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을 추구하는 미국. 트럼프 출연 '팟캐스트'의 뚜렷한 영향력
2025년 1월 20일,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미국 대선의 원동력이 된 키워드 중 하나를 다뤄 대선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트럼프 행정부를 생각해 본다.
◆'부라더(Brother)'라는 말이 갖는 의미
트럼프를 둘러싼 영향력 강한 남성들을 지칭하는 Trump Bro(Brother의 약자)라는 말을 아시나요?
11월 8일 애틀랜틱의 기사 Taxonomy of the Trump Bro 중 Trump Bro의 예로 꼽히는 것은 터커 칼슨, 조 로건, 일론 머스크, 제이슨 앨딘(컨트리 뮤직), 해리슨 버커(NFL), RJK 주니어, 헐크 호건, 키드 록 등이다.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프로레슬링, 음악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섹터의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라고 해도 좋다.
이들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트럼프를 응원함으로써 트럼프가 정당화됐을 뿐 아니라 트럼프를 응원하는 것은 남자다운(manly) 것이라는 이미지 전략에 성공한 것이라고 이 기사는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들 남성들이 구현하는 Bro Culture란 무엇인가. 이것은 MAGA 무브먼트(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에 있는 것이며, 이번 대선에 영향을 준 중요한 요인의 하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Bro'라는 말에는 독특한 뉘앙스가 있다. 허물없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남성끼리, 서로를 「Hey, bro」라고 하는 것과 같이 부르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굳이 표현하면 「요!」라고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일까.
'Bro Culture'를 설명하자면 남자들끼리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남성 우위의 문화, 남학교의 놀이, 심지어 '강함을 믿는 호모 소셜 모임'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끼리의 친밀한 관계를 표현하는 Bromance(Bro+Romance)라는 말도 있다(요즘은 미국에서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바로 그렇게 부른다).
어쨌든 Bro의 세계는 여성에게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 남성끼리만이 될 수 있는 클럽이며,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은 이 Bro Culture에 지배되고 있다고 흔히 비판받는다.
◆ 문제는 너희 이외의 사람들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젊은 남성(18세~29세)이, 4년전의 선거에 비해 큰폭으로 우경화해(조사에 의하면 약 30%나 우경화),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것이 주목받고, 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되고 있다.
여러 분석 중 가장 설득력을 느낀 것이 '트럼프는 그 자신이 구현하는 케케묵은 마초적(macho. 사나이다움)으로 Bro Culture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쟁취했다'는 사고방식이다.
여성이 고학력화되고(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여성의 고학력화가 진행되어, 지금은 학사, 석사, 박사 모든 학위 취득자의 수에서 여성이 많아졌다),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또 DEI의 관점에서 현상의 수정이 요구되게 되어, 지금까지의 「옛날 좋은 마초(macho) 문화」는 구석으로 밀려나고 「유해한 남성성」등으로 비난받게 되었다.
과거 남성, 특히 백인 남성이라면 자동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우위성은 손상되어, 발언 하나를 할때도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야 해, 답답하다. 노동도 육체노동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었고, 경제활동에서도 남성의 우위는 예전만큼 보장된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황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젊은 남성들에게 트럼프는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나?
「아니, 너희가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너희 말고는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 Bro Culture 뭐가 나빠? 」
여기서 말하는 너희 이외의 사람들은 여성, 이민자, LGBTQ(성 소수자(lesbian-여성 동성애자), gay(남성 동성애자),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성전환자), queer(성 소수자 전반) 혹은 questioning(성 정체성에 관해 갈등하는 사람))를 비롯해 사회를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바꾸려는(요즘 말로 woke한) 사람들이다.
덧붙여 이번 선거전에서, 반이민이나 히스패닉을 멸시하는 발언 등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차례차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히스패닉계의 남성들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것이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 선거 후에 여러가지 분석을 읽어 보고, 공화당이 과거 4년간, 히스패닉의 남성들을 타겟으로, 역시 「Bro Culture」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들을 끌어들이려고 하였음을 알고는, 이 전략이 성공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남성 지상주의 공동체의 영향력
남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트럼프 캠프의 작전 중 매우 중요했던 것이 'Manosphere(마노스피어)'의 존재였다. Manosphere란, 남성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웹 사이트 등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로서, 핵심 팬은 젊은 남성들이다.
이 공간에서는 리버럴(혁신)보다 보수가 더 위력적이고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의 가치관도 종종 남성 지상주의적인 것으로 여긴다.
이번 선거 후에는 이 공간에서 회자되는 말이 투표 행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가 다양한 분석으로 드러났다.
주요 전장이 된 것이 팟캐스트였다. 팟캐스트가 나타난 것이 20년 전의 일이지만,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그 정치적 영향력이 뚜렷해진 대선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일 일정 시간 운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옛날부터 라디오는 중요한 매체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이제 라디오는 팟캐스트로 대체된 느낌이 있다. 그리고 방송국이 관리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과는 달리 팟캐스트는 더 자유롭고 팩트체크도 느슨하다(팩트체크 자체가 어렵고 말한 것이 승리라는 부분이 있다).
조 로건, 시오 본, 네르크 보이즈, 아딘 로스, 앤드루 슐츠, 숀 라이언 같은 카리스마 팟캐스터들에게는 엄청난 수의 팬이 있다.
트럼프는 선거전 막바지에서 방송 서비스 스포티파이 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명의 팟캐스터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효과적이었던 것이 가장 인기를 자랑하는 조 로건의 프로그램 The Joe Rogan Experience 출연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에는 스포티파이 상에서 1450만명, 유튜브 상에서도 1640만명의 구독자가 있으며, 로건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1890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숫자는 케이블 뉴스 시청자 수보다 0이 1개(혹은 2개) 많다.
에디슨 리서치에 의하면, 조 로건의 프로그램 시청자는, 80%가 남성, 과반수가 18~34세, 32%가 공화당 성향, 35%가 무당파 또는 「공화당 지지도 민주당 지지도 아니다」, 27%가 민주당 성향, 그리고 54%가 트럼프를 지지(40%는 절대로 트럼프에게 투표한다고 표명)라고 한다.
트럼프가 등장한 10월 25일 'Joe Rogan Experience' 에피소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다음날 이후 뉴스에서도 끝없이 다뤄졌다.
트럼프와 로건은 3시간에 걸쳐 UFO 이야기부터 2020년 대선이 '탈취 당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말을 했다.
팟캐스트는 TV와 달리 오랜 시간 이야기할 수 있는 면이 있고, 짧은 시간 포멀한 인터뷰와 달리 친구들 간의 대화를 듣는 듯 구김살 없이 할 수 있다.
이런 두서없음이나 본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분위기가, 팟 캐스트의 유니크한 강점일 것이다. 프로그램을 듣고, 트럼프에게 친밀감을 느꼈다든가, 인간으로서의 본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느낀 시청자는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에피소드는 처음 24시간 동안 2600만 회, 처음 3일 동안 3800만 회 재생되었다고 보도되었다.
◆ 전통적·새로운 미디어를 다 구사한 트럼프
오늘날 정치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잘 구사하는 것이 치명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된었다. 이 기술과 정치의 관계는 각각의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 재미있다.
트럼프는 애당초 TV 프로그램이 인기 있던 리얼리티 TV 스타였고, TV가 없던 시대였다면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TV뿐만이 아니다. SNS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을까.
그의 한 가지 강점은 전통적 미디어(TV)든, 새로운 미디어(X를 비롯한 SNS, 그리고 이번에는 팟캐스트)든 그것들을 능숙하게 사용해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키고, 조회 수를 만들고, 느낌을 조작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attention)를 독점하는 데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카밀라 해리스도 리버럴(혁신) 계열인 인플루언서가 호스트로 있는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트럼프가 낳은 반향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팟캐스트라는 공간 자체가 보수 남성 팟캐스터들에게 압도적으로 지배되고 있는 지금, 리버럴(혁신) 측은 그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이는 다음 선거까지 민주당 측이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덧붙여 선거 후, 조 로건의 쇼의 수치를 넘는 팟 캐스터가 출현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남자친구인 트래비스 켈시의 시누이 카일리 켈시다.
보수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석권해 온 공간을 진보적인 여성들이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이는 주목을 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곧바로 대학 캠퍼스에서 여성 멸시적 언행을 하는 남학생들이 눈에 띄거나 월마트를 비롯한 기업들이 DEI 방침을 되돌리는 선언을 하는 등 벌써 여러 부작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또 기후변화 정책에서 미국의 후퇴도 거의 확실시되면서 '머스크 대통령, 트럼프 부통령'이라는 명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사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밀월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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