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창 감염 확산은 왜 멈추지 않나? 미국도 긴급사태 선포 위기악화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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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원숭이 두창 감염 확산은 왜 멈추지 않나? 미국도 긴급사태 선포 위기악화 요인은

by 소식쟁이2 2022. 8. 12.

원숭이 두창 감염 확산은 왜 멈추지 않나? 미국도 긴급사태 선포 위기악화 요인은

 

◆ 관리는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대부분 확진자의 발진, 딱지, 체액에 직접 피부가 접촉하거나 오염된 시트류의 천을 만져 감염된다. 따라서 감염 경로가 어디인지 알고 있어,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고 두 가지 백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원숭이 두창를 관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감염자 수가 무섭게 늘어나자(감염자 대부분은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 미국 연방정부는 8월 4일 원숭이 두창를 공중보건상 비상사태라고 선언했다.

미국 질병대책센터(CDC)의 8월 10일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5월 이후 원숭이 두창이 엔데믹(특정 지역 등에서 평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태)이 되지 않은 82개국에서 3만1000건이 넘는 감염보고가 있으며, 그 중 미국 내의 것은 9500여건에 달한다. 감염은 와이오밍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전체의 절반 이상은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플로리다, 텍사스에서 기록하고 있다.

문제의 일부는 "우리가 5월에 인식한 시점에서 이미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감염이 확산돼 있었다"는 데 있다고 뉴욕 컬럼비아대의 감염병 전문의이자 역학자인 와퍼 엘 사드르는 말한다. 또 공중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검사받기 어려움, 오진, 한정된 백신 접종 기회, 그리고 유일한 항바이러스제 처방 절차가 (얼마 전까지) 번잡했던 점 등이 이번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접촉을 통해 확산되고 사회적 및 성적 네트워크를 통해 순환하는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출현하며 그 확산을 막는 주된 수단, 즉 백신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엘 사드르는 말한다.

감염확대의 기타 요인으로는 감염이 의심되는 경로(정액이나 질 분비액을 통한 성행위에 의한 감염 등)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일을 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결여 등을 들 수 있다. 확진자는 21일간 격리가 필요하지만 이는 비백인 저소득층, 불법이민, 트랜스젠더 등 애초 의료접근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큰 문제가 된다고 뉴욕시의 비영리단체 게이 남성헬스 크라이시스의 제이슨 시안시오트는 말했다.

또 무증상이나 경증 사례가 간과됨으로써 현재 확진자 수가 현저한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감염자인데 증상이 가볍고 자력으로 회복되거나 오진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엘 사드르는 말한다. 현재 감염자 수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늑장 대응은 원숭이 두창이 공중보건상 비상사태로 선포됨에 따라 앞으로는 자원 동원, 데이터 수집 합리화, 관료주의를 배제한 州나 지방정부에 의한 보다 나은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말한다.

◆ 백신 접종이 따라가지 못하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에서 원숭이 두창에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은 두 가지가 있다.

진네오스(Jyneos)라는 명칭의 2차 접종 백신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나 감염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다. ACAM2000으로 불리는 1회 접종 백신은 천연두용으로 승인돼 있으며, 원숭이 두창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백신에는 비교적 유해한 부작용이 많고 특히 HIV 환자와 같은 면역결핍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CDC는 경고하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의 조사 데이터에서는 HIV에도 감염된 원숭이 두창 감염자의 비율은 28~51%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백신 공급량은 대상자(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섹스워커, 바이러스에 노출된 의료진 등 포함)의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샌프란시스코 보건담당관 수잔 필립에 따르면 시는 배포된 백신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내에서 유일하게 원숭이 두창 백신접종을 예약 없이 받을 수 있는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서는 백신접종을 실시할 때는 몇 블록 앞까지 줄이 늘어섰다고 그는 말했다. 뉴욕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진네오스 백신 1차 접종 28일 만에 2차 맞으라고 했다. 하지만 1차 받은 사람들이 2차 접종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보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1차 접종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문제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사람, 몇 분 만에 꽉 차는 시의 접종 예약이 시작되는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추가 문턱을 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확진자가 나올 것이다"라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감염병 역학자 앤 리모인은 말한다. 바이러스는 연결고리가 강한 사회적·성적 네트워크 내부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다만 감염 가능성은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사전 면역도 없기 때문이다.


◆ 긴급사태선언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원숭이 두창의 전염력은 코로나19만큼 높지 않지만 비상사태 선포는 "사람들의 주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엘 사드르는 말한다. 또한 정부가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또 다른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7월 28일 미국 보건사회복지부(HHS)는 이미 배포된 진네오스 백신 34만 회분에 78만6000회분을 배포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는 위험 인구가 많고 신규 확진자 수도 많은 지역을 우선하도록 돼 있다.

FDA는 또 한정된 진네오스 백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피하주사와 다른 피내주사를 8월 9일 승인했다. 피내주사를 맞으면 백신의 양이 5분의 1이면 된다고 한다.

중증자에 대해서는 일부 의사들은 테코빌리맷(tecovirimat), 일명 티폭스(Tpoxx)로 불리는 천연두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원숭이 두창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직원이 응급의료 종사자, 약사, 조산사로까지 확대됐다. 또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의료진은 백신 접종 데이터와 경우에 따라서는 항바이러스제 처방 데이터를 州 보건국에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

이 같은 데이터는 평가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몇 명 있었는지,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 백신수요가 높은 곳은 어디인지, 항바이러스제를 몇 차례 투여했는지 공중보건관리자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필립은 말한다.

현재까지 확진자 대부분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이고, 또 그 중 상당수가 비백인이다. 최근 CDC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인종과 민족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한 미국의 원숭이 두창 환자 1300여명 중 58%가 히스패닉이거나 흑인이었다.

검사를 받고 백신을 접종하고 항바이러스제 '티폭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원숭이 두창에 대해, 또 현재 치료법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 기회로 이어진다.

◆ 정액이 감염 확산의 원천이 될 가능성
현재까지 진네오스 백신 및 항바이러스제 티폭스의 유효성 공식 시험은 동물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실시하기 어렵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세계 데이터가 있다면 과학자들은 백신 1회 접종과 2회 접종으로는 얻을 수 있는 면역이 얼마나 다른지, 티폭스가 체내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증상을 억제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고 존스홉킨스대 건강안보센터의 감염병 전문가 아메시 아달자는 말한다. 그러한 데이터 수집이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는지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 의학잡지 'Eurosurveillance'에 7월 14일자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대상 확진자 12명에게서 채취한 정액, 타액, 소변, 분변에서 원숭이 두창 DNA가 검출됐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체액 중에서도 감염력을 유지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8월 2일자로 의학잡지 '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원숭이 두창 환자의 정액이 감염확산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사물의 표면이나 호흡기 비말로부터의 감염 리스크에 대해서도 이해가 진행될 것이다」라고 엘 사드르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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