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힘의 균형 ... 이란 분쟁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 이 자료는 「Reuters Breakingviews」의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세계 힘의 균형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것은 허사로 보일 수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서서 참전한 지금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평화를 지향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흐름을 크게 좌우한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이 이 분쟁에 의해 힘을 얻게 될 것인지 잃게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을 몇 가지 확인할 수는 있다. 이란의 핵개발 계획은 끝날 것인지, 체제는 전복될 것인지, 차기 정권은 현 정권만큼 미국에 덜 적대적이 될 것인지, 심지어 국가가 무정부 상태에 빠질 것인지 여부 등이다.
미국이 단기간에 제한적인 공격으로 이란에 대한 관여를 끝낼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분쟁에 휘말릴 것인지, 세계가 미국을 불량국가로 간주할 것인지 등도 중요한 논점이다. 세계의 관심이 이란을 향해 가는 동안 이스라엘이 가자 사람들의 목숨을 더 빼앗으면 미국이 은신처를 제공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유가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스라엘에 의한 이란 공습이 시작된 6월 13일부터 20일까지 북해산 브렌트유는 약 11% 상승했다. 만약 선박의 항행이나 파이프라인의 운용에 지장이 주게 되면 더욱 값이 뛸 가능성이 있다.
이번 위기 수습에 외부 세력이 관여하고 그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줄타기 외교>
미국은 이 분쟁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이란의 핵개발 계획을 끝낼 수 있다면 미국은 큰 승리로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란의 핵농축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핵 위협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거리가 먼 상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력한 공화당 지지자나 중동 걸프의 동맹국, 게다가 유럽 지도자의 일부도, 미국이 이 전쟁에 참가하는 것으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란의 핵 위협을 봉쇄해, 장기전을 피할 수 있다면, 이러한 우려는 불식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은 중동에서 중국으로 축을 전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진정으로 위협하는 유일한 나라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은 미국이 스트라이크그룹(항공모함을 핵심으로 하는 미 해군의 기동부대)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점 재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쟁으로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이끄는 체제가 붕괴될 경우 영향은 불확실하다. 새 정부가 미국 정부에 대해 현 정부만큼 적대적이지 않게 될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이란이 작동 불능의 「실패 국가」가 되면, 지역은 더욱 불안정화하고, 미국은 책임을 추궁 당할 것이다.
반면 미국이 또 다른 끝없는 전쟁에 휘말리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무력을 사용해 왔지만, 모두 미국의 힘은 강해지기는커녕 약화되었다」라고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 하우스)의 로빈 니블렛는 주장한다.
게다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수송을 막는 등 유가가 급등할 경우에도 트럼프는 타격을 입는다.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얻지만 유권자들은 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이다.
<혼란의 축>
이란은 리처드 퐁텐이 혼란의 축(Axis of Upheaval)이라고 부르는 진영의 한 축을 이룬다. 다른 구성국은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이다. 이는 공식적인 동맹은 아니지만 이란, 중국,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 측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해 왔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면 환영할 것이다. 양국은 2015년 이란 핵합의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차기 이란 정권이 이 완만한 협력관계에서 거리를 두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은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특히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된다. 러시아는 올해 1월 이란과 20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지난해 동맹국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이란의 하메네이 정권을 지탱하지 못하면 러시아의 위신은 더욱 떨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 정세가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느냐는 점이다. 러시아로서는 드론(무인기)의 중요한 공급원을 잃을 수 있다. 다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이 이란에서 장기전에 휘말리면 미국은 점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불확정 요소는 지금이라도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 간 합의를 중재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 스스로는 이란 공습을 승인하기 전에 그렇게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중재 대가로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의 추가 축소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몽테뉴연구소의 미셸 듀클로는 지적한다.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중국에 고유가는 악재다. 더욱이 이란의 정권이 교체되면 중동 걸프 지역에 있어서의 중요한 동맹국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새로운 중동 전쟁에 끌어들이면 중국에 큰 순풍이 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중국은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 바 있다. 중국은 우리는 책임 있는 국가이고 미국은 공격적 패권주의 국가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약점>
이란의 분쟁이 더 고조되면 유럽이 잃을 것이 매우 많다. 유럽은 대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이 크다.
이란이 혼란에 빠지면 새로운 난민 유입을 야기하고, 유럽에서 극우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이란의 인구는 9200만 명으로 2015년 유럽 정치를 크게 뒤흔든 난민 위기의 진원이었던 시리아의 4배에 이른다.
유럽에 가장 큰 위험은 이번 이란 위기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반대로 유럽이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합의를 중재할 수 있다면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는 이란 공격 개시 직전에 그렇게 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려진 미지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미지의 미지」도 존재한다.
기지와 미지의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란 위기가 세계의 힘의 균형을 미국 쪽으로 되돌리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중국에 더 유리한 쪽으로 기울일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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