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우리에게 '미(美)'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본문 바로가기
시사, 경영

과학은 우리에게 '미(美)'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by 소식쟁이2 2023. 9. 10.

과학은 우리에게 '미(美)'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미(美)는 별로 과학적으로 이야기되지 않지만 최근 들어 '뇌'와 '예술'의 관계를 연구하는 '신경미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뇌 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The Aesthetic Brain'의 저자이자 신경과학자인 Anjan Chatterjee가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미적(美的) 경험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나 아름다움과 유사한 가치를 경험하는 것이 '미적 경험(美的経験)'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적경험을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쁨은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거나 맛있는 식사를 먹는 것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이것들이 미적경험이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즉, 미적경험은 기쁨이면서 식욕이나 공리적인 충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그림을 보고 '아름답구나'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거실이나 사무실에 걸면 멋질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멋진 창작이다'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이건 친구에게 감명을 주겠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감동은 분명 훌륭한 경험이긴 하지만 욕망을 동반하기 때문에 '미적경험'은 아니다. 


사람들이 '예술(Art)의 목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할 때가 있는데, 예술(Art)의 목적은 예술(Art) 자체에 있다. 대상물에 몰입하는 것, 예술에 그 이상의 목적은 없다. "미적경험은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자연의 것에서도 얻을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미적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Chatterjee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정원에 완벽하게 매료되는 것, 적어도 그것은 미적경험의 정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미적경험이 일어날 때 뇌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그 개체에 쾌적 감각을 가져다주는 것이 보상체계인데, 보상체계에서 중요한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것이 선조체나 전두피질, 편도체, 섬피질 같은 부위이다. 

미시간대학의 켄트 베리지라는 신경과학자는 이들 부위에 wanting(원하다)과 liking(선호하다)이라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원하고, 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wanting과 liking이라는 두 시스템은 서로 관계하면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wanting 시스템과 liking 시스템은 비슷비슷한 것이다. 예를 들어 wanting 시스템은 도파민으로 몰린다. 도파민 부족은 손발의 움직임을 줄이는 파킨슨병을 일으키지만, 뿐만 아니라 욕망이나 학습의욕을 작게 만들기도 한다. 한편 liking 시스템은 순수한 쾌락 경험과 결부된 것이다. 대마에 포함된 칸나비노이드와 오피오이드를 섭취하면 하이(high)가 되는데 이는 liking 시스템의 강력 버전이다. 

우리 경험의 많은 부분에 wanting 시스템과 liking 시스템이 관련되는데, 이것들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마약의존 환자가 마약을 끊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과 같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갖고 싶다'는 상태도 생겨난다. 미적경험이란 마약의 예와는 반대로 '좋아하지만 원하지 않는다'는 상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 과학은 초월적 경험을 측정할 수 있을까?

이 점에 관해서는 뉴욕대 연구팀이 미적 경험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며 뇌를 스캔해 어떤 그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4~5단계로 평가받았다. 이 연구의 핵심은 비록 5단계로 평가하는 경우라도 선호도가 최고치로 올라갔을 때 뇌 속에서는 이전과 다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경험 속에 몰입하면서 뇌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란 휴식 중인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활동상태를 말한다. 바깥쪽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반응할 때는 활동이 작아지고 안쪽 세계에 몰입해 있을 때 활발해진다. 뉴욕대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대해 아트를 경험하는 기쁨은 단계적으로 늘어나지만 어느 일선에서 경험이 질적으로 변화하면서 뭔가가 일어난다. 외부 세계의 자극이 사람들을 내적인 세계로 몰입시키는 트리거가 되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를 일으키는 것이다」라고 추측하고 있다. 

즉 외부 세계의 것인 미술이나 예술작품이 트리거가 되고 사람이 안쪽 세계에 몰입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가 됨으로써 과학적으로도 '초월적 경험'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 머리 속의 지식은 '미를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까?

'뇌는 미를 어떻게 느끼는가'라는 것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술 분야 '신경미학'은 2002년경부터 시작되었는데, 신경미학은 미적경험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경미학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뇌에는 '감각운동회로' '감정과 보상의 회로' '의미와 개념의 회로'가 있는데, 이 세 가지가 미적경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인식과 감각적 인식의 차이에서 생겨난 미학은 과학적 견지에서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개념적인 현대예술(Art)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데, 만약 뇌의 3개 회로가 미적경험을 만들고 있다면 기존의 예술과는 형태가 다르고 개념적인 컨셉추얼아트에 대해서도 미학의 과학적 접근이 가능한다. 신경미학의 생각에 근거하면, 미적경험은 작품에 관한 지식을 배경으로 한 '개념적인 정보'와 '감정의 리액션'에 의해서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식이 없어도 미적경험을 할 수 있다. 적어도 개념적인 것을 배제한 예술(Art) 중 하나로 아보리지니들의 작품이 있다고 말하는 Chatterjee는 아보리지니의 작품을 보았을 때 물론 반가웠지만 그림에 담긴 개념이나 문화적 배경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념적인 정보 없이도 미적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라도, '이건 예술(Art)이다'라고 하면 우리의 반응은 변화하는가?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에 식료품점 선반에 놓여 있는 '요강(오줌통)'에 적절한 배경을 주어 '예술(Art)이다'라고 인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술(Art)의 특성은 여러 번 바뀌었고 그에 따라 우리의 반응도 변화해 왔다. 고흐를 비롯한 인상파 인사들은 처음 예술 아카데미 사람들에게서 평가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50년 동안 우리의 뇌는 그렇게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상파는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되어 있다. 

예술 인식에 관해서는 덴마크에서 어떤 흥미로운 실험이 이루어졌다. 한쪽 그룹에는 어떤 추상화를 컴퓨터로 그렸다고 보여 주고 다른 그룹에는 같은 그림을 갤러리에 장식되어 있다고 전달했을때의 반응을 조사한 것이다. 
즉 '물체'는 똑같지만 배경만 바꿨는데 뇌 반응을 살펴본 결과, 갤러리에 장식되어 있었다라고 듣고 그림을 보여준 사람들은 뇌에서 사람이 기쁨을 느낄 때 활발해지는 부분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 창조성의 단계적 사고 프로세스는 존재하는가?

미국의 심리학자 그레이엄 월러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할 때의 사고 프로세스에는 '준비기' '부화기' '발현기' '검증기'의 4가지 단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적인 기능이나 요소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기 후에 문제 해결에 착수하는 것인데, 바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뜻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도 무의식하에 일이 진행되는 '따뜻한 시기'를 거친다. 그리고 분석이나 이해가 진행되면,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이른바 「아하 체험」이 발생.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를 퇴고하는 검증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위와 같은 4단계 사고 프로세스를 믿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4단계 프로세스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신경학의 관점에서 봐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마법처럼 아이디어가 생기는 순간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위의 사고 프로세스가 일어나고 있을 때 측두피질이 활발해진다. 또 뇌파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사람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순간 눈을 감고 있음에도 사람의 시각을 관장하는 후두엽이 마치 지각 정보를 얻었을 때처럼 활동한다는 결과가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더 창의적일 수 있을까?

일의 해결을 위해서 단계적으로 대처하는 「해석 어프로치」라고 하는 방법이 있지만,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해석 어프로치와는 달리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접근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은 대부분 잠들기 직전이나 잠을 깰때 등 조금 정신이 멍할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Chatterjee가 우려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세세하게 일정을 잡을 수 있고, 자신의 시간이 수업과 배움 등 과제로 채워져 있다. 물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들 중 상당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창의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창의성이라는 것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Chatterjee는 말했다. 

 


Anjan Chatterje talks about the neurology of creativity.
http://nautil.us/issue/20/creativity/can-science-tell-us-what-beauty-is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