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집념의 굴욕과 자와히리 암살 후 알카에다의 행방
20년 넘게 잠적해 온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자와히리(71)가 미국 무인기의 공격으로 살해됐다. 자와히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원인이 된 911테러의 마지막 남은 주모자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911을 매듭지은 셈이다. 미국 언론보도 등에서 중앙정보국(CIA)의 집념이라고 할 수 있는 암살작전의 내막으로 밝혀졌다.
◆ 자와히리를 계속 추적해 온 CIA
자와히리는 어떤 인물이었나?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굴의 테러리스트다. 알카에다의 이론적 지주이기도 했다.
전설적인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부관으로 2001년 9월 11일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세계무역센터 건물 2동에 여객기를 들이받는 사상 최대의 테러를 일으켰다.
911의 보복으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당시 탈레반 정권을 타도했지만 빈 라덴과 자와히리는 전쟁의 혼란에 틈타 사라졌다. 빈 라덴은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해 있다가 미 특수부대 실즈에 의해 암살됐고 자와히리가 후계 지도자가 됐다.
자와히리는 원래 이집트인 내과의사다. 일찍이 이슬람 원리주의에 경도돼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암살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된 경력을 지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빈 라덴과 알고 지낸 뒤 전담 주치의로, 이후 탄자니아, 케냐의 미 대사관 폭파사건 등을 지휘하는 등 테러작전 입안을 지휘했다.
911에 대한 미군의 보복폭격으로 아내와 아이가 잔해물에 깔렸을 때 아내는 구출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남자 구조원이 베일 아래 자신의 민낯을 볼 수 있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자와히리처럼 아내도 독실한 이슬람교도임을 말해주는 일화다.
CIA는 자와히리를 계속 추적해 왔다. CIA에는 채프만의 악몽을 잊지 말라는 교훈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간전쟁 중 CIA는 동남부 호스트州의 채프만 기지에 거점을 두고 은신하는 알카에다 간부들의 정보를 수집했었다. 2009년 12월 자와히리 정보를 갖고 있다는 요르단인 의사를 겨우 포섭해 의사가 채프만 기지로 찾아왔다.
그러나 이 의사 후맘 바라위는 알카에다의 이중간첩이었다. 바라위는 중요한 단서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던 CIA 직원들 앞에서 자폭, 직원 7명이 희생됐다. CIA가 자와히리의 함정에 빠진 순간이었다.
CIA로서는 사상 최악의 정보작전 실패다. 이후 자와히리 살해는 CIA의 목표가 됐다. 이번 암살이 함구작전이었다는 것이다.
◆ 그것은 가족의 감시에서 비롯되었다
미 정보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여름 미군의 아프간 완전 철수가 자와히리 추적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자와히리가 미군 철수에 방심하고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와히리는 그동안 파키스탄 국경 산악지대에 숨어 조직을 고무하는 동영상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자와히리를 쫓아온 정보당국자가 카불의 중심지 샤푸르 지구의 3층짜리 주택으로 자와히리의 아내, 딸, 손자 등 가족이 옮겨 살고 있음을 밝혀냈다. 건물은 미 대사관이나 미 주둔군 본부가 있던 지점에서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시점에서는 자와히리가 주택 내에 있는지, 나중에 합류할지 등은 불분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은 때로는 조심스레 외출하기는 했지만 혼자만 절대 외출하지 않는 인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택은 탈레반 정권 내 최강경파 실라주딘 하카니 내무부 장관의 측근이 소유한 건물로 하카니그룹의 지배지역에 있다. 정보당국은 이 노인의 용모와 이마에 생긴 특징 등으로 자와히리 본인임을 거의 특정해 4월 1일 백악관 국가안보문제 차석보좌관에게 설명했고 이후 설리번 보좌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CIA 감시반은 자와히리의 일상생활 패턴을 찾는 데 안간힘을 썼다. 알게 된 것은 자와히리가 이른 아침에 주택 3층 부분 발코니에 나와 잠시 독서를 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CIA의 번스 국장은 7월 1일에 백악관 정보 분석실에서, 자와히리의 주택 모형을 보여 주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설명했다. 대통령은 공격했을 경우의 연루 피해 등에 대해 질문했다.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 시 잘못된 공격으로 민간인 10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신중해지고 국가테러대책센터에 자와히리 살해 평가를 요구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됐다. 미국인 1명이 해커니그룹에 인질로 잡혀 있어 공격할 경우 인질 위험성도 검토됐다.
7월 25일 자와히리 공격에 관한 최종 회의가 개최되었다. 참석자는 바이든 대통령, 번스 CIA 국장, 헤인스 국가정보국, 아비자이드 테러대책센터장, 설리번 보좌관 등이었다.
회의에서는 연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만 살해하는 헬파이어 미사일 사용도 확정됐다. 대통령은 회의에서 「작전을 실행해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전원이 찬성했다. 최종적으로 결단이 내려졌다.
7월 31일 이른 아침. 자와히리는 여느 때처럼 6시 15분 발코니에 혼자 모습을 드러냈다. 3분 뒤 공중에 대기 중이던 CIA 드론이 2발의 헬파이어를 발사, 자와히리를 살해했다.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미국측은 자와히리의 사망을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확인했다고 한다.
◆ 탈레반 권력투쟁 격화되나
공격 이후 해커니그룹은 현장 일대를 봉쇄, 자와히리가 주택에 머물렀던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탈레반이 미군 철수에 있어 테러집단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합의한 것과 달리 그룹이 알카에다와의 유대관계를 은밀히 유지한 사실이 뜻밖에도 명백해졌다.
탈레반 정권이 그룹이 자와히리를 비호하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결국 20여 년 전 탈레반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어서 국제적 신용을 더욱 잃었다.
그러나 정권 내에는 조속히 국제적 승인을 얻어 미국이 동결된 70억달러를 입수할 것을 요구하는 온건파도 많다. 앞으로 강경파와의 권력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알 카에다는 소말리아와 서아프리카 등 각지로 확산 증식하고 있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자와히리의 살해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자와히리의 죽음은 911시대의 종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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