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적극적으로 '기억을 잃으려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그러고 보니 지난주 주말에는 뭐 했지' '엊그제 저녁은 뭐를 먹었지'라고 생각해 보면 뜻밖에도 생각이 잘 안 나서 놀랄 때가 있다. 「기억이 없어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남아 있으면 편리할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뇌는 적극적으로 기억을 잊으려고 한다」라고 하는 가능성이 있을이 밝혀지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어떻게 기억이 유지되는가'라는 연구를 하고 있지만 반대로 '왜 기억이 상실되는가'라는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기억 연구자인 마이클 앤더슨 교수는 자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일이나 인생에서 경험해 온 일 대부분은 내가 80세가 됐을 때는 잊어버렸을 것이라며 망각의 시스템은 기억에 대해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맥길대학에서 기억망각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올리버 하르트는 잊지 못하면 우리는 기억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르트는 만약 인간이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기억은 방대한 정보량이 되고 뇌는 비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루의 끝에 "그 날 있었던 매우 평범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데, 며칠 후나 몇 주 후에는 그 사건을 잊어버리는 것은, 경험하자마자 상태에서는 뇌가 「그 기억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잊는 것은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뇌의 필터 역할을 한다. "라고 Hart는 말했다.
인간과 포유류와 같은 복잡한 뇌를 가진 생물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해우(sea-lemon)와 같은 단순한 뇌를 가진 생물도 기억을 가지고 있다. 기억을 유지하는 방법은 동물에 따라 다양하며, 예를 들어 포유류에서는 가장 최근의 단기기억을 해마가 유지하고 장기적인 기억은 뇌의 다양한 피질영역에 걸쳐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억을 망각하는 메커니즘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뇌 내에서 기억을 유지하는 뉴런이 파괴되거나 기억을 보유하고 있는 영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됨으로써 기억은 상실된다'는 수동적인 기억망각 시스템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서는 「뇌가 적극적으로 기억을 제거하고 있다」라고 하는 능동적인 기억망각시스템의 존재가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곤충을 포함한 절지동물의 기억 중추로서 작용하는 것은 버섯체(mushroom bodies. 곤충의 뇌 속 후각 및 다른 감각의 기억을 저장하는 곳)라고 하는 것으로 뇌의 일부다. 플로리다의 스크립트 연구소에 근무하는 신경과학자 로널드 데이비스는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초파리에 전기충격을 줬을 때 특정 냄새를 맡게 해 초파리가 그 냄새를 피하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데이비스 등 연구팀은 버섯체에 대한 도파민 방출을 방해하고 초파리가 어느 정도 냄새에 대한 기억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도파민 방출을 방해한 초파리는 그렇지 않은 초파리에 비해 2배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로 데이비스는 초파리는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진 뒤 도파민 방출로 기억이 지워지는 망각시스템이 작용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베이징 칭화대 뇌과학교수인 이청은 생쥐의 뇌를 조작해 해마에서 Rac1이라는 단백질 활동을 저해하면 생쥐가 기억을 유지하는 시간이 연장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반대로 Rac1의 활동을 활성화시키자 쥐는 금방 기억을 잃기 쉬워졌다고 한다.
데이비스와 청은 2017년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에서 "뇌가 기억을 망각하는 것은 뇌에 갖춰진 기본적인 기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기억 제거가 어느 정도 외적인 요인에 좌우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뇌는 저준위의 기억 제거를 만성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새롭게 획득한 기억을 서서히 지워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신경 발생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기억제거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도 시사되고 있다. 뉴런 신생이나 신경형성이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신경줄기세포나 전구세포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분화하는 것으로 새로운 기억 형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연구에서는 쥐의 해마에서 신경발생을 저해하면 새로운 기억형성을 방해하고 신경발생을 촉진하면 새로운 기억형성을 보다 강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토론토대학의 신경학자인 폴 프랭크랜드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훈련한 후 신경발생을 촉진한 생쥐에서는 훈련 후 신경발생을 촉진하지 않은 생쥐보다 한 달 뒤 기억 정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프랭크랜드는 신경발생에 의해 새로운 회로가 해마에 형성됨으로써 오래된 회로에서 기억을 꺼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프랭크랜드는 말했다. 해마에 축적된 단기적인 기억이 장기적인 기억으로 변환되어 뇌의 피질로 퍼져나가기 전에 신경발생에 의해 망각될 수 있다.
뇌의 적극적인 망각시스템이 기본적인 기능이라면 그로 인해 지워져 버린 기억은 뇌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리는 것일까. 잊혀진 기억이 완전히 뇌에서 사라져 버릴 것인가 하는 의문과 관련해 도미니칸대학의 로버트 야게만 등 연구팀은 바다소나무를 이용해 기억 정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야게만 씨 등은 바다소리의 몸 한쪽에만 전기충격을 가해 전기충격에 대해 해우(sea-lemon)의 몸 한쪽에만 큰 반응이 일어나도록 훈련했다. 이후 일주일의 기간을 비워 해우(sea-lemon)의 뇌에서 전기충격 기억이 사라지기를 기다렸고, 해우(sea-lemon)가 전기충격의 기억을 잊었을 때쯤 다시 한 번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러자 이전에 훈련했던 해우(sea-lemon)의 몸 한쪽만이 전기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이전에 훈련했을 때의 기억 조각들이 뇌의 한쪽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야게만는 말하며, 1년의 수명밖에 없는 해우(sea-lemon)에게는 상당한 장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기억 제거가 어느 정도 능동적인 기능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상 망각 프로세스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야게만은 인간에 있어서의 기억의 망각 프로세스가 밝혀지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기억을 제거하거나 소중한 기억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처럼 기억이 상실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적인 방법이 발견될 수 있다고 한다. 프랭크랜드는 PTSD의 치료에도 기억망각의 프로세스가 응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트라우마로 남아 버린 기억을 지우고, PTSD가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말한다. 마약이나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 대한 치료에도 기억망각 과정이 응용될 수 있다고 프랭크랜드는 말했다.
To Remember, the Brain Must Actively Forget | Quanta Magazine
https://www. quantamagazine. org/to-remember-the-brain-must-actively-forget-20180724/
'시사,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음하는 경우를 때문에 우선 이해해야 할 '사람이 숙취되는 이유' (0) | 2022.09.03 |
---|---|
알코올을 마시면 면역기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0) | 2022.09.02 |
술의 과음으로 인해 '기억이 날아가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0) | 2022.09.02 |
10일 연속 과음을 하면 뇌의 뉴런(신경세포)이 망가진다는 연구 결과 (2) | 2022.09.02 |
알코올이 뇌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이 있을 가능성 (0) | 2022.09.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