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없는 '정적(静寂)'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시끌벅적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은 시끌벅적한 곳을 벗어나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바라기도 하는데, 이것은 몸이 정적을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적'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좋은 영향에 대해 최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불쾌한 소음이 심신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경험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소리가 넘치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만성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이 높은 상태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음뿐만 아니라 소리는 귓속에 있는 일명 '달팽이관'이라 하는 부위·우이관이 물리적인 공기진동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뇌에 전달함으로써 느끼는 것으로, 이 메커니즘은 비록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도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깨어날 수 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서는 "서유럽과 미국에는 불쾌한 소음으로 인해 건강상 피해를 입은 사람이 각각 300만명 정도 있으며, 심장병으로 인해 잃어버린 생명 중 3000건은 과도한 소음으로 초래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소리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으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무용한 소음은 치료 부족이 가장 큰 것으로 잔혹한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아이가 돌연사하는 원인은 소음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나이팅게일의 주장은 20세기 중반 발병학자에 의해 만성 고속도로나 공항이 원인인 소음 문제와 고혈압과의 상관관계가 발견되면서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소리가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소리가 없는 상태인 '정적'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6년 내과의사 루시아노 베르나르디가 실시한 음악이 인간의 생리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에서 우연히 정적의 효과를 발견하게 됐다.
베르나르디 박사는 12명의 피험자에게 6종류의 음악을 들려주고 그 사이의 혈압,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 뇌내 혈류를 관찰한 결과 어떤 음악이든 육체가 각성 상태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의 생리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곡과 곡 사이에 있던 2분간의 공백에서 몸은 음악을 재생할 때보다 훨씬 편안한 상태에 있음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던 공백의 시간이 베르나르디 의사의 가장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됐다고 한다.
베르나르디 박사는 소음이라는 자극은 정신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자극이 없는 정적은 정신을 깊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베르나르디 박사의 '정적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은 2006년 Heart Journal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가장 다운로드된 것이 되었다.
2010년 오리건 대학에서 뇌신경을 연구하는 마이클 웨어 박사는 쥐에게 큰 소리를 들려주면 뇌에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 관찰한 결과, 간헐적인 소리의 경우 청각피질이 특수한 뉴런으로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반면, 비슷한 크기의 소리라도 연속적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쥐 뇌의 신경세포는 정지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그동안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에 동물이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덕분에 돌발위험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웨어 박사의 연구 성과에 따라 뇌가 정적 시작 시에도 뇌의 신경세포가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소리가 없는 상태는 일반적으로 '입력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는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순간을 '입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소리가 없으면 청각피질의 활동을 정지시킨다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2013년에는 듀크대학의 생물학자 인케 키르스테 박사는 마우스를 사용해 '정적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하루 2시간의 정적을 줌으로써 기억에 관련된 뇌 영역의 해마가 더 발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킬스테 박사는 "만약 정적과 뇌세포 발달과의 인과관계를 인간에서도 실증할 수 있었다면 '정적요법'은 치매나 우울증 등 해마와 관련된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경학자 중에는 '진정한 정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데이비드 클레이머 다트머스대학 박사는 예를 들어 라디오에서 자신이 잘 아는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듣다가 갑자기 음악이 멈춘다고 해도 머릿속에서는 그 곡이 계속 흘러나올 것이다라는 예를 들어 기억이 작용하면서 소리가 없어지더라도 뇌의 청각이 활동적인 상태를 지속하는 경우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뇌의 기능은 '백그라운드 활동'이라 하며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패턴 인식이나 복잡한 계산 등의 작업을 수행해도 뇌의 소비에너지는 불과 몇 %밖에 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를 완전히 쉬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적에 의해 뇌에 어떠한 영향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이 많지만, 예를 들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고급 헤드폰이나 명상을 체험하는 투어 등과 같이, 최근, 「정적」을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증가하고 있다. 핀란드 관광국은 또 조용한 환경은 중요한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한 환경을 뛰어난 장점으로 적극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을 뿐'이라고 생각되는 '정적'을 많은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고 찾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정적'의 효과를 직설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This Is Your Brain on Silence - Issue 16 : Nothingness - Nautilus
http://nautil.us/issue/16/nothingness/this-is-your-brain-on-silence
'시사,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십 년 이상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해결되지 않은 저주파음 'Hum'이란 무엇? (0) | 2022.09.21 |
---|---|
수수께끼의 저주파음 'Hum'의 원인이 밝혀져 (0) | 2022.09.21 |
왜 '녹음한 목소리'는 평소 목소리와 전혀 다르게 들리는가? (2) | 2022.09.21 |
타이핑 소리, 호흡소리 등 소리에 반응해 고통받는 미소포니아의 원인 (2) | 2022.09.21 |
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사람과 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2) | 2022.09.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