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혁명이나 내전, 혹은…너무 많은 엘리트의 '자리다툼 게임'이 미국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미국은 내전이야기가 나와 관련된 과거 자료를 정리해 보았다.
자리다툼 게임에 패한 엘리트와 불만을 가진 국민이 공화당을 '혁명 정당'으로 만들었다.
◆ 게임에서 탈락한 엘리트의 말로
잉여의 부(富)는 수혜자에게는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결국은 계급 문제로 이어진다. 초부유층(1000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의 수는, 인플레이션 조정 후의 1980년부터 2020년 사이에 10배로 부풀어 올랐다.
이러한 부유층의 일부는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처럼 자신이 정치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피터 틸처럼 정치인 후보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엘리트층이 늘어날수록 그 정치적 권력이 사회에 행사된다.
2010년대까지 미국의 사회 피라미드 최상위 부분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다. 정치계나 경제계의 상층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몇 안 되는 지도자나 권력자의 자리를 다툰다. 이 상태를 우리는 엘리트의 과잉생산이라고 부른다.
엘리트의 과잉 생산은 자리다툼 게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의자의 수는 변하지 않지만, 플레이어는 증가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탈락하는 플레이어의 분노는 심각해진다.
그런 가운데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대항 엘리트도 나온다. 잉글랜드 내전이라면 올리버 크롬웰과 그가 이끄는 연정당, 러시아 혁명으로 치면 블라디미르 레닌과 볼셰비키 같은 반역자, 혁명가가 그것이다.
현대 미국에서 생각하면 언론의 망나니 터커 칼슨(Tucker Carlson. 방송인, 미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보수 논객)이나 정치적 야심을 보이는 독불장군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얼굴 등이 그보다는 영향력이 낮은 이력들과 함께 떠오를 것이다.
지배 엘리트와 대항 엘리트의 싸움이 과열될수록 공공부분을 말하는 언행의 규범은 무너지고 제도에 대한 신뢰는 훼손돼 간다. 그 결과 시민의 결속과 자국내의 조화는 상실되고, 국가는 안에서부터 급속히 부패해 가는 것이다.
데이비드 굿하트 「서구 좌파 포퓰리즘의 부상을 가져온 것은 고학력자들이 안고 있는 불만이다」
*데이비드 굿하트(David Goodhart).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독일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
◆ 일종의 '혁명'이 일어나다
이러한 정치적 기능장애의 하나의 결과로서 연방예산의 부적절한 배분을 지적할 수 있다. 신뢰와 정당성의 실추가 맞물려 미국의 해체를 촉진하고 있다.
나라살림 파탄이 종종 혁명의 단초가 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 혁명 전야나 잉글랜드 내전의 준비기에도 재정의 파탄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당파 정치로 바꾸어 보자. 미국의 지배 엘리트는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 자산가의 최정상(1%의 사람들로 통칭)과, 높은 학력으로 훌륭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와 인텔리겐차(intelligentsiya. 가령 10%의 사람들로 지칭. 지식 계급)의 연합으로 성장해 왔다.
10년 전에는 공화당이 1%의 당이었고 민주당이 10%의 당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공화당의 변모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뜻밖의 승리를 잡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민중의 불만을 먹이삼아 권좌에 오른 정치적 기업가의 전형적인 예였다(공화제 로마 후기 포퓰리즘 정당을 만든 티베리우스 그라쿠스 또한 그 한 예다).
그의 구상 모두가 지배 엘리트의 이익에 반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는 세제를 보다 역진적(逆進的)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상당수는 엘리트의 뜻에 어긋났다. 엄격한 이민정책(경제적 엘리트는 임금을 억제하기 위해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공화당의 전통인 산업정책을 지지하는 자유시장 정통주의의 부정, NATO에 대한 회의적 인식, 국외에서의 새로운 분쟁을 원하지 않음의 공언 등이 그렇다.
전형적인 기존 엘리트인 조 바이든이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를 물리쳤을 때 그 혁명은 망했다고 느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2024년까지 민주당은 버몬트 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주도하는 포퓰리즘을 길들여 10%와 1%를 위한 정당이 됐다.
이러한 재편성은 카말라 해리스가 자금 면에서 트럼프를 압도하고 리즈 체니, 딕 체니 부자 등 공화당 주류, 빌 크리스톨 같은 네오콘이 해리스 지지를 표명하면서 가시화됐다.
◆ 혁명 정당이 된 공화당
반면 공화당은 본격적인 혁명 정당으로 변모하려 하고 있었다. 그 리더가 말하는 '노동자', 비판자가 말하는 '극우' 의사를 반영한 어젠다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공화당원을 축출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틀림없이 이 변화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주요 언론과 정치인들이 트럼프에 집착하는 한편, 그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다양하게 맞장뜨는 엘리트들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한 명인 J. D. 밴스는 빛나는 것처럼 공화당 내에서 큰 출세를 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나 툴시 개버드처럼 민주당에서 하루아침에 넘어온 사람도 있다.
이외에도 일론 머스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팟캐스트 방송인 조 로건 등 거물들도 있다. 후자는 일찍이 민주당의 포퓰리스트(앞서 말한 버니 샌더스 등)를 지원한 적도 있었다.
예컨대 2024년 시점에서 지배 엘리트 정당으로 모습을 바꿔버린 민주당은 민중의 불만뿐 아니라 대항 엘리트의 반란도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 미국 내전을 막으려면
이리하여, 민주당은 인류 역사상 수천번이나 반복되어 온 곤경에 빠진 것이지만, 앞으로의 전개는 2가지로 준비되어 있다.
하나는,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에서 볼 수 있었던, 기존의 엘리트의 타도이다. 또 하나는 지배 엘리트에 의한 사회시스템의 재조정, 즉 부(富)의 펌프질을 멈추고 대중의 곤궁화와 엘리트의 과잉생산을 멈추는 것이다. 후자는 1세기 전 뉴딜정책의 시대가 그렇다.
또 차티스트 시절(1838~1857년)의 영국도 대개혁을 함으로써 1848년 유럽을 휩쓴 혁명의 기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차티스트(1830년대에서 1840년대에 걸쳐 일어난 영국 노동자의 참정권 확대 운동. 투표권을 유산계급에게만 부여하고 있는 데에 불만을 품고, 보통선거권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국민헌장에 제시하여 정부의 탄압을 받았으나, 나중에 그 요구 사항의 대부분이 수용되었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11월 5일 선거에서의 지배 엘리트의 패배는 현재진행형 혁명전쟁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싸움이었다. 승리한 대항 엘리트들은 이들이 딥 스테이트라고 부르는 적대세력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적대세력은 관료기구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승리한 측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개인적 긴장이 결과적으로 분열로 이어진다. 혁명은 그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과제가 지극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풀어 오른 연방 재정적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은 부(富)의 펌프질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그리고 민주당은 어떻게 대치할까. 2028년 민주당 강령에는 대규모 사회개혁에 나서는 뉴딜 같은 것이 담길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립하는 정당이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하든 당장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민중의 불만은 40년 넘게 축적돼 왔다. 나라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갔다고 민중을 설득하려면 몇 년 동안 계속되는 번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리하여 불화의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피를 보는 내전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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