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을 받쳐주는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알려지지 않은 도청 전쟁

인터넷 세상을 받쳐주는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알려지지 않은 도청 전쟁

해저통신케이블은 물 속에서 전기통신 신호를 전달하기 위하여 바다 속에 놓는 케이블로,  이러한 해저케이블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40년대로, 처음에는 대서양을 건너 주고받는 전신이나 전보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저케이블은 전화나 팩스로도 사용되기 시작했고, 현대에는 해저에 쳐진 광섬유 케이블이 세계 각국에 인터넷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해저 케이블을 둘러싸고 냉전으로 인한 긴장이 완화되고, 신냉전으로 이행해 가던 1970년대에 미국과 소비에트연방(구 소련) 사이에 잦은 충돌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입니다.

1971년 10월 미국 해군의 핵 추진 잠수함 핼리벗(USS Halibut, SSGN/SSN-587)은 미국 해군 의 원자력 잠수함는 소련군에 의해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던 오호츠크해에 침입했습니다. CIA NSA 미국 해군이라는 3개 조직에 의해 지휘된 아이비 벨 작전(Ivy Bells, 미국 해군 과 국가안보국(NSA)이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오호츠크해에서 하고 있던 소련군의 해저 케이블 도청작전의 코드명)의 목적은 캄차카 반도에 있는 소련 해군기지와 소련 태평양함대를 지휘하던 블라디보스토크 본부 사이에 주고받는 통화내용을 감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련 해군기지와 본부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은 소련 통신에 매우 중요한 위치여서, 미국이 엄청 목말라하는 정도로 원하는 정보가 오갔다고 합니다.

핼리벗은, 최초로 해저 케이블의 위치를 찾는 조사를 하였으며, 거듭된 조사 결과 수심 약 120미터 해저에 소련이 사용하고 있는 해저 케이블을 발견합니다. 핼리벗의 선원은, 방수 가공한 도청기를 그들이 찾은 해저 케이블에 설치하였습니다. 미국이 설치한 도청기는 고장 등의 이유로 소련이 해저 케이블을 끌어올려도 발견되지 않도록 해저에 남도록 하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수신된 통화 내용은 도청기에 기록됐고, 미 해군은 이후 10년간 매달 도청기에 기록된 통화 내용을 회수했습니다.

당시 해저케이블에는 구리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소련 해저케이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구리선은 전자파를 케이블 외부로 방출하기 때문에 미국은 방출되는 전자파를 수신하는 도청기를 개발해 해저 케이블에 접촉시키지 않고 통신기록을 감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또 소련이 해저케이블 보안에 지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통화기록을 전혀 암호화하지 않은 것도 도청 성공의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1981년 빚에 시달린 전직 NSA 직원 로널드 펠튼(Ronald William Pelton)이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로부터 3만5000달러를 받은 대가로 아이비 벨 작전에 대한 정보를 누설하고 맙니다. 소련 해군은 펠튼의 정보를 바탕으로 오호츠크해를 조사해 해저에서 도청기를 발견해 회수하게 됩니다. 발견된 도청기는 현재 모스크바 시내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보를 유출한 펠튼은 미국 내에서 체포돼 세 번의 종신형 판결을 받았습니다(2015년 11월 24일 석방됐다.).

펠튼의 행위로 인해 아이비 벨 작전은 종료되고 말았지만 미국이 하고 있던 해저 케이블 도청 작전은 아이비 벨 작전만이 아닙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핵잠수함 퍼치 (USS Parche, SSN-683)는 197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극해의 일부인 발렌츠해를 향해 출항해 소련이 설치한 해저케이블에 도청기를 설치했습니다. 퍼치가 설치한 도청기는 1992년까지 발견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동되었습니다. 

 

그 후도 미국 해군은 퍼치를 사용해 해저 케이블 도청 작전을 소련뿐 아니라, 유럽에서 북아메리카에 걸친 넓은 해역에서 실시했습니다. 퍼치는 2004년 퇴역 때 수많은 기밀작전을 수행한 잠수함으로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습니다.

퍼치의 원래 임무였던 연구개발 임무를 물려받은 사람은 핵잠수함 지미 카터호입니다. 지미 카터호는 해군 직원들이 해저 임무를 수행할 때 선내와 선외의 왕래를 지금까지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해 해저 케이블 도청 작전에 사용될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해저 케이블의 대부분은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으며, 광섬유 케이블로 통신되는 데이터를 도청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해저케이블에 다른 케이블을 접합해 광자의 흐름을 분단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저 케이블을 접어서 데이터가 누출되는 포인트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전직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영국 정보지 The Guardian에 공개한 극비 서류에는 영국과 미국 첩보기관이 200개가 넘는 해저 케이블을 도청한 사실과 그 방법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영국이 도청한 데이터의 양은 영국의 국립도서관인 대영도서관에 보관된 약 1억 5000만권의 책을 192회 읽은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영국과 미국의 해저케이블 도청 행위는 각국의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로 양국은 큰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은 또 1억8500만달러를 들여 브라질과 유럽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을 미국을 피할 수 있는 경로로 설치한다고 2014년 2월에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도청 행위를 피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는 국가나 사업자들에게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꾹 눌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늘 행복하세요.

 

Messages in the Deep-Builtvisible
http://builtvisible.com/messages-in-the-deep/

Builtvisible: Welcome to a connected digital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