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완전히 내부 분열되어 있는 이유는 '군인의 논리'와 '정치인의 논리'의 충돌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밀어붙이려는 '정치인의 논리'란 무엇인가?
이스라엘의 전시 내각이 가자 침공을 둘러싸고 이토록 심하게 내부분열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3명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전시내각 구성원 2명이 잇따라 하마스 소탕 후 가자지구 통치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군사침공에만 매달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대응을 비판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의 패배까지는 전후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등이라고 반론해, 방침을 바꿀 생각은 없는 것 같다.
2023년 10월 7일의 하마스에 의한 공격을 받은 이래,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거국 일치를 내걸고 가자 침공을 계속하는 네타냐후 정권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내부분열하고 있다.
네타냐후를 공공연히 비판한 사람은 총리와 같은 여당 리쿠드에 소속된 요압 갈란트 국방장관과 제1야당인 국민통일당 당수이자 총리의 정적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이다.
갈란트는 5월 15일 TV 연설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배를 부인하면서, 하마스에 속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조직과 국제 조직의 통치가 이스라엘에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사정권을 세우지 말 것과 시민을 지배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간츠는 5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병사를 전장에 보낸 일부 사람들은 겁이 많고 책임감이 결여돼 있다고 총리를 비판했다.
간츠는 이어 하마스 타도 후 미국, 유럽, 아랍국가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가자를 위한 국제적인 문민통치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 6개 항의 요구를 제시하고 6월 8일까지 명확한 행동계획이 발동되지 않으면 전시내각에서 이탈하겠다고 밝혔다.
◆ 군인의 논리
양측에 공통된 것은 평화가 군사력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약화시킬 수는 있어도 섬멸은 할 수 없다. 오히려 많은 가자 시민의 희생자를 냄으로써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가 확산되고 새로운 하마스 지원자가 생겨난다. 당연한 귀결로서 가자의 안정도, 이스라엘의 안전도 실현할 수 없다.
이것이 군사력의 한계를 바탕으로 한 군인의 논리다. 갈란트도 간츠도 전직 군인으로 간부 장교로서 수많은 전쟁을 지휘해 왔다. 나이도 비슷하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자리를 다투던 사이이기도 하다.
갈란트는 이스라엘군 철수 직후 가자를 담당하게 될 남부군 사령관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으며, 하마스와의 치열한 전투도 거쳤다. 국방장관으로서는 가자의 전면 포위와 침공을 지휘한,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간츠는 북부군 사령관, 참모총장 등을 지내며 수많은 전쟁에서 지휘봉을 잡아온 인물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오랜 세월, 네타냐후와 대립해 왔다. 현재 국민 사이에서 네타냐후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어 차기 총리의 최대 유력 후보다.
이 두 사람과 똑같은 말을 주장·실천한 군인이 미국에 있다. 이라크전쟁 때 반미세력의 게릴라성 공격 등으로 치안정세가 극단적으로 악화됐던 이라크에 2007년 다국적군 사령관으로 파견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다.
퍼트레이어스는 그동안 미군의 발상을 크게 전환했다. 치안을 개선하려면 게릴라를 소탕할 뿐 아니라 주민을 안심시키고 지지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민생부흥 지원을 군 활동의 중심에 두고 현지 경찰 재건, 선거 실시, 경제여건 개선 등에도 힘썼다. 그 결과 게릴라 사건은 크게 줄었고 이라크인과 미군 사망자 수도 급감해 치안이 개선됐다.
◆ 정치인의 논리
네타냐후도 젊은 시절 군대에 있었다. 제대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등을 공부했고,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이 정도 경력이 있으니 군사력의 한계를 잘 알 것이다.
그런데 네타냐후는 가자 시민들에게 아무리 희생이 가더라도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고립되든 상관없다. 군인의 논리를 무조건 부정하는 네타냐후는 분명 정치인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치는 의원내각제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토 의석수 120석)의 의원 중에서 총리가 선출된다. 그러나 선거제도가 완전비례대표제이기 때문에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은 없고 소수 정당이 난립하는 다당제로 있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제1당의 리쿠드조차, 의석수는 32석으로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많은 정당이 내각에 들어가는 연립정권이 계속 되고 있다.
네타냐후는 2022년 말 총선에서 제1당이 됐지만 연정공작에 애를 먹어 그동안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던 극우정당이나 유대교의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유대교 초정통파 정당과 결합해 무려 64석을 확보해 정권을 출범시켰다.
이들 정당은 이스라엘을 신(神)이 유대인에게 준 땅이라며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에서 나가야 한다는 극단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네타냐후는 연정 유지를 위해 이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 어느 쪽의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면…
네타냐후는 현재, 독직이나 배임 혐의로 기소되어 3개의 소송이 계류중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총리직을 사퇴해야 하는 네타냐후에게 하마스의 갑작스러운 습격은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됐다. 하마스에 대한 복수를 앞세워 군사행동에 나섬으로써 국내 여론의 화살을 자신의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하마스로 돌렸다.
즉 네타냐후는 하마스와의 전투가 계속되는 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시에 극우정당 등의 연정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하마스 궤멸, 가자 점령, 팔레스타인인의 축출 등 연정 상대가 주장하는 극단적 주장을 삼킬 수밖에 없다.
간츠 등이 주장하는 전후 계획등을 인정하면, 연립정권은 순식간에 붕괴한다. 출구 없는 전투를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네타냐후가 살 길이다.
간츠는 네타냐후의 이러한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어 「이스라엘의 안보라는 성역에, 개인적·정치적인 고려가 침투하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간츠가 전시내각을 이탈하더라도, 혹은 갈란트가 국방장관을 사퇴하더라도 네타냐후는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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