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속화하는 포퓰리즘
미국에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멈추지 않으면서 국내 정세에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5월). 40여 년 만에 고인플레이션이 나타난 주된 이유는 연료·식량 가격 급등이다. 더구나 이것이 장기화될 우려가 대두되고 있으니 심각하다.
생활비가 곤란한 미국의 소비자가 다급히 전당포로 달려가는 예가 급증하고 있다(6월 20일자 뉴스위크)고 하며, 그 영향은 경제측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피감이 높아 사회에 포퓰리즘적 요소가 섞여들기 쉽다. 「인플레이션은 민주주의를 쇠퇴시킨다」라는 지적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일부 사람만이 혜택을 보는 사태를 낳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의 불만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왕왕 정부는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불평등을 시정할 효과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중산층의 불만이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기 일쑤인데 이런 정치 상황에서 활약하는 것은 프로파간다를 구사하는 포퓰리스트다. 이들이 중산층의 증오의 불길을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사회에 심각한 분열이 생기고 폭력이 만연한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마비되고 만다는 것이다.
◆ 미국은 "내전이 가장 쉬운 나라"
민주주의가 마비될 위험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내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가 있다.
올해 1월 내전은 이렇게 시작된다를 연재한 바버라 우얼터 캘리포니아대 정치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은 과거 내전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볼 때 가장 내전이 일어나기 쉬운 나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내전은 오랜 세월 하나하나에 고유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우얼터는 지난 30년간 일어난 내전을 여러 지표(빈곤과 소득격차, 종교와 민족의 다양성 등 30개 이상에 이른다)로 분석한 결과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가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아노클라시다.
아노클라시는 그 나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를 가늠하는 지표인데 우얼터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나라에서 내전이 가장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정부가 정당성을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이 정부에 대해 강렬한 불만을 품기 때문이다.
◆ 낙태 판결로 고조되는 긴장
갤럽이 실시한 6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의회와 대통령에 관한 만족도는 1974년 이후 중간선거의 연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국민의 신뢰를 유지해 온 사법부에 대해서도 강렬한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연방대법원이 6월 24일 낙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뒤집은 연방대법원에 대해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57%)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로이터 조사에서 나타났다.
판결에 따라 공화당이 다수파를 차지하는 13개 州에서는 자동으로 낙태가 금지됐다. 이어 13개 州에서도 몇 州 안에 낙태를 금지하는 주법이 통과될 전망이다.
낙태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나머지 州에서도 낙태 진료소 등은 자금과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다른 州에서 낙태를 요구하는 여성이 몰리면 금세 펑크가 날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미국 전역에 사회적 긴장을 일으키고 있어 미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 수준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백인우월주의화의 위태로운 실태
그가 두 번째로 꼽는 지표는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집단화다. 민족, 인종 등에 의거한 정치집단 간에 종종 심각한 갈등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공화당이 백인우월주의적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족 앙트레플레너'라고 칭하며 경계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 사상은 미국 안에 늘 존재했지만 에스터브리시먼트에 의해 그동안 사회 한구석에 밀려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간 중남미 이민 유입에 엄격한 자세를 보였고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적극 부정하지 않아 이제는 공화당 메인스트림 사상에 포섭돼 버린 감이 강하다.
민족 앙트레플레너의 주장은 일반 국민에게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 다발하는 정치적 폭력
선진국 가운데 돌출 폭력사건이 일어나는 미국에서는 최근 정치적 폭력 사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적 폭력이란 정치에 관련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난입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정치적 폭력이 만연하는 배경에는 공화당 일부는 폭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테러 수사 건수의 현격한 증가를 감안해 미 법무부는 올해 1월 국내 테러대책 부문을 신설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주시하고 있는 것은 극우세력이지만 낙태금지 판결이 나옴에 따라 보수 판사 등으로의 폭력이 확대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FBI 등 치안기관은 극좌 폭발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 국토안보부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테러 위협이 앞으로 갈수록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 누가 '반란'을 일으킬까
미국에서 앞으로 일어날 내전은 반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얼터는 전했다.
미국처럼 강력한 군대를 가진 나라에서는 여러 집단이 강력한 정규군과의 맞대결을 피하면서 테러나 게릴라전을 전개하고 인프라나 민간인 등 소프트 타깃을 표적으로 삼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지도자 없는 저항으로 불리는 것으로 진흙탕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앞으로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할 생각은 없지만 미국의 심각한 분열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시사,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0) | 2022.07.17 |
---|---|
AI에 의한 자동화가 고용 감소를 초래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반대로 고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0) | 2022.07.17 |
15년이 넘는 개발을 거쳐 실전배치가 결정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그 고난의 개발역사 정리 (0) | 2022.07.17 |
대마초는 수면촉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면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0) | 2022.07.17 |
임상심리사가 산책이 마음 건강에 미치는 다섯 가지 장점을 해설 (0) | 2022.07.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