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은 장식품, 러시아에도 접근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왕세자가 최근 반체제 언론인 살해사건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완전 탈피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에너지 위기로 사우디아리비아의 중요성이 극적으로 상승해, 미국과 유럽 수뇌는 그동안 비판해 온 인권문제 제쳐두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맞이하고 있다. 왕세자는 러시아와도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능숙한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왕세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굳은 악수를 나누며 우호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 국제적인 고립 중에서 일전
아버지 살만 국왕을 등에 업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좌지우지하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2년 전 국왕의 동생이자 삼촌인 모하메드 압둘아지즈 왕자와 무함마드 나예프 전 왕세자 등을 구속, 왕위 계승 가능성이 있는 경쟁자들을 공식무대에서 숙청해 권력기반을 다졌다.
한편으로 황태자는 엄격한 이슬람 체제를 재검토하는 국내 개혁을 진행시켜 여성에 대한 운전면허 교부 등 권리를 확대하기도 했다. 특히 왕세자가 주력하고 있는 것이 국가 개조다.
석유에 의존하는 '렌티아 국가'로부터의 탈피를 목표로 한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고, 미래도시 '네옴시티' 건설에 착수했다. 30세 이하의 젊은이가 70%를 차지하는 청년 사회의 고용창출도 진행했다.
"하지만 순풍만파로 권력자의 길을 달려가던 왕세자에게는 독재자 특유의 사치가 낳은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예멘 내전에 대한 군사개입이고, 다른 하나는 재미 반체제 언론인 카쇼기의 살해다. 카쇼기 살해는 반대파에 대한 잔혹한 탄압이 드러난 것이었다.
미 정보기관이 지적한 것처럼 「살해는 황태자의 명령」이었을 공산이 강하고, 전세계에서 황태자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어, 황태자는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사우디와 왕세자의 입장을 격변시켰다. 석유 생산량 세계 2위인 사우디의 증산 없이는 에너지 위기의 심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리야드 기후처럼 따뜻한 러시아와의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의 3월에 영국의 존슨 수상, 7월에 바이든 미 대통령이 리야드를 방문해 국왕이나 무함마드 황태자와 회담했다.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사우디의 증산 지원을 요청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가가 급등조짐을 보이던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방문, 비슷한 요청을 했다.
그러나 왕세자는 뚜렷한 증산 확약을 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빈손(로이터 통신)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는 결국 모호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카쇼기 사건으로 비난받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도 보이지만, 미국과 유럽을 공짜로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말들이 있다.
덧붙여 미국과 유럽이 황태자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 러시아 대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물론 푸틴 정부와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6월에는 압둘아지즈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부총리와 회담하였으며, "(양국 관계는) 리야드의 기후처럼 따뜻하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과시했다.
왕세자는 이번 그리스, 프랑스 방문에 앞서 터키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했다. 마크롱 대통령과는 복권을 알리기라도 하듯 긴 악수를 해 보였지만 프랑스 인권파 의원들로부터 엘리제궁 만찬 메뉴에는 카쇼기의 토막 시신도 실려 있는 것 아니냐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다.
◆ 트럼프 부활의 움직임도
미국 및 유럽과 러시아 사이를 교묘하게 줄타기하는 듯한 황태자는 약 2년 후의 미 대통령 선거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 왕세자를 세계의 왕따를 시켜주겠다고까지 단죄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왕세자를 냉대해왔다.
리야드 회담에서도 왕세자가 싫어하는 인권문제를 의제로 다뤄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인권 등의 이념을 중시하는 정치가이며, 황태자는 반체제파 탄압으로 알려진 강권적인 인물로서 둘의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는 사우디에 있어서 미국의 군사적 비호는 필수적이며 대미관계는 가장 중요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바이든 이후를 내다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구체적인 움직임이 사우디 정부계 펀드가 주최하는 골프 투어 「LIV 초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 미국의 911 테러와 관련해 사우디를 비판했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뒤 급속히 사우디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대통령의 사위 재레드 쿠슈너였다.
그는 왕세자와 막역한 사이가 됐고 사우디 사막 천막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등 친분을 쌓았다. 트럼프는 왕세자가 카쇼기 사건으로 책임을 물었을 때도 왕세자를 옹호하며 비판을 피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실패하고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도 사우디와의 관계는 계속됐다. 미 일간지에 따르면 쿠슈너는 자신의 신규기업에 사우디 측에 2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했으며 트럼프의 측근이었던 므누신 전 재무장관도 10억달러의 자금을 사우디의 사채 펀드에서 인출했다고 한다.
◆ 트럼프도 LIV 초청 동참
왕세자가 트럼프 주변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것은 2024년 차기 대선에서 그가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돈벌이 투어라는 야유를 받는 LIV 초대가 황태자의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스포츠 이벤트의 일환이며, 황태자의 투어 뒷받침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번 투어는 트럼프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베드민스터」(미 뉴저지주)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그도 프로암전에 출장, 투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LIV 초대'에 대해 기존 미국 투어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지지를 얻은 것은 투어 지속에 큰 힘이 된다. 차기 대선 출마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그를 끌어들인 데 왕세자의 뜻이 반영된 것은 확실하다.
오는 10월 'LIV 초청' 최종전도 플로리다주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향후 새로운 투어의 확대와 함께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을 단념했다고도 생각되는 왕세자의 속셈이 성공할지, 대선의 또 다른 초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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