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AI 칩 유니콘'이 노리는 글로벌시장의 틈새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서울 남부 성남시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용 칩 설계기업인 Rebellions(리벨리온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박성현(40)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대방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점유율 국내 최대 휴대전화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수장 류영상 CEO가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잡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 합병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다른 회사와의 합병이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리벨리온스(Rebellions)는 전력 소비를 줄인 AI용 칩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칩의 용도는 다방면에 걸쳐 있으며, 일부 헤지펀드가 주식시장에서 행하는 고빈도 거래부터 OpenAI의 Chat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지원까지가 포함된다. 박 대표는, 2020년의 회사의 창업 이래, 5회의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2억 2500만달러(약 3200억원)를 모아, 한국의 데이터센터용 시장의 일부를 담당하는 「Atom」시리즈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이 회사는 AI의 방대한 전력소비에 대응하는 차세대의 전력 절약 칩의 개발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박은, 세계적 규모로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통감하고 있었다.
한편 SK텔레콤은 AI칩 스타트업 '사피온코리아(Sapeon Korea)'를 자체 보유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 리벨리온스(Rebellions)와 경쟁하고 있었다. 때문에 류 대표와 박 대표는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국내에 그치지 않고 세계 업계를 지배하는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이 탄생한다는 결론을 냈다.
「AI칩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다. 변화가 심한 시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한 회사로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싸움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세계 시장에서 얼마든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으면, 상황은 돌변한다. 조사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AI칩의 수요는 과거 2년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2025년의 세계의 AI칩의 매출액은, 2024년의 710억달러(약 100조원)에서 29%증가의 920억달러 약 13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 국내 최초 AI칩 유니콘(AI chip unicorn)
그리고 2024년 12월 주식교환을 통한 양사 합병절차가 완료됐다. 평가액 약 1조3000억원의 국내 최초 AI칩 유니콘이 된 새 회사는 리벨리온즈의 경영진과 사명을 유지하고, 국내 최대 AI칩 공급업체가 됐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에는 SK의 클라우드 부문과 카카오톡, 네이버 등 첨단기술 대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리베리온스와 사피온의 합병은 가장 현명한 판단 중 하나"라고 사우디 아람코의 벤처부문 와드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 모하메드 지샨 하산은 말한다. "한국과 같은 작은 시장에서 일부러 이웃과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합병 후에도 리베리온즈의 약 10% 지분을 보유한 박 대표에게 이 제휴는 회사에 큰 혜택을 줬다. 그중 하나는 SK그룹의 메모리칩 부문인 SK하이닉스가 제조하는 차세대 제품인 HBM3E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세계의 반도체 업계에서는, 칩을 제조하는 능력을 가진 파운드리와, 차세대 메모리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SK하이닉스 외에 HBM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는 삼성전자와 미국 아이다호주에 기반을 둔 마이크론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 거인 엔비디아와의 전쟁
그렇다고 국내에서조차 매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으며,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은 더욱 어렵다. AI칩 시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가진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존재로서, 그 이외의 기업으로부터 칩을 조달하도록 데이터센터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애초에 칩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영국 조사회사 Futurum Intelligence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025년 1월기 4분기의 데이터 센터용 칩의 매출은 356억달러에 이르며, 2위의 AMD(매출 39억달러)에 비해 9배의 차이가 난다.
그에 비하면 리베리온즈는 규모 면에서 전혀 적수가 될 수 없는 작은 존재다. 이 회사가 2025년에 내걸고 있는 매출 목표는 1000억원에 불과하다. 덧붙여 최근의 공개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의 매출은 약 180만달러(약 25억 5천만원)으로, 전년의 숫자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2023년의 순손실은 약 930만달러(약 130억원)으로, 2022년의 약 550만달러(약 78억원)에서 더 확대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근거로 리벨리온즈는 자사의 AI칩이 엔비디아 제품을 능가하는 명확한 강점을 가지는 것을 증명해, 점유율 싸움에 파고들려고 하고 있다. 때문에 박 대표는 자사의 칩 '리벨(Rebel)'이 엔비디아의 AI 칩보다 전력 효율에 있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26년 초 양산 개시 예정인 리벨리온스의 Rebel은 생성형 AI 추론 처리에 특화돼 있어, 엔비디아의 H100과 비교해 AI 처리 전력소비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메모리 용량도 큰 강점으로, H100의 메모리 용량이 80GB인 것에 대해, Rebel은 144GB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를 들면 메타의 LLM 「Llama 3.1」을 움직이는 경우에, H100는 2기가 필요하지만, Rebel이라면 1기로 끝난다고 한다.
「전체적인 비용을 보면, 추론으로의 사용에 한정하면 Rebel은 H100보다 저렴하다」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H100의 최대 소비전력이 400W인데 반해 Rebel 칩은 350W로 1페타플롭(1초에 1000조번의 연산)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만약 학습과 추론을 모두 하고 싶다면 H100이 더 적합하다"고 박 대표는 인정한다.
◆ 한국 세계 1위 반도체 인재
반면 "우수한 인재 채용이 리베리온즈의 그간 성공의 열쇠였다"고 말하는 이는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CEO다. 그는 2019년 박 대표와 처음 만나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리베리온즈에 2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박 대표는 엄격한 채용기준으로 반도체 대기업에서의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를 기용하는 등, 리벨리온즈를 「누구나 타고 싶어 하는 로켓선」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한국은 인구가 약 5000만 명인 비교적 소규모 국가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인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 칩 메이커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가지고 있고, 한미반도체나 화학 메이커의 솔브레인(Soulbrain) 등의 중요 공급업체도 갖추어져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이러한 재벌과 스타트업이 혼재하는 밀도높은 기술 에코시스템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솔브레인(Soulbrain)의 최대 고객은 삼성이며 한미는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최대 수출품목으로 연간 6840억달러(약 974조원)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또, 그 중 미국에 수출은 전체의 19%가 된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서 현재까지 벗어나 있긴 하지만 AI 서버와 같은 제품에 편입됨으로써 간접적으로 미국의 수입 관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Starlink의 칩도 개발
박 대표는 2006년 한국의 가장 난관인 이공계 대학 중 하나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다. 그 후, 인텔이나 삼성, 나아가서는 Starlink를 제공하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SpaceX에 칩 설계 엔지니어로 근무해, 2018년에는 뉴욕의 모건 스탠리에 입사했다. 고빈도 거래 시스템용 퀀츠 모델개발을 통해 전용 설계 칩을 사용하면 주문처리를 더욱 고속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박 대표는 귀국해, KAIST의 졸업생으로 IBM의 뉴욕연구소에서 주임 설계자를 맡고 있던 오진욱과 함께 리벨리온즈를 창업했다. 그리고, 카카오 벤처스등으로부터 55억원의 시드 자금을 조달해, 2021년에는 「Ion」칩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이를 기초로, 2023년에는 최초의 상용 AI칩인 전력 절약형 「Atom」시리즈를 발표해, 「데이터센터 전용의 비용절감 솔루션」으로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리벨리온스가 가진 또 다른 강점은 단순한 칩 판매가 아니라 올인원 제공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고객에게서 배운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라는 것이었다. 즉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전원을 연결하는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 중요하다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 이 업계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가 AI 칩을 구매하더라도 설치에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해 인력이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많은 칩 기업들이 순이익률을 지키기 위해 판매 후 서비스에 나서지 않는 것이 통례"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리베리 온즈는 2023년 11월, 대만의 전자기기 조립 대기업 페가트론과 제휴해, Rebel칩을 탑재한 AI서버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 후 2024년 3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펭귄솔루션즈와 제휴해, 고객이 AI칩의 클러스터를 자사 인프라에 포함시키는 지원을 실행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칩 설계회사는 일반적으로 타사와 엮이기를 싫어한다. 이익을 공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향후의 보다 큰 과제는, 해외의 신규고객의 확보다. 2024년 8월 박 대표는 사우디 아람코와 첫 계약을 맺고 이 회사 데이터센터에 AI칩을 공급하게 됐다. 이는 아람코 산하 Waed Ventures가 7월 1500만달러(약 210억원)를 리베리온즈에 출자(이 회사가 한국에 첫 투자)한 직후였다. 또 이 회사는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 일본, 태국에서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스는 올해 매출에 따라 2026년 신규 상장(IPO)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KAIST AI반도체대학원 유호준 원장도 리벨리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고속 메모리와 AI 최적화의 최전선을 개척하고 있다"고 유 원장은 말하고 리벨리온스가 세계 칩 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존재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출처) South Korea’s AI Chip Champion Is Poised To Carve Out Global Niche
https://www.forbes.com/sites/johnkang/2025/04/14/south-koreas-ai-chip-champion-is-poised-to-carve-out-global-n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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