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비트코인에 손을 대다니…'국가 전체의 도박'에서 활로를 찾는 '유럽의 체코' 의도
2024년 6월 27일, 체코 공화국의 프라하에서 개최된 체코국립은행(CNB)의 금융정책결정 회의 후의 중앙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 외환보유액에 비트코인 포함 검토 시작
중부 유럽의 작은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체코에서 외환보유액 일부에 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을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잇어 화제다. 중앙은행인 체코국립은행(CNB)의 알레시 미훌 총재가 지난 1월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준비자산의 최대 5%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체코의 준비 자산은 약 1400억유로(약 22.5조엔) 존재한다. 그 5%니까 70억유로 정도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인터뷰 다음 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정례 정책이사회를 개최했고, 미훌 CNB 총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에게 비슷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축됐다는 것이다.
체코는 유럽연합(EU)에 가입돼 있지만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고 자체 통화인 코루나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으로 EU 각국의 중앙은행은, 유로에 가입하고 있는지를 불문하고, ECB를 정점으로 하는 유럽 중앙은행제도에는 가입하고 있다. 따라서 CNB 총재는 ECB의 일반 이사회에 출석해 ECB 총재와의 긴밀한 교류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CNB의 대차대조표(밸런스 시트)를 확인해 보고 싶다. 부채·자본 측면 중 현금이 0.7조 코루나이고 당좌예금이 2.5조 코루나다. 이것들을 합계한 3.2조 코루나가, 이른바 머니터리 베이스라는 것이다. 반면 자산 측면 중 외화표시 자산이 3.4조 유로에 달해 대차대조표의 95%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체코의 통화 코루나는 외화 표시 자산에 100% 뒷받침된 통화라는 얘기다. 즉, 코루나의 신용력의 원천은 외화이기 때문에 체코는 실질적으로 '외화본위제도'라고 할 수 있는 통화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신용력의 원천의 5%를 미훌 CNB 총재는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 안정적인 체코 통화
그런데, 체코의 코루나는 「안정」된 통화이다. 코루나의 대(對)유로 환율을 확인하면 2020년 코로나 쇼크 시에는 1유로=27코루나대까지 하락했지만 2022년에는 그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2023년에는 1유로=23코루나대까지 상승했다. 대(對)달러 환율에서는 변동이 있지만, 대략 1달러=23 코루나 전후로 추이하고 있다.
CNB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구성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무역의 특징에 비춰보면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유로화와 달러화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체코의 강점에는 풍부한 무역흑자가 있다. 즉, 수출을 통해서 얻은 유로나 달러를 기초로, 체코는 코루나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코루나의 신용력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CNB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에 기초한 매파의 금융정책을 일관해 온 것도 통화 코루나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강한 통화 노선을 유지해 온 결과 체코의 1인당 GDP는 약 30,000달러로 주변 중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1만달러 정도 높아 우리나라와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통화 강세를 용인한다면 CNB는 현재의 통화정책을 유지하면 된다. 한편으로 통화 약세 유도를 꾀하고 싶다면 엄격하게 준수해 온 인플레이션 목표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즉, 미훌 CNB 총재가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편입하는 구상을 공표한 이유는 현 상태의 통화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가 아닐까 하는 추론이 성립한다.
■ 투자목적인가 독립지향인가
그렇다면 미훌 총재의 노림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비트코인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를 미훌 총재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가격을 착실히 절상해 왔다. 앞으로도 상승이 이어진다면 적절히 매각할 수 있다면 상응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외환보유액에는 소버린기금(SWF)의 성격도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기본적으로 환율 개입의 소재로 사용하거나 유사시 수입을 지불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므로 금융자산에 투자한다 해도 신용력과 유동성이 높은 선진국 국채에 대한 투자에 국한된다. 그 점, 비트코인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는 금융상품이다.
원래, 비트코인에는 국가에 의한 신용의 뒷받침이 없다. 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통화 역시 신용력을 갖지 못한다. 상승장이라면 몰라도, 하락장으로 돌아섰을 때에는 강렬한 코루나 하락 압력이 생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준비자산의 5%라는 실링을 설정한다고 설명했겠지만 일이 잘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혹은 독립 지향의 표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유럽과 대립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유로나 미국 달러라고 하는 하드 통화에 의지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편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에 호응했을지 모르지만 EU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체코가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다.
어찌됐든 미훌 총재가 비트코인이 급락할 경우의 위험에 관해 제대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점에는 의심을 금할 수 없다.
■ 재고할 통화의 신용력
미훌 총재는 원래 민간 금융기관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전략가로 일하다 에셋매니지먼트 업계로 돌아선 과거를 갖고 있다. 어쩌면 비트코인이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 유로나 미국 달러를 대체할 준비자산으로서의 성격이라고 소박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가르드 ECB 총재에 대해서도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넣도록 제언하려 했다는 점에서도 미훌 총재는 투자자의 시각에서 비트코인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중앙은행 총재에게 요구되는 것은 보수적인 금융정책이자 통화정책 운영에 힘쓰는 것이다. 중앙은행에 「도박」 등은 금물이다.
비트코인을 살 바에는 아직 금(金)을 사는 것이 더 말이 된다. 금(金)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한 실물자산으로 신용력도 높다. 미훌 총재는 통화의 신용력을 잘못 본 것처럼 보인다. 임기는 2028년 6월까지, 그때까지 미훌 총재 아래서도 적절한 금융통화정책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체코 경제의 안정성을 잡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이 끼어들 여지는 없는 셈이다. 이는 EU도 마찬가지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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