 컨트롤(YCC)등의 오퍼레이션으로, 국채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손상되어 IMF등에서도 시장의 유동성 하락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일시적일지 모르지만, 작금의 변동성 상승도 불안요인이다. 다른 나라 통화와의 교환비용이 낮은 것도 선택되는 통화의 포인트 중 하나다. 따라서 변동성 상승으로 교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엔화 이용률 제고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앞으로 새로 환율 개입이 이뤄지면 변동성은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입은 환율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기업들이 엔화 자산가치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통화 패권을 노리고 꾸준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6월 하순 중국인민은행은 시장 스트레스 시 위안화를 참가국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긴급 유동성 협정을 BIS와 체결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강국의 중앙은행이 참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역내 결제로 달러 사용을 줄이겠다는 방향성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지만 위안화 국제 이용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인상이다. 일본이 실현하지 못한 아시아 통화 구상은 형태를 바꿔 중국이 실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용되지 않는 통화의 숙명과 리스크 시나리오>

엔화가 더욱더 마이너한 통화로 전락할 경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본 메가뱅크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월 3년간 외환자산을 29.7%나 증가시켰다(달러 기준). 연결 총자산 증가의 13%를 크게 웃도는 속도다.

앞으로도 국내에서 수익이 오르지 않는 만큼 해외 자산증가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엔화의 마이너 통화화가 진행되면 엔화와 환헤지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행은, 과거와 비교해 현지 예금을 증가시키거나 조달을 장기화시키는 등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래도 자국 통화표시에 비해 고비용임에는 변함이 없고 추가 비용상승은 뼈아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화표시 무역비중이 높아지면 기업의 환위험도 상승한다. 외환 교환 시 스프레드도 마이너 통화가 되면 두꺼워진다. 개인의 해외여행 시 환전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엔화 보유비용이 높아지면 해외 호텔 등에서 엔화 준비가 없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화의 숙명은 사용되지 않는 물건은 점점 더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축통화에서 전락한 영국 파운드는 다른 나라에서의 이용이 떨어졌고 1992년에는 헤지펀드 매도에 밀려 대폭락을 겪었다. 물론 외환보유액이나 경제규모 등 여러 차이가 있지만 마이너 통화가 될수록 투기적 움직임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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