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흰머리를 낳는 메커니즘'이 규명되다
프랑스 혁명으로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 하루 전날에 흰머리가 됐다는 일화처럼 스트레스가 머리를 하얗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다수 전해지고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불분명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브라질 상파울루대 합동 연구팀이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있다.
연구팀이 한 실험은 생쥐에게 스트레스를 줘 체모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주사로 인해 통각을 과학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고통', 케이지를 기울이거나 빛을 꺼고켜는(온/오프) 것을 빠르게 변경하거나 잠자리에서의 '심리적 스트레스', 그리고 하루 4시간 동안 몸을 고정시키는 '구속' 세 가지 고통을 각각 주었다. 다음의 이미지 아래쪽이 실험 후 쥐. 위쪽 스트레스 실험을 받지 않은 쥐에 비해 체모가 하얗게 되어 있음이 분명한다.
당초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털의 색소를 생산하는 세포인 멜라닌 세포(멜라노사이트)에 대한 면역 공격을 일으킨다"고 추정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없는 쥐에서도 실험 후 체모가 하얗게 변하는 경우가 확인되면서 이 설은 부정되었다. 다음에 나온 설은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가 항진되는 코르티솔이 흰머리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코르티솔이 없는 생쥐의 체모도 하얗게 변했기 때문에 이 설 또한 부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구팀이 도달한 결론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교감신경계가 방출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멜라닌 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털을 만들어내는 모낭 속에는 다른 세포를 만들어내는 작용을 하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새로운 털이 만들어질 때마다 줄기세포 일부가 멜라닌 세포로 변화하고 새로 생겨난 멜라닌 세포가 머리카락 색깔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교감신경계에 대한 신경전달을 저해하는 기능을 가진 과네티딘을 쥐에게 투여하면 평소 같으면 체모가 하얗게 변하는 '고통' 실험 후에도 쥐의 체모색이 그대로인 것으로 밝혀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노르아드레날린이 흰머리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또 노르아드레날린을 피부에 주사한다는 추가 시험으로 인해 주사 부위 주위의 털이 희어지는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모낭으로 흘러들면 방대한 수의 줄기세포가 멜라닌 세포로 변환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과잉 멜라닌 세포는 모낭에서 유리된 직후 붕괴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멜라닌 세포로 돌아서는 줄기세포는 줄어들기는 해도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이 멜라닌 세포를 '낭비'한 후에는 모낭에서는 새롭게 멜라닌 세포를 만들기 위한 줄기세포가 고갈되고 그 이후에 나오는 털은 하얗게 된다.
동물이 공포 등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투쟁·도주 반응이라는 일련의 반응이 생긴다. 이 반응이 생기면 주의와 충동성에 대한 감도를 증진시키고 심박수를 높여 지방세포에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작용을 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쥐와 인간의 멜라닌 세포생성 반응이나 교감신경계는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에서도 스트레스와 흰머리는 노르아드레날린으로 연관돼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또 노화에 따른 흰머리도 줄기세포 고갈이 원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본 연구를 주도한 Ya-Chieh Hsu는 "줄기세포 손실이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길에 새로운 빛을 던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버지니아대학에서 스트레스와 체모 변색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뎁먼은 "체모가 백변한 개체는 그 군에서 평소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백발은 많은 경우 나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백발이라면 경험이 많고 리더십을 가지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연구는 흰머리 동물은 다른 개체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스트레스 경험이 사회적 지위를 높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Hyperactivation of sympathetic nerves drives depletion of melanocyte stem cells |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0-1935-3
How the stress of fight or flight turns hair whit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3949-8
Scientific evidence found for role of stress in hair whitening | Eurek Alert! Science News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20-01/fda-sef012120.php
Stress speeds up hair greying process, science confirms | Science |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0/jan/22/stress-speeds-up-hair-greying-process-science-confirms
Scientific evidence found for role of stress in hair whitening
www.eurekale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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