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균열 깊어지는 '컬처워(문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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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미국 사회의 균열 깊어지는 '컬처워(문화전쟁)'

by 소식쟁이2 2022. 8. 25.

미국 사회의 균열 깊어지는 '컬처워(문화전쟁)'

투표까지 3개월 남짓한 주목받는 미국 중간선거는 물가급등 등 경제문제 외에 총기 규제, 여성의 낙태권, 신교의 자유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컬처워(문화전쟁)로 번졌다.

또 전미 각지에서는 낙태에 대한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 트럼프가 불을 지폈지만 이제 풍향은 거꾸로
지금이 바로 반격의 기회다. 사회제도나 역사인식 등의 문제 중 어느 쪽인가 하면 방어 자세를 취하던 미국 민주당 측이 공화당을 상대로 반격 공세의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총기 규제, 낙태권 문제와 관련한 최근의 잇따른 대법원 판단이다.

미국 사회의 균열을 심화시키는 컬처워에 불을 지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최근 몇 년간, 각 州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북전쟁 당시의 남군의 장군상을 철거하거나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유명한 역대 대통령의 동상·기념비 중에서 노예제와 연결되는 인물의 철거를 요구하는 등의 진보파의 움직임에 맹반발하였다. 역사 부정이라며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문화전쟁을 대대적으로 호소해 왔다.

그 결과 재선을 목표로 한 지난 대선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7000만이 넘는 득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총기 규제, 낙태 문제가 갑자기 부각되면서 이번에는 공화당 보수파가 역전될 분위기에 처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매머드대학이 유권자에 있어 최고 중요문제에 대해 실시한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1위가 경제정책(24%)이었으나 2위에는 낙태 문제와 총기 규제(모두 17%)가 같은 비율로 나와 국민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이 지난 8월 2일 캔자스주에서 진행된 낙태 여부를 직접 묻는 주민투표였다.
이 州에서는 그동안 '강간, 근친상간 혹은 모체의 생명확보상 불가피한 상황'을 이유로 한 임신중절이 예외적으로 州헌법 규정으로 허용돼 왔다. 반면 공화당 보수파, 우익 종교단체 등이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출해 시비를 둘러싼 주민투표가 됐다.

원래 중서부 캔자스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 지반으로 알려져 온 만큼 대체적인 평가에서는 현지 신문보도를 포함해 수정안 통과가 농후하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낙태의 여성의 권리를 부인한 지난 연방대법원 판단 이후 기세가 오른 낙태지지그룹의 거리집회, 호별방문, TV 의견광고, SNS 알리미 등 굵직한 풀뿌리 운동이 주효해 최종투표에서는 수정안이 부결됐다. 더구나 찬성 41%에 대해 반대 59%로 예상 밖의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결과 이 州에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특정 조건하의 낙태가 허용되고 이후 다른 州에서도 낙태지지 운동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 중간선거 움직임과 새로운 쟁점 
과감한 보도로 알려진 뉴스 웹사이트 'Daily Beast'는 바로 지난 8월 5일 '전면적 컬쳐워를 걸면 민주당은 승산이 있다'는 제목의 게스트 칼럼을 게재,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캔자스 주민투표의 예상 밖의 결과는 금세기 들어 미국민의 다수파(majority)가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에 관한 자치권을 갖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여성의 인권옹호에 대한 지지는 주내 보수적 시군구를 포함해 구석구석 퍼져 있으며 태아의 생명은 어디까지나 신성하다는 공화당 기독교 전도파의 주장을 물리친 것이나 다름없다.

산모보다 태아의 생명을 중시하는 한편 총기 소지규제에 반대하는 보수층은 동시에 초등학교 교실에 갑자기 난입한 남자의 총기 난사로 학생들이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최근의 안타까운 사건을 TV 뉴스에서 목격했을 때도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믿어왔던 것과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여전히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대다수 국민의 관심은 휘발유 등 물가폭등, 코로나 대책뿐만 아니라 여성인권 보호, 시민신변안전을 향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11월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의회 다수를 제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트럼프주의에 이끌려 지난 대선 결과의 '약탈설'을 우습게 여기며 학교 아동의 안전보다 총기 소지를 우선시하고 코로나 감염의 과학적 근거를 일축하며 낙태나 피임을 계속 부정하겠다는 전통노선에서 벗어난 '적대적 공화당'과 마주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사태를 좌시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호기로 보고 미국 전역에서 과감히 뜨거운 문화전쟁을 벌여야 한다.

사실 민주당이 문화전쟁에서 공세를 펴는 데 공화당 공격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주제는 낙태, 총기규제 문제만이 아니다.

◆ 새로운 쟁점은 동성결혼 문제다.
연방대법관 9명 중 최우익으로 알려진 토머스 클래런스 판사는 최근 여성의 낙태권 부인 판단에 이어 차제에 (동성혼을 포함한) 동성애 관련 과거 몇몇 판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경한 발언을 해 보수 판사가 6명을 차지하는 대법원이 승승장구해 새로운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2015년 당시 이를 금지하는 플로리다주 규정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 판단을 내린 이후, 전미 50개주 대부분의 주에서 동성결혼이 용인돼 왔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공화당원을 포함한 압도적 다수 국민이 지지를 표명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런 만큼 만약 클라렌스 판사의 예언대로 대법원이 새롭게 동성결혼 금지 판단을 내리게 되면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비등할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즉각 이 점과 관련해 대법원이 과거 판례를 뒤집는다면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주들이 다시 동성결혼 금지조치를 내놓게 된다. 그런 게 허용되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베테랑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낙태문제에 이어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지금부터 계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중간선거를 위해 온건파뿐 아니라 전체 유권자의 20%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무당파층의 표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공화당 내에서도 문화전쟁 격화 움직임
한편 공화당 측에서도 2024년 대선에서의 정권탈환을 목표로 독자적인 문화전쟁 선전포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 깃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직접 출마 의욕을 보이고 있는 론 데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다.

데산티스 지사는 지난 8월 4일 기자회견에서 연방대법원 판단에 불복해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과 수술 중인 산부인과 의사의 형사고발을 거부하는 앤드루 워런 주 탬파지구 검찰관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지사 권한에 따라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고 돌연 발표해 주내에 충격이 일었다. 그는 검사가 낙태금지 주법을 무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태만행위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워런 감찰관은 소장파 민주당의 희망으로서 인기도가 높고 임기 4년의 주검찰로 과거 두 차례의 선거에서 선출돼 온 바 있는 만큼 이번 지사 결정에 대해 많은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극렬한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그는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50년 가까이 연방대법원이 용인해 온 여성의 태생적 권리이며, 이번에 보수성향으로 굳힌 대법원이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린 뒤에도 플로리다 외 각 주에서 수백 명 이상의 검사들이 형사고발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산티스 지사는 사상·심정적으로 트럼프와 가장 가깝고 코로나19가 전국 확산됨에 따라 각 주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외출 규제가 실시됐을 때에도 이를 무시하고 마이애미해변을 수영복 차림으로 산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동성애 결혼, 공립학교 인종간 융합조치 등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우익투사로도 알려져 공화당은 앞으로 선거에서도 민주당을 몰아붙이기 위해 철저한 문화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올해 11월 주지사 재선을 노리는 것 외에 트럼프와 함께 2024년 대선 유력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앞으로 여야 간 컬처워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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