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안전하게 소유하기 위한 방대한 체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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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핵을 안전하게 소유하기 위한 방대한 체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by 소식쟁이2 2022. 8. 12.

핵을 안전하게 소유하기 위한 방대한 체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 미군기지 핵미사일 발사요원이 발사하는 핵억제에 대한 압도적 긴장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불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과 일본의 일각에서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적인 논의라고 할 수 있을까? 

미·일 관계의 최중심부까지 아는 외교관, 오카모토 유키오는 핵 억제의 현장을 시찰해 하나의 결론에 이르고 있었다. 수기 『위기의 외교 오카모토 유키오 자서전』에서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일본인들이 절대적으로 기피하는 것은 핵무기다. 히로시마 나가사키를 경험한 나라의 당연한 국민감정이다. 그러나 일본이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하다. 이 두 사실의 끊임없는 충돌이 일본의 방위정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핵을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게 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갖고 있다. '갖지 않고, 만들지 않고'는 문제가 없지만 '핵 반입'에 대해 일본 야당은 '미국은 일본의 비핵 3원칙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적재한 채 함선을 일본에 기항시키고 있다'고 공격하기 일쑤였다.

일본 정부는 "미국은 일본의 비핵 3원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반할 리 없다"고 답변했고, 미측은 "핵의 존재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Neither Confirm Nor Deny:NCND"라고 설명해 정면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피해 왔다.

이에 대해서는 1960년대 초반부터 에드윈 라이샤워 주일대사와 진 라록 해군 제독으로부터는 일본은 핵무기의 일시 기항은 인정하고 있을 것이며 미국을 거짓말쟁이로 보는 것은 동맹을 훼손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후 미국 측 주장의 옳음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이 핵 반입 논란은 부시 대통령(아버지)이 1991년 수상함정에 핵무기 적재를 멈출 때까지 계속됐다.

■ '고베 방식'이 전국에 파급되는 궁지에
미·일 안보조약에 있어서 큰 걸림돌은, 고베시가, 미 해군 함선이 핵무기를 싣고 있지 않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고베 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미 해군 함선이 자유롭게 일본 항구에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은 안보조약과 지위협정에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국가 전체가 지켜지고 그 과실을 고베시도 누리고 있는데도 자기들에게는 미군이 그런 요구에 응할 수 없음을 내다본 다음 군함의 입항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핵무기의 존재도 부존재도 밝히지 않는다는 NCND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는 미군에게 헌법과 같은 규정이다. 즉 핵무기 소재를 개별적으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소련은 미 해군의 600척 함정 모두에 핵무기가 실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작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미군은 절대로 핵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데이비드 롱기 뉴질랜드 노동당 총리가 이 NCND 정책에 도전하며 뉴질랜드의 모든 항구에 들어가는 미군 함선에 핵무기 불탑재 선언을 촉구했다. 미군은 당연히 이를 거부했고, 그 결과 미·호주·NZ 상호방위조약이었던 ANZUS 동맹은 붕괴된 것이다.

뉴질랜드와는 달리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 지자체가 줄줄이 고베 방식으로 전염되면 미·일 안보체제는 붕괴된다. 경비당국에 의뢰해서라도 고베에 미 함선이 들어오는 것은 역대 안보과장이 몰리는 유혹이었지만 더 절박한 걱정이 있었다. 고베를 추종하는 움직임이 하코다테시에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하코다테 시 당국은 고베 방식을 본뜬 시 조례가 의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았다. 위기는 지나갔다.

이후 91년 9월 28일 부시 대통령은 지상배치 전술핵무기를 전폐하고 함선 탑재 전술핵을 폐지한다(남은 것은 공중발사식 전술핵, 지상고정식 단탄두 전략핵뿐)는 역사적 결정을 내리고, 알렉산드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같은 전체 폐기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91년 7월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에서 미·소는 전략핵 30% 삭감에 동의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미·소는 대량보유에 의한 억제책에서 전환한 것이다.

그래도 고베시의 방식이 바뀌었다고는 듣지 못했다.

■ 일본의 핵무장이 있을 수 없는 4가지 이유
결국 일본에서 반군 감정도, 반핵 감정도 모두 태평양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쟁에서 이긴 나라는 잊지만 진 쪽은 항상 반세기에서 한 세기는 그 기억이 나라의 삶을 규정한다.

해외에는 일본의 핵무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일본 국민의 18%는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2017년 9월 산케이신문, FNN 조사). 언제든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기술수준에 있다는 문구는 일본인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태도는 외교카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일은 100% 있을 수 없다.

첫째,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있어 일본인들은 세계 누구보다 핵무기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

둘째, 설령 그런 감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현실 문제로서 무리다. 우선 핵무기를 개발보유하려면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 제2의 북한이 되어 전 세계의 제재를 받는 것이다. 세계로부터의 고립을 견딜 수 있는 일본이 아니다.

셋째, 일본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면 미국은 미·일 원자력협정에 따라 일본에 우라늄 연료 공급을 중단한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넷째, 핵미사일을 어디에 전개할 것인가. 일본에는 기지를 건설하고 핵미사일을 저장하는 지하 사일로를 건설할 곳이 없다. 핵무기를 안전하게 갖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 등 비현실적이다. 와이오밍주 공군기지에 가서 진심으로 실감했다.

■ 공군기지서 실감하는 억지력의 실체

주일미군 관련 경비는 방위청(당시) 예산으로 계상된다. 방위청은 동시에 자위대 예산도 담당한다. 방위청 내부의 역학관계로서는 물론 자위대에 관한 요구가 더 강하기 때문에 미군 관계 예산은 아무래도 서자 취급이 된다. 우선 이 점에 대해 예산배분을 하는 방위주계관의 이해를 얻어야 한다.

1987년 여름에 오카다 야스히코 방위주계관을 초청하여 미국의 핵시설 견학에 나섰다.핵 억지를 유지하는 미국 책임의 중압, 그리고 그 핵 억지력의 우산 아래 미일 안보가 성립하고 있는 실상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워싱턴에서 국방부와 회담한 뒤 노스다코타 주 마이노트의 전략공군기지를 방문해 핵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B-52 전략폭격기군의 운용상을 실제 비행하면서 보여줬다. 그 후 ICBM 미니트맨과 피스키퍼 미사일 50기를 갖고 있는(현재는 미니트맨Ⅲ가 150기) 와이오밍주의 워렌 공군기지로 갔다. 이어 워싱턴주 브레머튼 해군기지(현 키토삽 해군기지)를 방문해 핵미사일 포세이돈을 실은 전략원자력잠수함의 내부도 보여줬다.

첫 경험으로 '억지력'이란 이런 것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워런 공군기지에서 게리 카틴 사령관이 마련한 만찬에서 일본의 비핵 3원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싱글벙글하면서 듣고 있었다. 기지를 보고 난 후 그의 미소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핵무기를 갖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제로 보라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는 미사일 발사요원들이 모여 있는 회의실로 안내됐다. 매일 아침 최신 소련 정세에 대한 브리핑이 이뤄지는 것이다. 연청 유니폼에 주황색 스카프를 두른 젊은이들. 그들의 진지함에 압도당했다. 지상의 목가적 풍경과는 거리가 먼 긴장감이 지배하고 있었다.

■ 우발적 핵전쟁은 있을 수 없다.
이 젊은이들은 미사일 발사를 맡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병사가 아니다. 통상적인 로테이션으로 이곳에 돌아왔다고 한다. 브리핑룸 출구에 그들이 썼을 것으로 보이는이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큰 글씨다. 'OUR BOTTOM LINE, NOT TODAY, IVAN. 

즉 억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자신들로 인해 하루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세계는 평화롭다. 다음날은 다른 팀이 그 평화를 하루 더 확보해 준다. 그렇게 하루의 평화가 계속된다. 그래서 '오늘의 평화는 내가 지켜낸다.' 이 젊은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지하 발사 사령실로 내려가는 것이다.

미사일을 격납하는 사일로는 적의 공격으로 한꺼번에 파괴되지 않도록 광대한 지역에 산개해 있다. 숲과 농지나 산간 등에 사일로가 분포한다. 그 넓이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큰 섬 중 하나인 시코쿠의 면적과 맞먹는다. 이 일만 해도 일본의 핵무장 등은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깊은 미사일 발사 사령실로 안내돼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미사일이 오발사되지 않도록 여러 겹으로 설정된 안전 메커니즘이다. 수십 가지 절차가 일사불란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발적 핵전쟁 가능성은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이 안전 시스템을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경비와 인력과 교육을 상상하며 한숨이 나왔다.

요컨대 핵을 안전하게 소유하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으로 방대한 인프라와 인적자원이 필요하며, 이런 체제를 갖추지 못하는 나라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용감한 논자들을 가끔 만나지만 평화국가인 일본은 핵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돈도, 사람도, 장소도 무리이니 그만두라고 말한다.

워런 공군기지에만 얼마나 많은 경비가 들까? 억지력에는 돈이 든다.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은 늘 평화의 패러독스라는 말을 했다. 평소 끊임없는 노력과 즉응태세가 있어야만 전쟁이 억제되고 평화가 유지된다. 그러나 평화가 유지되면 억제는 불필요하다고 한다. 이 패러독스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안고 있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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