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스도(예수)다'라는 3명의 망상환자를 대화하게 한 놀라운 심리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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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영

'나는 그리스도(예수)다'라는 3명의 망상환자를 대화하게 한 놀라운 심리실험

by 소식쟁이2 2025. 5. 23.

'나는 그리스도(예수)다'라는 3명의 망상환자를 대화하게 한 놀라운 심리실험

"나는 그리스도(예수)다." "아니, 나야말로 참된 그리스도다." "무슨, 애송이가, 그리스도는 독수리야."

1959년 7월,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심리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스스로를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고 있는 3명의 망상 환자를 함께 생활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한 것입니다.

이는 입실란티의 세 그리스도(The Three Christs of Ypsilanti)라며 하면서, 1964년 동일 명칭의 연구서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은 재미로 실시된 것이 아니라 망상의 치료로서 실행한 것이지만, 나중에 심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과연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그런데 자칭 세명의 그리스도의 대면은 어떤 결말을 맞이한 것일까요?

The True Story Behind The Failed Psychological Experiment Of The Three Christs of Ypsilanti
https://allthatsinteresting.com/three-christs

Three Thrown Over the Cuckoo’s Nest
https://www.damninteresting.com/three-thrown-over-the-cuckoos-nest/

◆ 3인의 그리스도 실험을 생각해 낸 배경은?
입실란티의 세 그리스도를 주도한 연구자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밀턴 로키치(1918~1988)입니다.

로키치는 어느 날 문화와 정치, 예술을 다루는 뉴욕의 월간지 하퍼스 매거진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자신을 성모 마리아라고 믿고 있는 두 여자의 대면에 대해 적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 정신병원의 룸메이트로 같은 방을 배정받아 함께 생활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서로 "내가 마리아야" "아니, 나야말로 마리아야"라고 주장했지만, 점차 한 여성이 "이 사람이 마리아라면 나는 내 정체성을 잘못 본 게 틀림없다"고 깨닫고 망상성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밀튼 로키치, 1970년경 폴란드계 미국인 사회심리학자


로키치는 이 기사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심리실험의 착상을 얻었습니다.
그가 초점을 맞춘 것은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 자칭 그리스도의 첫 만남
그래서 로키치는 같은 방법으로 망상형 조현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세 명의 '자칭 그리스도'를 모았습니다.
당시 로키치가 있던 미시간州에는 '내가 그리스도(예수)'라고 자칭하는 망상 환자가 10명 정도 있었기 때문에 자칭 그리스도를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959년 7월 1일, 로키치가 근무하고 있던 같은 州의 입실란티주립병원에 이 3명의 "그리스도"가 모였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을 중퇴한 뒤 조현병을 앓고 있던 38세 남성 레온 게이버.
두 번째는 20년 전까지 작가를 하다가 조현병이 발병해 시설에 수용됐던 58세 남성 조셉 카셀.
세 번째는 치매를 앓고 있고 농사를 짓던 70세 노인 클라이드 벤슨입니다.

그들은 함께 '나야말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로키치는 세 사람을 대면시켜 같은 병실에 묵게 하고 2년을 함께 지내게 한 것입니다.

자, 세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 그리스도끼리의 주먹다짐이 발발!
로키치는 레온(38), 조지프(58), 클라이드(70) 등 3명을 함께 묶어 각각 예수 그리스도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자기야말로 그리스도라고 믿고 있는 세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로 부르며 그 자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전 작가 조셉이었고, "내가 그리스도이고, 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레온은 "아니지, 넌 가짜야!"라고 욕하기도 했고, 클라이드는 "독수리가 하나님이요, 예수 그리스도요, 거룩한 영이시다"라고 계속 반복했던 것입니다.
또한 레온은 이 세션이 정신적인 고문이며, 로키치가 자신들을 세뇌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혼란스러운 채 막을 내렸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 후 2년 동안 옆 침대에서 숙식을 같이하고 병원 내 세탁실에서 같은 일을 맡았기 때문에 온종일 함께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누구 하나 서로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얼굴을 맞대면 "내가 그리스도다" "그러니까 내가 그리스도란다" "단순히 독수리가 진정한 그리스도인 것 아니냐"고 시비를 걸면서 점차 불만을 키워갔습니다.

급기야 세 사람은 누가 진짜 그리스도인지를 놓고 주먹다짐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짜 예수라면 폭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만...)

얼마가 지나도 사태가 진전되지 않자 로키치는 세 사람 사이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사람의 그리스도 실험은 당시부터 지역 신문에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에 로키치는 이 기사를 세 사람에게 읽게 하고,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인식시켜 망상에서 끌집어내려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세 사람은 모두 기사 내에서 거론되는 망상 환자가 자신들의 일인 줄 모르고 '이상한 놈이 있구나'라고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로키치는 여성 연구 조수에게 '레온에게 접근하라고' 지시해, 연애 관계로 발전시킴으로써 망상으로부터 해방시키려 했습니다.

계획대로 레온은 연구 조수인 여성을 사랑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틀 속에 틀어박혀 버린 것입니다.
그 때 레온은 "진실이야말로 나의 친구이며 그 외에 다른 친구는 없다(Truth is my friend, I have no other friends)"고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매일 계속되는 말다툼에 지쳤는지 서로의 관계성에 있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 세 그리스도 실험의 결말이란? 로키치 '망상에 빠진 건 내 쪽이었어'
말다툼에 지친 세 사람은 점차 서로의 망상에 맞춰 행동하게 되거나, 또 '누가 진짜 그리스도인가' 같은 화제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그리스도다'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다른 두 사람과 잘 공생하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클라이드는 「다른 2명은 이미 죽어 버렸고, 몸 안쪽에서 기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뿐인 것이다」라고 로키치에게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또 레온은 두 사람의 주장을 '주목을 끌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셉은 다른 두 사람에 대해 그 자체로 망상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 후에도 세 사람이 각각의 신념을 굽히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관계성은 실험 시작 때에 비해 크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누가 진짜 그리스도인가를 논의하는 것을 그만두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매일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지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세 사람을 망상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로키치는 2년에 걸친 실험을 종료하고 그들을 놔 주었습니다.
로키치는 이 실험 내용을 정리해 1964년 '입실란티의 세 그리스도(The Three Christs of Ypsilanti)'로 출간합니다.

이 연구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일부에서는 그 비윤리적인 실험 내용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세 사람의 그리스도 실험은 레온, 조셉, 클라이드에게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피로를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로키치가 세 사람에게 심리적 흔들기 위해 많은 부정과 개입을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판을 받고, 로키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1984년판의 이 책의 후기에서 사죄의 말을 적고 있습니다.
로키치는 "비록 과학의 이름으로라도 신의 흉내를 내거나 일상생활에 밤낮 없이 개입할 권리가 내게 있을 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그는 이 실험으로 세 그리스도들을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환자가 그 신념을 버리도록 조작할 수 있다는, 자기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는 나의 망상은 나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2017년에 '세 그리스도'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THREE CHRISTS Movie Clip - America The Beautiful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mFzsb13-c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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