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복귀하면 왕이 되는 도널드 트럼프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지 2024년 10월 30일자)
미국인들은 정말로 그를 믿고 투표하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은 미국과 세계에 무엇을 의미할까.
낙관적인 사람이라면 첫 임기에 있었던 일을 꺼낼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인데.
"임기 중에는 어쨌든 난리였다. 하지만 그것이 좋지 않은 일의 전조였다는 것은 거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틀에 박힌 통치였다. 게다가 결국은 조 바이든에게 패해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확실히 물러설 때는 나빴다. 하지만, 그 이외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인가. 떠난 것은 변함이 없다.
만약 여론조사가 시사하는 대로 2기를 따내면 1기와 같아지지 않을까--.
◆ 공허한 약속의 달인이지만···
트럼프는 공수표를 휘두르는 달인이다.
2016년 선거전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대금을 멕시코가 내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핵심 중 하나였다.
결국 멕시코가 지불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장벽도 만들지 않았다.
이번 선거전에서는 1100만 명이나 되는 불법체류자를 송두리째 모두 잡아 강제송환하겠다고 공약했다.
필요한 작업의 실행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물의를 빚는다. 실제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어디로 어떻게 송환할 것인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관세 부담율을 올리면 소득세를 없앨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킴벌리 크라우징과 모리스 옵스트펠드의 논문에 따르면 관세수입이 최대가 되도록 모든 품목의 세율을 50%로 올려도 관세수입은 소득세수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수가 차감으로 줄어들면 비교적 연장자인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정부 세출을 밀어내게 된다.
◆ 2기가 1기보다 나빠지는 이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2기는 1기 때보다 훨씬 더 끔찍할 수 있다.
2016년에는 목표로 했던 대통령이 되었지만, 거기서부터 먼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목표도 관심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을 측근으로 고용하는 처지였다.
"지금은 아니다."
오늘날 공화당은 바로 2020년 대선 결과에 따라 했던 것처럼 위대한 지도자가 진실을 정의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충실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프로젝트 2025'라는 제언으로 연방정부 길들이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연방대법원은 '공무'에서는 대통령이 형법을 초월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올바름이 입증됐다고 느끼며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 적자 확대, 정적에 대한 복수, 계엄령···
이 상황에서 트럼프는 무엇을 해보려고 할까.
이미 천문학적 숫자에 다다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더 키울 수도 있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라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충실한 인물을 사법부나 정보(첩보)기관, 그리고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의 수장으로 지명하면 자신의 정적으로 간주하는 인물을 거리낌 없이 소송을 제기할 우려도 있다.
자신이 그동안 여러 번 고소당한 보복으로 그런 행동을 정당화할지도 모른다.
지난 선거 결과가 승인되는 것을 막으려고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폭도들에게는 아마 사면을 해 줄 것이다.
군대 지휘권을 이용해 자기 마음대로 계엄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지나치게 독립적이라고 간주되는 미국의 다른 부분을 지배하에 두려고 연방정부의 기관을 이용할 우려가 있다.
◆ 무역전쟁에서 우크라이나까지 국외 리스크 산적
국외에서는 거의 꺼림김없이 무역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그 상대에는 이웃인 캐나다나 멕시코도 포함될 것이다.
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이기 때문에 전쟁터에 부대를 파견하는 것에 소극적인 자세를 시사하는 것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관여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전보다 더욱 민감한 이 시기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모든 합의에서 다시 이탈하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같은 기관의 활동을 훨씬 어렵게 만들 우려도 있다. 유럽 전역의 극우세력을 지원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버릴 수도 있고, 아마 그럴 것이다.
◆ 20세기 민주주의 요새의 향방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행동의 직접적 영향과 백악관 복귀의 간접적 영향을 구별해야 한다.
후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우파 포퓰리즘--특히 유럽의 우파 포퓰리즘--의 세력이 마음을 강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20세기 민주주의의 거대한 요새인 미국이 권위주의자의 손에 떨어졌다면 권력은 물론 이데올로기의 신뢰성 면에서도 세계의 균형은 자유주의적인 민주주의에 불리한 쪽으로 크게 기울게 된다.
뭐니뭐니 해도 미국은 아무리 불완전하더라도 세계 대부분에게 법치민주주의 질서의 본보기가 돼 온 나라다.
그 나라에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맡는 것이 선택된다면 그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된다.
트럼프는 적어도 '파시스트적'이며 신뢰할 만한 형태로 파시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대통령 수석보좌관으로 가장 오래 모셨던 존 케리 해병대 대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이지만 트럼프는 파시스트의 정의를 충족시켰다. 인정받는다면 독재자처럼 통치할 것이다. 미국 헌법도, 법의 지배라는 개념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구나 그 권력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할 때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 트럼프와 파시즘
1930년대와 1940년대 유럽사를 전문으로 하는 일류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에게 파시즘이란 「이성보다 의지를 예찬하는 것이며 큰 거짓말 속의 삶이다. 정치가 지도자에 대한 숭배로 바뀌는 것, 즉 큰 거짓말을 말하고, 또 자신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사회를 통치해야 할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지도자에 대한 숭배로 바뀌는 것이다」라고 한다.
또 유명한 전문가 앤 애플바움은 트럼프가 정적들을 '해충'으로 불렀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파시스트(그리고 스탈린주의자)에게 특징적인 표현이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애완동물을 먹고 있다는 얼마 전의 '피의 음해'도 일부 사람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 깎아내리는 파시스트의 특징과 부합한다.
트럼프의 인기는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특히 이민통제 실패)를 감안하면 설명하기 쉬워진다.
그런데도, 미국에 의한 공화정의 위대한 실험의 핵심 원리를 포기해 버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실험의 성공은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 시작한 관례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 애틀랜틱지에서 톰 니콜스가 지적했듯이 워싱턴은 대통령을 2선으로 재임하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반워싱턴이다.
워싱턴이 고결하기로 알려진 분야에서 트럼프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정말 운명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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