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를 써도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본의 핵 억제
- 미·일 핵공유도 핵무장도 일본의 독립을 더욱 저해하기도
미군에 의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공격 이후 77년이 지났다. 2022년 원폭 전몰자 위령식에서도 '비핵 3원칙을 준수할 결의'와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이 거듭 표명됐다.
일본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최근 급서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핵공유 아이디어를 표명하는 바람에 일본에서도 핵 논의가 본격화된 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비핵 3원칙 준수'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구체책을 수반하지 않는 표어만 반복됐을 뿐 다시 핵 논의는 뜸해진 모양새다.
핵 논의라면 몇 가지 선택지가 나와야 한다. 예를 들면, 핵공유나 독자 핵무장과 같은 선택지도 있고, 지금처럼 흐지부지한 현상유지 상태를 계속해 나가는 것도 선택사항의 하나라고 할 수 없지도 않다.
■ 현상유지에 대한 의문, '핵우산'은 유효한가?
애초에 비핵 3원칙을 준수한다고 말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인근 핵탄도미사일 보유국들의 핵위협을 내세우며 일본 국방의 근간은 미일동맹에 있다고 공언하고 서슴지 않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해 보호된다는 수사력을 믿고(혹은 믿는 척) 일본 자체의 핵전략 논의는 계속 피하는 것이다.
'핵우산'의 논리를 하나의 예에 따라 정리하면, 만약 중국이 일본에 대해 선제 핵공격(즉 제1차 핵공격)을 실시할 경우에는 미국이 일본을 대신해 중국에 보복 핵공격(즉 제2차 핵공격)을 실시하기 때문에, 제2차 핵공격을 두려워하는 중국은 일본에 대한 제1차 핵공격을 단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원자력잠수함과 지상이동식 발사장치가 발전한 현재 미국의 2차 핵공격이 실시되더라도 중국의 핵전력은 어김없이 생존해 있다. 따라서 2차 핵공격이 실시됐다면 중국은 미국에 대해 보복 핵공격(즉 3차 핵공격)을 실시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이 핵공격을 받으면서까지 일본을 위해 2차 핵공격을 실시할 것인가?라는 큰 의문이 일고 있다.
그리고 미·중 간의 경제적 관계나 과거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군사적 결단을 감안할 때 핵우산 논리를 믿는 것이 더 무리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 핵 공유는 미국에 있어서 일석이조
논리적으로 파탄난 핵우산보다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일본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옵션은 미국과의 핵 공유다.
예를 들면 중국에 의한 일본에 대한 제1차 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제2차 핵공격은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일본에서 중국에 대해 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에 의한 제3차 핵공격은 미국이 아닌 일본에 대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자국이 공격당할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일본에 배치된 핵무기를 이용해 2차 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핵우산보다 몇 단계 높아지는 셈이다. 따라서 중국이 1차 핵공격을 포기할 가능성, 즉 억제효과가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에서도 러시아나 중국에 의한 대일 핵갈등에 대비해 미국과의 핵공유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부상해 왔다.
한편 미국에서도 대중 강경파 중에는 미·일 핵공유의 실현을 기대하고 있는 세력이 존재한다. 중국군이 매우 강력한 접근 저지 전력(중국 연해역에 침공을 기도하는 적 함정·항공기를 격퇴하는 전력으로 다종다양한 미사일이 중심이 되고 있다)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해역(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의 재래식 전력을 비교하면, 미국군이 중국군에 대해 열세가 된다. 따라서 핵공유 명목으로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면 일거에 전력균형을 역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 열도상 여러 곳에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해병대나 미 육군 부대를 전개하면 중국과 대립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핵무기는 일본측의 핵공유 요청에 따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배치한다는 대의명분도 확보할 수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러나 미·일 핵공유는 일본의 독립을 더욱 방해하게 된다.
원래 일본은 미·일 안보조약, 미·일 지위협정이나 관련된 약정·밀약 등에 의해 미국의 군사적 속국으로 계속 남아 있다. 이런 일본과 미국이 핵공유를 시작할 경우 미군이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자위대에는 이들을 경계 경비하게 하는 것만으로 관리작전은 완전히 미국 측이 통제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 결과 '핵공유에 의해 미·일동맹은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는 미사여구 아래 미국에 의한 일본의 군사적 지배가 현격하게 강화되고 미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종속도 현격히 높아질 것이다.
■ 미·일 동맹 하에서의 핵무장은 미국의 통제 전제
그래서 핵공유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 핵억제 논리의 밑바탕이 되는 스스로 핵에 의한 보복공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공포에 기초한 억지효과만 고려한다면 일본 스스로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한다면 억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만약 중국이 일본을 선제 핵 공격했다면 일본이 중국에 대해 핵 보복 공격을 확실히 실시하기 때문에 중국은 대일 선제 핵 공격을 주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일본의 국내 여론이 헌법 9조, 비핵 3원칙, 유일한 피폭 경험국이라는 국민감정 등 핵무장에 대한 장벽을 모두 제거하고 일본이 핵무장하기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동맹국 즉 군사적 보호국인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의 정치인과 연구자 등 중에도 일본이 핵무장을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에 핵무장을 시켜야 한다'는 말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 우위의 미·일 '동맹'의 틀 속에서의 핵무장이며, 미국에 의한 핵 컨트롤을 확보해 두는 시스템을 내재시켜 두는 것이 전제인 '일본 핵무장'이다. 따라서 핵공유 이상으로 일본의 대미 속국 강도는 깊어지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에 핵무장을 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미국에 존재하고 있다고는 해도 미국 연방 의회, 미국 정부, 그리고 미국 군부의 주류가 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엄격한 각오가 필요한 기타 옵션
상기 세 가지 옵션은 모두 현재의 미·일동맹이라는 군사적 종주국·속국 관계의 지속이 전제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미국의 지배로부터 독립해 일본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실현하는 방안과 미군 등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비핵억지력에 의해 일본을 지키는 체제를 굳히는 방안 등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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